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야외 화단에 유독 돋보이게 해 전시됐다가 대학생들에 의해 훼손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마산부윤(시장)의 글씨를 새긴 석물이 일시 철거됐다. 창원시 문화시설사업소는 11일 두 석물을 마산박물관 지하공간으로 옮기는 작업을 벌였다.
마산박물관 관계자는 "두 석물이 우선 훼손된 상태에서 계속 밖에 그대로 놓아 둘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지하 공간으로 옮겨 페인트를 지우는 작업을 한 뒤에 재배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산박물관 운영자문위원회에서 논의를 해서 화단 바닥에 설치하기로 했다"라며 "재배치 시기는 아직 정할 수 없고 페인트를 벗겨내는 작업부터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페인트 벗겨내는 작업부터..."
해당 석물은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 만들어진 추산정수장에 있었고, 당시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齋藤實)의 '산명수청(山明水淸, 산수가 맑고 깨끗해 경치가 좋음)', 마산부윤 판원지이(板垣只二)의 '수덕무강(水德无疆, 물의 덕은 너무나 커서 그 끝이 없음)'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었다.
두 석물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민족정기 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철거돼 산호공원(용마공원) 화단으로 옮겨졌다가 2001년 마산박물관이 건립되면서 이곳으로 이전되어, 화단 바닥에 글자만 보이도록 해서 묻혀 있었다. 그러다가 2022년 5~9월 사이 받침지지대를 세우고 보호각에다 야간조명시설까지 갖춰 두 석물을 나란히 올려 유독 더 돋보이게 해서 전시를 해놨던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제보를 받아 지난 10월 18일 첫 보도를 했고, 이후 열린사회희망연대가 기자회견을 열어 철거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일제잔재청산을위한대학생행동이 지난 8일 두 석물에 붉은 색칠을 하고 망치로 글자를 뭉개면 훼손했던 것이다. 석물이 훼손되다 마산박물관은 하얀 천으로 덮어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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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잔재 조선총독 글 새긴 석물, 전시할 가치 있나" https://omn.kr/2aw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