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특정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한 상법 개정안의 일부다. 핵심은 회사의 이사에게 회사뿐 아니라 주주의 이익까지 보호하게 하는, 이른바 '충실의무'를 부과하는 일이다. 투자자들이 모회사 핵심 사업부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했는데, 갑자기 회사가 이 사업부를 떼어내 증시에 재상장시키면서 개인 투자자들에 막대한 투자 손해를 입히는 '물적분할'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민주당은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논란 이후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당 내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를 포함한 상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인터넷 통해 전자 주총 참여... '독립이사' 영역도 커진다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포함한 5가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14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확인했다.
참고로,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는 여권에서조차 그동안 많은 공감대를 이뤘던 주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무조건 도입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5월 이 내용을 포함한 상법 개정 논의를 꺼내들었다. 다만 이후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여태 갈팡질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이번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소액주주들은 '전자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상법 개정안은 일반적인 상장회사에는 전자 주주총회를 '이사회 결의'로 결정하도록 하고, 대기업에는 '전자주주총회 개최를 의무화'했다.
대기업에 집중투표제를 강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이사를 뽑을 때 주주들에 1주당 선출할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하고 이를 한 후보에게 집중 투표하거나 분산 투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현행법에도 집중투표제 조문이 있지만 기업 정관에서 이를 배제하도록 정할 수 있어, 유명무실했다는 게 민주당의 문제의식이다. 이번 법안에서는 대기업이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함부로 배제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기로 했다. 이번 법안에서 독립이사는 '사외이사로서 사내이사, 집행임원 및 업무집행지시자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로 정의돼 있다. 또 지배주주로의 권력 쏠림을 막기 위해 상장회사 독립이사 수를 기존 전체 이사의 4분의 1에서 3분의 1 이상 선임하도록 했다.
또 대기업이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분리 선출해야 하는 감사위원 수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도록 했다. 기존 정관을 통해 '2명 이상'으로 정할 수 있었던 감사위원 수를 3명 이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14일 상법 개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는 대로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법안 발의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번 상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에서 "상법상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정해, 회사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주주에 대한 의무는 규정돼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기업들이 합병·분할 등 각종 지배구조 개편 시 소액 주주의 이익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주의의무를 명문화해 총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 선임과정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분리선출되는 감사위원인 이사의 수를 확대하고자 한다"며 "또 상장회사의 주주총회에 전자주주총회 방식 도입과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해 회사의 의사결정과 경영에 있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의총 과정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조문 수정 권한을 지도부에 위임하고 이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조건을 달아 당론으로 채택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충실의무의 일반주주 확대를 규정한) 382조3항에서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내용에는 당내 이견이 없었지만 '특정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면 안 된다'는 구문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며 "혹시나 지분이 많은 특정 주주를 보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오늘 (법안이) '완성안'이 아니"라며 "추후 보완, 수정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