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출생지 시민권 폐지, 국경 정책 강화, 대규모 추방 계획 등을 공언하며 반이민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텍사스는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시행에 있어 정치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텍사스에는 미국 내 이민자의 약 11%, 즉 500만 명이 거주하며 그중 약 160만 명이 불법 체류자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한 후 그래그 에봇 주지사는 1254마일에 달하는 멕시코와의 국경을 보호하기 위해 110억 달러에 이르는 주 예산을 들여 국경 경비 임무인 '론스타 작전'을 강화했고 여전히 수천 명의 주 경찰과 텍사스 방위군을 배치해 국경 경비에 집중하고 있다. 텍사스는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장벽 중단에 맞서 자체 예산으로 장벽을 건설하고 북부 도시로 이민자들을 버스로 보내는 정책도 시행해 왔다.
따라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텍사스는 그의 반이민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이민 변호사들과 전문가들은 텍사스의 독자적인 경찰력과 군대 배치를 통한 이민 단속 강화가 예상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휴스턴 지역에서 불법 체류하는 약 50만 명의 사람들에게 교육, 사회적,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인 FIEL(가족 및 학생 연합)의 사무국장 세사르 에스피노사는 "우리는 미지의 영역에 있다"면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화재 계획을 세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합니다. 화재가 발생할지,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탈출 계획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이민자 자녀 자동시민권 부여 폐지, 2천만 명 불법 체류자 추방"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는 이민, 망명 및 이민자들의 삶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다양한 조치를 언급했다.
미국 내 이민자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려고 노력하겠다고 했으며 아이티와 베네수엘라와 같은 특정 국가 출신 사람들에게 바이든 행정부가 부여한 합법적 지위 보호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무슬림 대다수 국가 출신 사람들을 금지하고 망명 신청자들이 망명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했던 자신의 첫 임기 당시 정책을 다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제안 중에서 그의 지지자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과 지지를 받은 것은 약 2천만 명에 이르는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추방을 시행한 마지막 사례는 1950년대 아이젠하워 행정부 때로 트럼프는 연방 당국이 지역 경찰과 협력하는 아이젠하워의 추방모델을 자신의 목표를 위한 본보기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콜럼비아 법대 이민자 권리센터의 엘롤라 무커지는 "주 단위 법 집행 공무원과 정책 입안자들이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관련 강경정책을 지지할 경우 이민 및 세관 집행 기관(ICE)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이민 단속 권한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텍사스는 트럼프의 이같은 강경이민정책을 실시하기 아주 적합한 조건을 갖고 있다. 수천 명의 주 경찰과 텍사스 방위군을 배치해 국경 경비를 강화한 론스타 작전이 시행중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역시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 연설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텍사스에 제지 명령을 보내는 대신 지원군을 보낼 것"이라며 "국경 주와 싸우는 대신 미국 대통령의 모든 자원과 권한을 동원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 끔찍한 침입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민 변호사들은 " 트럼프가 대규모 추방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연방과 지방 당국 간의 기존 법 집행 협약에 의존하고, 이민 법원을 거치지 않는 신속 추방 절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 마지막해에 강화됐던 추방시스템을 이어받으면서도 강력한 조항을 추가할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하기도 한다.
비당파적 싱크탱크인 이민정책연구소의 분석가 캐슬린 부시-조셉에 따르면 2023년 5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바이든 행정부는 신속 추방 절차를 통해 31만 6000명의 이민자를 처리했는데 이는 이전 회계년도보다 많은 수치다.
그레그 에봇 주지사는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이민단속을 강화하고 국경 개혁을 시행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텍사스는 임시방편 역할을 할 것이며 트럼프의 이민 정책이 시행되면 론스타 작전을 위한 연방자금을 지원받을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이민자 권리 옹호 단체인 아메리칸 이민 위원회가 9월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텍사스의 이민자 인구는 텍사스 주민의 18%를 차지하며 건설 업종의 전체 종사자의 40%와 석유, 가스, 광업 분야의 상당수의 노동자가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