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해서 광명 찾자."
광명시는 경기도의 작은 소도시이다. 지하철 7호선을 타고 가다 보면 가산디지털단지역과 사이에 철산역과 광명사거리역이 있다. 지역번호도 031번(경기도)이 아닌 02번(서울)을 사용한다. 서울과 서울 사이에 끼어 있는 듯 경기도 끄트머리에 있는 작고 작은 도시가 광명시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광명시가 소란했다. 2024년 11월 9일 토요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광명 유권자 대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탄핵" 문구로 스타된 강아지
집회가 열린 곳은 광명시 철산동 상업지구이다. 철산동 상업지구는 철산역이 있어 서울로 출퇴근하는 광명시민들이 매일 같이 지나다니는 길이고, 광명시청과 같은 관공서를 비롯하여 병원, 식당, 카페, 학원 등이 즐비해 있어 동네 사람들의 생활 공간이다. 그런 곳에서 집회가 열리니 보기드문 풍경에 지나던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보았다.
작은 도시의 동네 사람들이 여는 집회는 대도시에서 열리는 집회와는 사뭇 달랐다. 말투부터 프로(?) 선동가들과 달랐다. 대도시 집회에서 자주 들었던 말투와 억양이 아닌 친구와의 전화 통화에서 들었을 법한 친근한 말투와 억양에 떨리는 목소리, 잦은 방송 사고들이 집회이기보다 동네 잔치와 같은 친근하고 다정함이 느껴졌다.
이색 이벤트로 '탄핵열차의 꿈' 시상이 있었다. 시민들은 하고 싶은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고, 이 중 몇 개를 뽑아 시상을 하였다. 19살 최아무개양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내가 해도 이거보단 잘하겠다"라고 적어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웃음을 터트렸다.
집회는 오후 4시에 시작하여 발언과 공연, 결의문 낭독 후 가두행진으로 이어졌다. 광명시민들에게 낯선 가두행진에 시민들은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보며 행진열을 향해 응원의 손짓을 보내기도 하였다. 행진열의 스타는 "윤석열 탄핵"이라는 문구를 달고 나온 귀여운 강아지였다. 일명 "개사과"에 응수하듯 위트 넘치는 강아지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강아지 앞에 몰려들었다.
가두행진 후 철산 상업지구에 모인 광명의 촛불시민들은 정리집회 후 뒷풀이 장소로 이동하였다. 집회에 사용되었던 의자들은 자발적인 시민들의 손길에 순식간에 정리되었고, 쓰레기 하나 남지 않았다. 학원을 마치고 나온 청소년들도 허기진 배를 채우러 집회 인파를 따라 동네맛집 감자탕집으로 따라나섰다.
광명시의 이름을 넣어 "탄핵하여 광명 찾자"라는 위트 있는 구호를 외치며 동네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동네 사람들의 집회는 시위답지 않은 화목한 분위기를 속에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