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으로 가는 길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온라인 예매는 정말이지 10초 만에 모두 매진된다. 창덕궁 현장에서 표를 구하는 일도 줄이 너무 길어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며칠을 도전한 끝에 온라인 예약에 성공해 청명한 이 가을날, 드디어 창덕궁 후원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자연 그대로 산 언덕을 품고 이렇게 궁과 정원을 만든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찾기 어렵다. 인위적이지 않다. 그래서 창덕궁에 가면, 특히 후원에 들어서면 언제나 여유롭다.
숙종이 세자를 저 세상에 보낸 가없는 아픔과 절망감에 지었다는 애련지와 애련정은 그런 슬픈 연원 속에서도 단풍과 어우러져 아름답기만 하다. 학문과 신하를 사랑했던 정조가 특별히 아꼈던 주합루도 학문의 산실이었던 규장각도 주변 풍경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서 있다.
극심한 기후변화에 의해 11월이지만 아직 단풍이 절정에 이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꽃들도 활짝 만개한 그때가 아니라 그 직전이 아름답듯, 단풍 역시 초절정 그 순간보다 살짝 그 앞이 더욱 아름다운 법이다.
언제나 속절없이 시끄럽기만 한 우리네 속세와 담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문득 이렇게 조용하고 여유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이러한 공간이 아직 남아있어 위안이 된다. 맑게 개인 이 가을날, 창덕궁 후원은 한번쯤은 들러야 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