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가 쏘아 올린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9월 5일
<[단독]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을 통해 총선 시기 김건희 여사의 국민의힘 공천개입 의혹을 최초 보도하고, 핵심 연결고리인 명태균씨와 정부·여당 인사들의 관계를 추가로 보도하며 불법 공천개입 사건을 공론화했다.
이후 여러 언론이 관련 취재에 뛰어들었고 명태균씨 여론조사 조작 의혹, 김건희 여사의 공천·당무 개입 의혹,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사업 대외비 문건 유출 의혹 등 중대 사안이 잇따라 드러났다. 10월 3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개입 정황이 담긴 육성 통화 녹취가 공개되며 파문을 일으켰다. 언론의 권력감시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으며 2024년 10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받은 <뉴스토마토> 김진양·한동인·유지웅·박현광 기자를 만났다.
"아, 터졌나요?" 정치권에 나돌던 의혹
- 취재의 시작은?
김진양 : "누군가 제보가 있던 것은 아니고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은 정치권에서 이야기가 계속 돌고 있었다. <뉴스토마토>가 먼저 취재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니어도 누구든 시작할 수 있던 취재였고, 언젠가 나왔을 보도였다."
박현광 : "명태균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를 만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왜 이제 왔느냐'는 분위기였다. 다른 기자들도 많이 알고 있었는데 취재하지 않더라고 얘기했다."
김진양 : "여러 차례 김영선 전 의원 보좌진에 접촉을 시도했는데, 그중 한 분도 처음 한 말이 '아, 터졌나요?'였다. 그들도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사안들로 크게 문제될 것으로 알고 있었던 거다."
- 보도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김진양 : "편집국장이 '그 사안 알면서 왜 취재 안 하느냐'고 물었다. 다른 언론도 명태균씨 인터뷰를 했는데, 내부 데스킹 과정에서 보도가 안 됐다고 들었다. 우리는 내부에서 적극 지원해 주니 취재도 열심히 하고 영광스러운 상도 받게 됐다."
- 처음에 왜 관련자를 이니셜로 표기했는가?
김진양 : "취재진 보호를 위해서였다. 명태균씨의 경우 명씨로 쓸까 하다 유추가 가능하게 'M씨'로 표기했고, 이준석 의원이나 강혜경씨는 본인이 직접 밝혔을 때 표기를 바꿨을 뿐 우리가 실명을 공개하진 않았다."
박현광 : "의원들의 경우 결자해지를 하든 주인공이 되든 본인 스스로 결정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보도 이후 관련 정치인들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길 바랐는데, 돌이켜보니 '명태균 게이트' 가담자였을 수도 있다고 본다."
다양한 의혹이 쏟아진 '명태균 게이트'
- 다른 언론의 열띤 취재를 예상했나?
김진양 : "초기 다른 언론의 후속 보도가 많지 않았다. 추석 이후 관련 보도를 통해 실체가 더 명확해 지면서 다른 매체에서도 보도가 나올 거란 나름의 확신은 있었다. 여러 언론이 가세하니 추가 의혹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박현광 : "많은 언론이 더 빨리 참전하길 기대했지만, 첫 보도 이후 한 달 반 정도 걸렸다. 초반엔 <뉴스토마토> 보도에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고 진정성을 의심 받기도 했다. 솔직히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을 홀로 끌고 갈 때는 힘들었다. 그래서 더 심혈을 기울였다."
- 언론마다 취재 사안이 다른데 <뉴스토마토>가 집중하는 것은?
김진양 : "공천개입은 물론이고 국정개입, 여론조작 의혹 등 언론마다 취재하는 의혹이 어느 하나 작다고 할 수 없다. 각기 다른 관점에서 취재하고 있어 더 의미 있다고 본다. 김건희 여사 관련한 의혹은 파면 팔수록 많이 나올 걸로 예상한다. 더 많은 매체가 달려들어 진실규명을 위해 적극 취재하면 좋겠다."
박현광 : "마지막 퍼즐로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어떤 보도보다 더 오랜 시간 공들여 취재하고 있다."
- 주목하는 다른 언론사 보도가 있나?
