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난달 1일 취임하고 총선을 치른 다음 40여 일 만에 총리로 재선출됐다.
이시바 총리는 11일 특별국회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열린 총리 지명 선거에서 1위에 올라 다시 총리직에 올랐다고 NHK 방송이 전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9일 중의원을 조기 해산하고 내각 출범 한 달 만에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연립 정권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지난달 27일 치러진 총선에서 기존 의석수보다 64석 적은 215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옛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 획득에 실패했다.
자민당 총선 참패... 30년 만에 총리 지명 선거 '결선'
총리 재선출에 빨간불이 켜진 이시바 총리는 야당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날도 총리 지명 선거에 앞서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주요 야당 대표와 각각 회담하며 협력을 논의했다.
이시바 총리는 야당 대표들과 회담 후 "전반적인 선거 결과를 겸허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야당과 성실하게 마주하며 모든 것을 결정하려고 한다"라고 몸을 낮췄다.
중의원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1, 2위인 이시바 총리와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결선 투표를 치렀다. 총리 지명 선거에서 결선 투표가 열린 것은 1994년 이후 30년 만이다.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는 전체 465표 중 221표를 얻어 160표에 그친 노다 대표를 따돌렸다.
캐스팅 보트를 쥔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제3야당 국민민주당은 1차 투표와 결선 투표에서 노다 대표를 지지하지 않고 자당 대표에게 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사실상 이시바 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와 노다 대표 이외 후보 이름을 적은 무효표는 84표가 나왔다.
중의원과는 별도로 진행된 참의원 총리 지명 선거에서도 이시바 총리가 전체 239표 가운데 142표를 획득했다.
'소수 여당' 이시바, 정권 운영 험난한 듯
이로써 지난달 1일 일본의 제102대 총리로 취임했던 이시바 총리는 이날 다시 지명을 받으면서 제103대 총리로 제2차 이시바 내각을 출범하게 됐다.
이시바 총리는 1차 내각 각료 중 정부 대변인 관방장관을 비롯해 외무상, 방위상 등 주요 각료는 대부분 유임할 방침이지만 총선에서 낙선한 자민당 출신 각료 2명과 연립 여당 공명당 대표로 취임한 국토교통상은 교체하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총리직을 지켰으나 소수 여당 체제에서 야당의 협력 없이는 주요 정책이나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어 국정 운영이 험난한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총선에서 '실수령액 증가'를 공약으로 내걸고 의석수를 4배로 늘린 국민민주당은 이른바 '103만 엔의 벽' 개선을 요구하며 근로소득자 면세 기준을 103만 엔(약 936만 원)에서 178만 엔(약 1천617만 원)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은 면세 기준을 높이면 세수가 줄어들어 재정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결선 투표에서 패한 노다 대표는 "결과를 보면 유감이지만, 이시바 총리도 결선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상당히 엄격한 정권 운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총선 참패를 문제 삼아 자민당 내부에서도 이시바 총리를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며 권력 투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국내에서는 야당이 반대하는 정책을 억지로 밀어붙일 수 없고, 미국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하면서 이시바 내각의 국내외 모두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