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부터 시작된 제주의 들불축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오름 전체를 불태우는 장관을 연출하기에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축제이다.
하지만 불놓기 축제는 들불축제가 처음은 아니다. 경남 창녕군은 1995년부터 정월대보름 행사로 화왕산 억새 태우기를 진행했고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억새 태우기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하지만 2009년 억새를 태우는 과정에서 불꽃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서 행사장은 순식간에 불지옥으로 변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사망하면서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는 중단되었고 들불축제가 대규모 불축제로서 유일무이한 자리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함께 봄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어서 불 피우기가 취소되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석유를 부어가면서 오름을 불태우는 행위가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한편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판 여론도 점차 커져갔다.
현실적으로 들불축제는 2008년과 2009년, 2012년, 2013년, 2016년, 2019년, 2020년, 2022년, 2023년 강풍과 우천, 전국 산불, 코로나, 구제역 등으로 행사가 전면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등 이미 안정적인 축제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름 전체를 불태우는 장면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수많은 인파를 모으는 들불축제는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축제, 2016년 제주특별자치도 최우수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녹색당·정의당제주도당, 새별오름 불놓기 허과과정 감사 청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들불축제 새별오름 불놓기가 산림보호법 제34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라는 판단이 산림청으로부터 나왔다.
이와 함께 제주녹색당과 정의당제주도당은 2020년과 2023년 들불축제를 위한 새별오름 불놓기 허가가 이뤄진 과정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청구하며 11월 11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들불축제에서 오름 불 놓기가 진행되는 새별오름 산 59-3번지, 산 59-8번지는 '산림'에 해당하기에 산림보호법 적용 대상을 받아야 한다'며 2020년과 2023년 새별오름 불놓기 허가가 두 가지 법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주시가 2020년과 2023년 불 놓기를 신청한 목적은 '관광자원화'였기에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허가권자가 아닌 애월읍장이 허가를 내렸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산림보호법 제34조 1항은 산림 또는 산림인접지역에서 불을 피우거나 불을 가지고 들어가는 행위 등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조 2항에서는 '산불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불이 탈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제거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또는 지방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 불을 피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령은 ▲ 산림병해충 방제 ▲ 학술연구조사 ▲ 그 밖에 산불의 확산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행위로 한정해 허가를 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주시 관광정책과는 2020년과 2023년 새별오름 불놓기를 신청하면서 각각의 목적을 '묵은 억새 태우기를 통한 향후 새별오름 억새 관광자원화', '새별오름 관광자원화를 위한 묵은 억새 태우기 및 병해충 방제'를 내세웠다. 2023년의 경우 신청 목적의 하나로 '병해충 방제'를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산림청 관계자에 따르면 "병해충 방제가 목적이라고 한다면 불놓기 전에 해당 지역에 대한 식물병해충 예찰조사 등이 이뤄져야" 한다. 제주시가 병해충 방제를 위해 그런 행정 절차를 진행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한 산림보호법은 산림에 불피우기에 대한 허가권자를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또는 지방산림청장'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애월읍장이 허가를 해준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애월읍장에게 관련 사무가 위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들불축제 산림보호법 위반 여부는 올해 '제주특별자치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주민 조례로 청구되어 심사되는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3년 들불축제 폐지를 주장하는 도민들 749명이 '들불축제 존폐에 대한 숙의형 정책 청구' 서명지를 신청했고 제주도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는 원탁회의를 거쳐 제주시에 '제주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며 생태·환경·도민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변화를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제주시는 불 놓기를 폐지한 들불축제를 시민들과 계획하겠다며 올해 들불축제 시민기획단을 꾸리기도 했지만 축제가 열리는 새별오름 주변 지역 주민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기존과 같은 형식의 들불축제를 유지하라는 내용으로 주민 조례를 청구한 것이다. 조례안은 축제 내용에 '달집 태우기, 목초지 불놓기, 불깡통 돌리기 등'을 넣도록 하면서 목초지 불놓기를 조례에 규정하고 있다.
산림보호법 위반 의견에도 들불축제 지원 조례 1명만 반대 표결
제주도는 조례안 검토 과정에서 들불축제 불놓기의 산림보호법 위반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조례안에 대한 집행부 의견서에 '▲ 2035 탄소중립도시 실현 등을 추진하고 있어 도정정책 방향과 부합하지 않음 ▲ "목초지 불놓기"는 산림보호법 제34조(산불 예방을 위한 행위 제한)를 위반하는 행위로 조례로 제정할 경우 상위법과 상충됨'이라고 적어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10월 22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에서도 제주도 측은 "목초지 불놓기는 '산림보호법'에서 규정하는 부분과 상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 도의원들은 "자치단체장들의 판단에 따라서 산불 허가를 해서 축제 콘텐츠를 폭넓게 운영하자"며 '목초지 불놓기' 등으로 구성된 축제 내용을 강제 조항이 아니라 허가권자인 도지사가 판단하도록 임의 규정으로 수정해서 해당 조례를 통과시켰다. 축제 콘텐츠를 위해 도지사에게 산불을 허가하라는 위험천만한 조례안은 상임위를 거쳐 10월 24일 본회의에 상정되어 재석 37명 의원 중에 단 1명만이 반대한 상태로 통과되었다.
조례안이 통과되자 행정안전부는 산림청에 공문을 보내 해당 조례안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고 산림청은 11월 5일 "산림보호법상 산림이나 산림 인접 지역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에, 산림보호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시정 조치를 해달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제주도에게 2020년과 2023년 외에 제주도가 어떤 명목으로 허가를 내줬는지 묻자 다른 연도의 허가 관련 서류는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