박현광 : "뉴스타파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 "대선 당일에도 명태균 보고서로 회의했다">가 눈에 띄었는데 지금까지와 다른 맥락에서 나온 보도다. 명태균씨가 여론조사 보고서를 당에 보고했다는 의혹을 여권에서도 부정하고, 명씨도 '보고한 적 없다. 혼자 보려고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윤석열 캠프 핵심 인물인 신용한 전 교수 증언이 그간 의혹들과 연결고리처럼 맞아 떨어졌다."
명태균 감추려는 여권
- 여권 책사나 다름없던 명태균씨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박현광 : "명태균씨는 신용불량자로서 사기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여러 전과를 가진 인물이다. 공직을 맡는 게 불가능했다. 명태균씨와 관련된 인물이 27명에 달하지만, 대다수가 관계를 부인하거나 명씨 발언에 침묵했다. 여권에서는 명태균씨를 숨겨야 할 이유가 있고, 그러니 외부에 드러나는 일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진양 : "단순히 여권 핵심 실세였다면 폭로자가 나왔을 법도 한데 부정행위로 너무 많은 사람들과 연루돼 있어 감춰진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 연고가 있거나 소개받은 정치인들에게 물어보면 여야 가리지 않고 모른다고 하진 않는다. '안면은 있다, 오가다 만났다, 가끔 본다' 등 애매한 관계성을 시인한다. 명태균씨에게 도움 받은 사람들이다.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으면, 공통적으로 '여론조사를 가져와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한두 명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니 너나 할 것 없이 명씨 존재를 감췄고 지금도 숨기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 유력 정치인들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박현광 : "대표 '윤핵관' 이철규 의원이다. 모르는 기자 연락은 안 받기로 유명한 분이 '명태균' 이름을 꺼내자마자 바로 장문의 문자로 반응했다. 취재원이 예민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확인받았다'는 느낌이 온다. 핵심 참모진으로 윤석열 캠프 전략회의에 참여해 명태균씨를 모를 수 없다고 보이는 이철규 의원이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반응한 것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특이한 지점이 있다. 다수 증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명태균씨가 박 지사를 아크로비스타에 데리고 가서 대통령 부부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박 지사 소개로 명씨를 봤다고 주장하고,
박 지사는 명씨 소개로 대통령 부부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앞뒤 맞지 않는 얘기가 당황스러웠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만난 적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를 '경남 지역 정치인'으로 특정했고, 이 인물이 박완수 지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 편집자 주)
- '대통령실에 반론 요청서를 보내자 명태균씨가 회신했다'고?
김진양 : "우린 명태균씨가 역술인이란 표현을 보도에 쓴 바 없다. 유일하게 언급한 게 첫 보도 사흘 전 대통령실에 보낸 반론요청 공문이다. 김건희 여사에게도 텔레그램,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공문발송 1시간 만에 명태균씨가 노발대발하며 연락해 왔다. '역술인 명태균'이란 표현이 포함된 반론요청서를 전달한 곳은 김건희 여사 개인 연락처와 대통령실 공식루트 두 곳뿐인데 말이다. 대통령실이나 김 여사 측에서 명태균씨에게 연락했다는 것인가. 어떤 목적일지는 모르지만 소통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 명태균씨가 정보에 굉장히 빠른 것 같다.
김진양 : "지역 정치인들을 만났을 때 가끔이든 주기적이든 명태균씨를 본 이유가 '중앙정치의 내밀한 소식을 전해줬다'는 이유였다. 지역구를 챙기다 보면 중앙정치에 소홀해질 수 있는데 명태균씨를 만나면 용산이나 당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는 거다.
신성범 의원은 '독특한 시각으로 정치를 새롭게 분석하는 희한한 촌놈'이라고 표현했다. 다들 별것 아닌 이야기도 듣다 보면 혹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 명태균씨 화술이 정말 뛰어난가?
박현광 : "전형적인 사기꾼 화법을 쓴다. 기자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본인 얘기만 계속한다. 사기꾼의 말은 비유도 많고 흥미롭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재미있고 들을 만하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가 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텐데 흥미로운 이야기에 여론조사라는 무기까지 더해져 명태균씨와 유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 명태균씨 발언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기 어렵진 않았나?
박현광 : "명태균씨는 말만 하지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 공천개입 등 굉장히 구체성을 띠는 경우엔 정황을 맞춰봤다. 강혜경씨에게 녹취자료를 받아 우회로 명씨 발언을 검증했다.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은 명태균씨의 일방적 발언을 단독으로 낸 적은 없다."
