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도대체 이 나라의 대통령이 김건희인가 명태균인가 묻고 있습니다... (중략) 이틀 전 대통령의 끝장토론은 이 정권의 끝을 보여줬습니다. 권력의 주체인 국민들이 '틀렸다! 바꾸라!' 요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못하겠다! 안 하겠다!' 답했습니다. 이제 나가라! 물러나라! 퇴진하라! 외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민주노총·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가 주최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24 전국노동자 대회 및 1차 퇴진 총궐기'가 9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와 숭례문 앞에서 10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대회에서는 '참지 말고 몰아내자!'는 캐치프레이즈에서 예고됐듯, 윤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봇물 터지듯 튀어나왔다.
"윤석열 정권에게 국민은 제압의 대상"
양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그들에게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군지 똑똑히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부자감세로 구멍난 세수를 메우고자 서민의 복지를 축소하는 윤석열 정권에게, 국민은 굴종과 제압의 대상이다. 비판과 질타의 목소리는 가짜뉴스고 반국가 선동"이라며 "법치는 노동자 탄압의 도구일 뿐 자신과 가족은 법 위에 군림한다"고 질타했다.
양 위원장은 "전두환의 군사독재보다 더욱 악랄한 검찰독재 정권, 이명박의 비즈니스 프랜들리보다 더욱 탐욕스러운 부자 퍼주기 정권, 박근혜의 국정농단보다 더욱 파렴치한 국정파괴 정권"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우리의 힘으로 멈추자"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에 이어 숭례문 앞 설치 무대에 선 각계 대표 참가자들의 투쟁사에도 날이 서 있었다. 최근 보도된 명태균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개입 정황과 관련해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더럽고 추악한 윤석열 정부의 부당함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지회장은 이어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내린 구형은 저에게 4년 6개월, 철창에 스스로를 가둔 유최안 당시 부지회장에게는 3년 포함해 전체 구형량이 20년 4개월"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선택했고, '나는 또 다시 그 자리에 서더라도 똑같이 싸우겠다'고 동료는 법정 최후 진술에서 말했다. 윤석열이 말하는 그 법과 원칙을 깨부수기 위해 함께 싸우자"고 외쳤다.
유매연 행동하는경기대학생연대 대표는 최근 대학가 대자보 철거 사태와 관련하여 "윤석열 대통령은 대체 국민들의 어떤 이야기가 두렵기에 이렇게 막고 있는 거냐"면서 "모든 것이 본인의 불찰이라고 해놓고 국민의 목소리는 왜 묵살하고 있는가. 단 하루도 기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해 지금 퇴진시키자"고 주장했다. 그가 앞서 던진 질문은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 단 하루라도 더 버틸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조그마한 파우치' KBS 조롱거리로 만든 사람이 다음 KBS 사장"
유 대표처럼 이날 투쟁사를 통해 질문을 밝히는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사회 각계가 현 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함께 드러났다.
박경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의료가 무엇인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오히려 의료를 시장에 내맡기고, 민간보험을 활성화하고 건강보험은 축소하는 민영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통령 말대로 아무리 의사를 늘려도 우리가 바라는 지역·필수 의료에 배정할 방법이 없다"며 "국민이 의료의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KBS는 국민이 아닌 용산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며 박상현 언론노조 KBS 본부장도 질문을 던졌다. 그는 "김건희가 받은 300만 원짜리 디올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해서 KBS를 전 국민의 조롱거리로 만든 박장범이 다음 KBS 사장을 한다고 한다"면서 "그런 사람이 KBS 사장이 될 수 있겠냐"고 주장했다.
앞서 배포한 투쟁사를 통해 "뉴스를 보니까 우리 농민들이 농사짓는 작물마다 다 금이라고 한다"고 했던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의 질문은 "이렇게 금을 키웠으니 농민들 죄다 부자되었을까요"라는 것이었다. 하 의장은 이날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자"고 주장했다.
이날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우리는 오늘, 윤석열 정권 퇴진과 사회 대전환을 위한 역사적 대장정에 나선다"면서 "11월 20일 2차 총궐기, 12월 7일 3차 총궐기에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더 큰 퇴진광장을 열어나가자"는 총궐기 결의문을 발표했다.
"경찰은 도발하지 말아달라"
한편 이날 본 대회는 출동한 경찰과 참가자들 간에 일부 몸싸움이 일어나고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당초 예정됐던 1시간을 훨씬 넘겨서야 종료됐다.
양 위원장은 앞서 "오늘 이 광장을 열어내는 과정에서 조합원 4명이 연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광장은 한국 사회를 바꾸었다. 주권자의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여러 차례 경찰과의 무력 충돌 자제를 당부했다. 사회를 맡은 고미경 민주노총 사무총장도 여러 차례 "경찰은 도발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본 대회는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유족들도 참석한 가운데 오후 4시 5분께부터 시작돼 5시 45분께 종료됐다. 새내기 조합원들의 개회 선언, '고쳐 쓸 수 없는 정권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영상 상영, '세상에 지지 말아요' 등 노래 공연 등도 함께 열렸다.
본 대회에 앞서 금속노조, 전교조, 언론노조, 교수노조 등 가맹조직은 오후 1시께부터 전태일 동상 앞, 통일로, 서울정부종합청사 앞, 남대문로, 종각사거리, 프레스센터 앞, 서울역 등에서 각각 모여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본 대회장으로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