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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재단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11월 6일 오후 2~6시, '재난너머, 일상이 안전한 사회만들기' 1기 사업보고회를 한다고. 장소는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

'보고회'라는 말에 끌려 길을 나섰다. 재난 상황에서 그 어떤 긴급 신호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오지 않았던 정부의 대처를 답답하게 바라본 한 시민으로서 피해 가족과 시민들은 일상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백범김구기념관 기념관은 효창공원 안에 있었다. 공원에는 가을이 완연했다.
백범김구기념관기념관은 효창공원 안에 있었다. 공원에는 가을이 완연했다. ⓒ 전영선

4·16재단은,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세상은 그 전과 달라야 한다는 4·16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과 해외 및 전국 시민의 기금과 마음이 모여 2018년 발족한 단체이다. 이 단체는 그동안 기억과 추모 사업, 피해자 지원 사업, 안전문화 확산 사업, 청소년·청년 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재난너머, 일상이 안전한 사회만들기' 사업은 안전문화 확산 사업의 일환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세월호기금을 통해 지원하고, 4·16재단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추진해 온 사업이다.

보고회는 바로 이 사업에 대한 면면을 보고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보고회에 앞서 행사장 로비에 마련된 전시를 구경했다. 그곳에서 그동안 이루어진 참사 기록물과 영상,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참사 기록물 행사장 로비에 마련된 기록물들. 책자로 출판된 기록물도 있었다.
참사 기록물행사장 로비에 마련된 기록물들. 책자로 출판된 기록물도 있었다. ⓒ 전영선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 로비 참사 기록물과 영상, '재난너머, 일상이 안전한 사회만들기' 사업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 로비참사 기록물과 영상, '재난너머, 일상이 안전한 사회만들기' 사업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 전영선

전시회를 둘러보니 이 사업의 중심에는 재난참사피해자연대와 '우리함께'라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우리가 겪은 참사를 어떤 누구도 겪지 않기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2023년 12월 16일 재난 참사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였다. 여기에는 2·18 대구지하철화재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7·18 공주사대부고병영체험학습참사 유가족협의회, 가습기살균제참사, 6·9 광주학동참사 유가족협의회, 삼풍백화점붕괴참사 유족회, 스텔라데이지호침몰참사 대책위원회, 씨랜드쳥소년수련원화재참사 희생자유족회, 인천인현동화재참사 유족회가 속해 있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국내 최초로 재난 피해자들의 권리 증진을 주목적으로 운영되는 상설·전문기관이었다. 4·16재단 부설로 운영되는 이 센터는 그동안 재난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생명안전버스 투어(지난해 6월부터 올 10월까지 총 17곳의 재난 참사 현장을 방문)를 진행했으며, 긴급콜(1664-2014)을 구축해 재난을 당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역할을 해왔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 9개 단체가 참여했다. 그들의 바람은 하나였다. "우리가 겪은 참사를 어떤 누구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9개 단체가 참여했다. 그들의 바람은 하나였다. "우리가 겪은 참사를 어떤 누구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 전영선

보고회는 브라질리언 퍼커션 앙상블 '호레이(HOORAY)'의 공연을 시작으로 열렸다. 큰북과 심벌즈 같은 신나는 타악기의 연주는 '우리는 피해자로만 머물지 않아!'라는 다짐처럼 들려서 마음이 뭉클했다.

연주 이후 묵념과 내빈 소개, 인사/축하 말씀, 1기 사업 영상이 상영되고, 참여자들의 이야기 콘서트가 이어졌다.

콘서트에 참여한 사람은 다섯(재난피해자권리센터의 유혜정, 2·18 대구지하철화재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윤석기, 오송참사시민대책위원회 이선영, 성북청년시민회 이혜민,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 작가 배종원)이었다. 이들은 4·16 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와 이 사업에 참여하며 느낀 소회를 청중에게 들려주었다.

그들의 이야기 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이선영씨의 이야기였다. 피해자 가족에게 가장 큰 힘은 연대와 기록이라며, "나라에서 해주지 못하는 일을 피해자들 스스로 연대하여 해내며 극복했다"는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뒤이어 이번 사업에 대한 성과와 개선점에 대해 경북대 최권호 교수가 영상으로 보고를 이어갔다. 최 교수는 이번 사업에 대한 강점과 약점 그리고 성과와 2기 사업에 대한 제언을 했다.

성과에 대한 대략적인 이야기로는, 이번 1기 사업으로 인해 재난 피해자의 연대와 성장(재난 전문가로)이 이루어졌으며, 재난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변화했다고 보았다. 또한, 안전 관련 정책과 환경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주도적인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재난의 기록과 대응 역량도 축적되었다고 보았다.

앞으로의 사업 방향성에 대해서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공공과의 연계체계와 사업의 환류체계를 마련하며, 재난 현장의 특수성에 대해 상호 소통을 통한 이해의 확대, 기억과 추모와 더불어 새로운 캠페인의 전략 마련을 제안했다.

보고회 마지막은 합창단이 장식했다. 9개 단체를 의미하는 색색의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등장한 합창단은 아름다운 하모니로 <별에게>,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기쁨에게>를 들려주었다.

4·16 합창단 재난 참사 피해자들을 기리는 색색의 스카프를 두르고 노래했다.
4·16 합창단재난 참사 피해자들을 기리는 색색의 스카프를 두르고 노래했다. ⓒ 전영선

3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보고회를 모두 듣고 기념관을 나서니 어느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4·16재단에 후원을 시작한 것은 이웃을 통해 재단의 존재를 알게 된 지난해 1월의 일이다. 이후 4·16재단은 다양한 행사 소식을 문자로 전해왔다. 그 행사에 모두 참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소식들은 일상사에 묻혀 참사의 기억을 잊고 사는 내게 안전한 나라를 향한 염원의 불씨를 지킬 수 있게 해주었다. 이번 사업보고회 역시 그러한 시간이었다.

기록과 연대는 힘이 세다. 슬픔을 딛고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4·16재단#재난너머일상이안전한사회만들기1기사업보고회#백범김구기념관#효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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