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곡산업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충남 예산군 주민들이 서울 SK 본사 앞에서 삭발까지 단행하며 집회를 벌였다.
충남 예산군 신암면 주민 50여 명은 13일 서울 종로에 있는 SK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곡산업단지 건설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예산군(군수 최재구)과 SK에코플랜트는 신암면 조곡리 일원에 140만6455㎡ 규모로 조곡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은 현수막과 피켓을 통해 '산단조성은 허울뿐 SK에코플랜트가 폐기물 업자인가' '쓰레기 팔아 돈버는 SK는 주민 피눈물 안 보이나'라고 쏘아붙였다. 또 '폐기물업자 SK는 예산에서 물러가라' '우리의 소원은 조곡산단 취소' 등의 구호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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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영상] SK 본사앞 삭발한 시골 주민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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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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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진 주민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주민 3명은 조곡산단 취소를 요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현장에 있던 일부 주민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장 위원장은 "지금은 바쁜 농번기에 서울까지 왔다. 산업단지와 폐기물 매립장은 건설하는 것은 농촌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주민의 생존권을 짓밟지 말라. 주민들은 똘똘뭉쳐 산단과 산폐장 건설을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민들의 발언도 쏟아졌다. 한 주민은 "얼마전 암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도 여기까지 왔다. SK는 돈 욕심 그만 부리고 산업단지 건설을 포기하라"고 일갈했다. 또다른 주민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이대로 농사짓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주민 조순희씨는 기자에게 "주민 중 한 분은 땅 2000평 정도가 산업단지 부지에 편입된다. 하지만 충남도에 산업단지 승인 신청이 접수될 때까지도 그 사실을 전혀 전몰랐다"라며 "산단에 개인 소유의 땅이 들어가는데도 정작 본인한테는 사전에 연락도 없었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법(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체가 산단 부지 중 50%만 매도 승인을 받으면 나머지 50%는 지주가 반대해도 강제 수용이 가능하다"며 "그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가 무슨 공산주의 국가인가"라고 지적했다.
뒤늦게 폐기물매립장 빼겠다는 SK... 주민들 "산단 면적부터 줄여야"
한편, SK에코플랜트 측은 집회 하루 전인 11일 충남도와 예산군 등에 보낸 공문을 통해 "산업단지 (폐기물처리시설) 의무설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예산군민의 민원을 적극 해소하고자 현재 산업단지계획 인허가 행정절차 진행 중인 개발계획을 변경(매립장 폐지 및 유보지를 신설)해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조곡산업단지 건설에서 페기물매립장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암면 주민들은 '산업단지 면적을 줄이지 않는 이상, 산업폐기물처리시설은 언제든 다시 들어설 수 있다'면서 산업단지 건설 이전에 면적부터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폐기물처리시설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폐기물 발생량이 연간 2만 톤 이상이고, 산업단지 조성 면적이 50만㎡ 이상인 산업단지는 폐기물처리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주민들은 이날 SK에코플랜트 측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산폐장을 빼려한다면 산업단지 규모를 50만m² 미만으로 줄여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