여론조사 조작, 선관위가 문제다
- 여론조작 의혹을 취재하며, 여론조사 보도를 해야 하는 기자로서 괴리감이 들진 않나?
박현광 : "여론조사 조작으로 정국이 흔들리고 있는데, 정권 지지율을 또 여론조사로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 진짜 아이러니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여론조사 규제가 강화되고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 방치된 여론조사 문제, 어떻게 보나?
한동인 : "선거관리위원회가 문제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등록된 여론조사업체가 80~90개에 달하지만, 신고절차가 생략되기도 하고 여론조사 관리시스템이 부족하다. 미공표 여론조사는 아예 관리도 안 되는데 선관위에 문의하니 법적 장치가 없다고 답변했다. 선관위가 여론조사를 업체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김진양 : "여론조사 개선의 필요성은 계속 지적돼 왔다. 우리도 협업하는 여론조사업체와 함께 다각도로 고민해보고 있는데 대중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가 무의미하다고 보진 않는다. 이번 사건이 여론조사 문제를 공론화하고 개선책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김진태 강원지사처럼 국민의힘 공천 중 특이사례가 또 있나?
박현광 : "단식농성으로 컷오프 결과가 바뀐다면 다음 선거부터는 국회 앞에 단식농성장이 엄청 생길 거다(웃음). 김진태 지사 외에도 의심되는 정황은 많다. 개별 사안을 다 보도하기엔 무리여서 여론조사 조작 사건에 더 집중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김진태 강원지사가 명태균씨의 도움을 받아 김건희 여사를 만났고, 이를 바탕으로 경선 기회를 얻었다'는 내용의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이에 김 지사는 "단식 농성을 통해 경선 기회를 얻어 지금 이 자리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반박을 내놨다. - 편집자 주)
대통령실의 무반응 vs. 명태균씨의 고발
- 대통령실로부터 반론 요청에 대한 답변 받았나?
박현광 :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 했다."
- 신용한 전 교수 증언에도 대통령실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데.
박현광 :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여러 모욕적 표현을 하는데도 침묵하는 상황을 보면, 관련 의혹을 인정하는 건가라는 의심이 든다. 명씨는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한 달 만에 대통령이 탄핵당할 것'이란 주장도 했다. 그의 말처럼 뭔가 엄청난 비밀이 있어 함구하는가 싶기도 하다."
김진양 : "입장을 내도 바로 되치기 당하니 침묵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가 두 번 만났다고 발표하자
(10/8) 곧장 네 차례 이상 만난 정황이 확인됐다
(10/10).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냐"(9/5)고 발언했을 때 <뉴스토마토>는 실제 공천에 성공한 사례를 내놨다
(9/19). 결국 아무 입장을 내지 않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 명태균씨로부터 고발을 당했는데?
김진양 : "이번 보도를 시작할 때 대통령실에서 고발 고소할 수 있겠다는 예상은 했다. 그런데 정작 고소장을 보내온 곳은 명태균씨였다. 그는 우리 보도가 허위라며 명예훼손에 따른 피해보상으로 3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다루게 되면 더 감사할 일이다."
- 오랜 기간 취재와 보도를 이어올 수 있던 힘은?
유지웅 : "처음엔 이런 의혹 자체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기자로서 한번 취재해볼까 말까한 큰 사건이고,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닌 만큼 힘 닿는 데까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인 : "천공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 만큼이나 남다른 사건이다. 칠불사는 취재가 어려울 것으로 여겼는데, 스님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첫 보도를 보고 주지스님도 이젠 말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판단한 듯했다. 그날 있던 일을 아는 선에서 모두 알려줬다."
김진양 : "정치권 인사들은 '<뉴스토마토>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파장이 커질 것은 예상 못했다. 워킹 맘이어서 지역에 내려가거나 늦은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웠는데 다른 기자들이 많이 배려해주고 집과 회사에서도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 여기까지 왔다."
박현광 : "기자로서 욕심나는 사건이지만,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들어 뛰어들고 싶지 않은 보도이기도 했다. 과분한 응원을 받았으니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자로서 사명을 다하자, 조금만 더 힘내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