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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충남 홍성 복개 주차장에서는 제1회 홍성 비건 페스티벌이 열렸다.
지난 10일 충남 홍성 복개 주차장에서는 제1회 홍성 비건 페스티벌이 열렸다. ⓒ 이재환

돼지만 60만두를 사육하는 지방 소도시의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의 '바비큐 축제'를 비판하며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모아 '비건 축제'를 열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충남 홍성에서는 '비건 축제'가 열렸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 1일부터 3일까지 홍성군에서는 군 주최로 바비큐 축제가 열렸다. 홍성군은 해당 축제를 '홍성의 축산물을 즐기는 축제'로 소개 한다. 그러나 일부 홍성 주민들은 "기후 위기시대이다. '고기 축제'에 동의할 수 없다"며 비건 축제를 열었다. 고기 굽는 연기와 탄 냄새로 가득한 바비큐 축제 대신 '고기 없이'도 맛있는 마을 축제를 선보인 것.

실제로 이날 축제장에는 '고기를 굽는 것은 지구를 굽는 것이다', '축산의 중심지 홍성에서 채식을 외치다'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이 등장했다.

"고기 굽지 않아도 맛있는 축제"

비건 음식을 판매하는 부스에는 지역에서 나온 호박, 고구마, 당근 등의 유기농산물과 재료로 만든 음식이 식탁 한가득 차려졌다. 국수, 수수부꾸미, 손으로 빚은 찹쌀떡, 김말이 등 고기 없이도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단도 눈길이 간다. 물론 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도 사용하지 않았다. 일부 매장에서는 뻥튀기를 접시로 쓰기도 했다.

 지난 10일 충남 홍성에서는 지자체의 바비큐 축제에 대응하는 의미로 비건 축제가 열렸다.
지난 10일 충남 홍성에서는 지자체의 바비큐 축제에 대응하는 의미로 비건 축제가 열렸다. ⓒ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제공

 뻥튀기 접시에 담긴 비건 과자.
뻥튀기 접시에 담긴 비건 과자. ⓒ 이재환

축제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비건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 평소에도 비건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육식은 그 자체로도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채식이 필수이다"라면서 "(음식을 먹어보니) 내 입맛에는 잘 맞는데, 아이들의 입맛에는 어떨지 잘 모르겠다"라고 웃어 보였다. 또다른 시민은 "홍성 바비큐 축제장도 가 보았다. 고기 굽든 연기가 가득했다. 고기를 굽지 않아도 '맛있는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 재미있고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홍성군에서는 돼지 61만두, 소 6만3천두를 사육하고 있다. 이를 두고 홍성군은 홍성을 '축산의 중심지'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역 주민들은 축산 분뇨에서 나오는 악취로 민원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10일 홍성에서 열린 비건 축제에 등장한 피켓.
지난 10일 홍성에서 열린 비건 축제에 등장한 피켓. ⓒ 이재환

 지난 10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비건 축제.
지난 10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비건 축제. ⓒ 이재환

장정우 홍성 녹색당 운영위원은 "얼마 전에 홍성에서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번 비건 축제는 그에 대응하는 의미가 있다.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이다. 게다가 홍성은 축산 문제(민원)가 심각하다. 그에 대한 성찰 없이 마치 홍성이 바비큐의 성지나 메카인 것처럼 홍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 대중들은 고기를 먹는 것이 왜 해로운지, 육식 외에 다른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일반인들도 채식과 비건을 쉽게 접해 볼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했다"며 "고기를 완전히 끊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일주일에 세 번 먹던 고기를 한번으로 줄이는 노력은 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더 나은 선택이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비건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동물 복지에도 관심이 많은 비건들은 공장식 축산과 동물 학대에 반대하고, 동물 등록제 도입으로 애완동물을 사고 팔지 않는 이른바 '팻숍 금지' 정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비건이기도 한 신나영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비건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 뿐 아니라 동물을 착취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고기를 줄이면 당연히 생산량도 줄게 될 것"이라며 "생산자인 축산업자들을 탓하기 전에 소비자들이 먼저 육류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차츰 동물을 착취하는 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자체의 지원없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치룬 이번 비건 축제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홍성녹색당, 충남동물행복연구소의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지역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하고, 기금을 모았다. 일부 주민들은 쌀과 고구마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충남 홍성에서는 제1회 홍성 비건 페스티벌(홍성 비건 축제)이 열렸다.
지난 10일 충남 홍성에서는 제1회 홍성 비건 페스티벌(홍성 비건 축제)이 열렸다. ⓒ 이재환

#비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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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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