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대한 야5당의 대답은 사실상 "탄핵"이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주말 도심 장외집회에서 이틀 전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대국민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특검이나 탄핵 등 어떤 방식이든 빠르게 끌어내려 국민 주권을 합법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9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제2차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와 당 소속 의원들, 그리고 신장식·박은정(조국혁신당), 용혜인(기본소득당), 한창민(사회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건희를 특검하라", "윤석열을 몰아내자" 등이 적힌 손팻말과 촛불을 든 이들은 숭례문~서울시청으로 이어지는 세종대로를 가득 채웠다. "집회 추산 인원은 20만 명"에 달했다.
'탄핵'이란 말 빼고 다 말한 민주당 "이제는 행동"
이재명 "죽을 힘 다해 여러분과 함께할 것"
지지자들의 연호를 등에 업고 집회 무대에 오른 이재명 대표는 "(국가) 최종 책임자의 권력은 주권자가 잠시 맡겨둔 것"이라며 "(그런데) 그 권력이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제대로 쓰여지고 있나?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고 바람직하느냐"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지금 얼마나 먹고 살기 어렵나. 이자와 월세, 동네 가게 물건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 (국민) 소득은 늘어난 게 없고, 일자리는 줄고, 미래는 불확실하다"며 "대통령은 분초를 다투어 국민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인데 과연 그들(윤석열 정부)에게 그럴 의지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의 땅에서 벌어지는 일(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왜 우리 국군과 살상무기를 보내야 하나. 전쟁 위험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경제가 타격을 입고 국민 삶이 위태롭다"며 "똑같은 재원으로 투자를 한다면 '전쟁날까 걱정되는 나라'에 하겠나. 왜 우리 국민들이 '(정부가) 전쟁 내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나"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이 나라의 기득권과 권력자들은 국민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국가권력 원천인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남용하려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정부를 겨냥해 "전쟁 책동을 중단하고, 국민의 어려운 삶을 살피고 국민 명령에 복종하라"며 김건희특검법 등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집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에 대해선 "우리가 바로 첨병(선봉장)이고, 우리로부터 시작해 거대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그들이 지금 강성해 보여도 결국 우리가 맡긴 권력을 잠시 대행하는 한 인간들일 뿐이다. 우리가 맞서 싸우면 이길 수 있다. 저도 죽을 힘을 다해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독려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연단에 올라 "대통령 대국민 담화 본질은 '실질적 통치자는 김건희(여사)이니 불법을 저질러도 수사받을 수 없고, 찍소리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라며 "나라가 '김건희 왕국'으로 전락했는데도 (대통령은)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했다. 단언컨대 대통령 자격이 없다. 그들 스스로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 이제는 행동해야 될 때"라고 가세했다.
"윤건희 부부, 민주주의에 큰 모욕... 임기 마지막 날 퇴근시켜선 안 돼"
민주당이 탄핵을 '행동해야 될 때'라고 빗댄 것과 달리 야4당은 거침없이 "임기단축 개헌"과 "탄핵"을 언급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원내부대표는 "어쩌다 대한민국이 조작과 주술의 나라가 되었나"라며 "대통령은 담화에서 반말을 찍찍 내뱉고, '미쳤냐'는 비속어를 함부로 사용하며 국가의 품격을 땅에 떨어뜨렸다"고 직격했다.
신 원내부대표는 "윤석열 그분이 2027년 5월 9일(임기 마지막날) 대통령실에서 평화롭게 퇴근하는 일을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김건희)특검법을 통과시키고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 때때로 싸움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넓은 탄핵 광장과 뜨거운 탄핵 용광로에서 싸우는 한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소리쳤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켰던 촛불 집회를 소환했다. 용 대표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국민이 분노해 고개를 숙이지만,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할 부분은 없다, 국민이 특검을 요구하니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여사를 해외순방에 덜 데리고 다니겠다는 것"이라며 "찬란한 민주주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나라에 이보다 더 큰 모욕이 어디 있나"라고 질타했다.
용 대표는 "박근혜 탄핵 집회에서 '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우리는 '이게 대통령이냐'고 다시 묻고 있다"며 "영부인 국정개입과 국기문란 (의혹)에 부부싸움 좀 하겠다는 따위의 대답을 내놓는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찬 바람 불던 날씨에도 (탄핵)광장에 나서야 했던 국민 여러분의 심정을 잘 알고 있다"며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광장을 가득 채우면 우리 정치가 탄핵을 결단하는 등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이번 겨울 국민이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국민에게 복무하지 않는 대통령, 국민을 무시하는 권력을 국민께 다시 돌려드리는 것이 헌정질서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공화국"이라며 "윤 정부를 확실하고 빠르게 끌어내려 주술사의 국정농단을 끝장내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