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안양시 만안구 안양7동에 '큰샘어린이도서관'이 개관했다. 도서관은 지하1층, 지상 5층 건물이고 6층에는 옥상정원도 마련되어 있다.
개관식 첫날,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과 부모님들
안양시는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만안구와 동안구로 나뉜다. 만안구는 구도심으로 유서 깊은 학교들과 안양역, 안양일번가, 예술공원 등이 있고 동안구에는 평촌신도시가 위치하며 대형 학원가와 특목고 진학률이 높은 중학교도 많이 있다.
만안구는 명소도 많고 교통 여건도 좋지만 교육 인프라가 동안구와 비교했을 때 떨어진다. 올해 학생 수를 비교해 보면 동안구 9855명, 만안구 4533명으로 두 배 차이를 보이는 것을 봐도 학부모들의 선호 지역이 어딘지 알 수 있다.
대신 만안구에는 영유아와 어린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집값이 동안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신혼부부들이 자리 잡기 쉽고 주변에 학원이 많지 않아 사교육 부담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만안구에 어린이도서관이 문을 열자 유모차와 씽씽카를 탄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속속 도서관을 찾았다. 개관일에 맞춰 풍선 아트, 스탬프 찍기, 매직 벌룬쇼 등 다양한 행사도 이어졌다.
개관 첫날부터 4층 배움샘에서 문지연 강사의 '동화속 미술놀이터' 수업이 있었다. <걱정머리 자화상>을 읽고 자신의 걱정머리를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크레파스를 쥐고 아이들이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는 동안 부모님들은 바로 옆 가족실에서 책을 읽거나 5층 북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사교육에서 멀어져 있는 만안구, 자기주도로 학습하는 아이들
동네 아이들을 어린이 도서관에서 보니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목마른 사슴이 샘물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사교육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동네 아이들은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도서관을 찾는다.
만안구에 사는 필자도 아이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멀지도 않은데 동안구로 이사를 해서 공부를 많이 하게 하면 어떨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반대를 했다. 친구들과 오랫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정이 들었기 때문에 전학을 가기 싫다는 것이었다.
책 속에 답이 있고 도서관에 책이 많은데 왜 옮기냐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자기주도로 공부해서 성공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대견했고 기특했다.
얼마 후 고등학교 가서 성적표 받아보고는 느슨한 나의 사고방식이 아이들을 실패자로 만든 것 같아 속상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스쳐가는 바람이란 걸 곧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스프링 같은 면이 있었다. 움츠러드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점핑을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생각을 증명해 보이려는 듯 더 열심히 노력했다.
아이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부모들 늘어
주변에서 보면 최근에 젊은 부모님들은 공부를 많이 시키기보다는 다양한 체험을 함께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배우고 있는 자녀와 같은 입장이 되어 어린 시절 배웠던 것이지만 다시 익혀보기도 하고 생각을 나누며 육아를 즐겁게 하려 한다.
그리고 지식을 많이 쌓아서 최고가 되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행복해지길 바라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주입식으로 빠르게 배워서 1등을 하기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성취하고 기쁨을 느끼길 바란다. 그런 소소한 성공 경험이 아이를 더 큰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부모들의 생각이 변화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아이와 도서관에서 함께 수업을 듣고 생각을 나누면서 차츰 변화된 건 아닐까.
지역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첫걸음
현재 안양시에서 동안구와 만안구에 교육격차를 해결하고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새로운 도서관 건립과 더불어 미래교육센터 등이 논의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최대호 안양 시장은 개관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큰샘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놀며 사고하고 같이 공유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놀이공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중략) 앞으로도 지역 아동과 주민들이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이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장명희 안양시의원은 지난 6월 10일 안양시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미래교육센터 건립을 만안구에 설립할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개관식에 참석한 그녀의 말이다.
"일주일에 한번 (이동도서관에서) 책을 잔뜩 빌려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시간이 너무나 두근거렸고 그때 읽었던 여러 가지 책에 대한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 이런 것들이 저를 키워낸 힘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3층 유아실 벽면에 마주한 글귀가 마음을 파고들었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건 작은 마음들이야"
- 생텍쥐베리, 「어린왕자」
도서관에서 만나는 소중한 지혜가 아이들을 재능을 더 샘솟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만안구에 도서관도 더 많이 건립되고 미래교육센터 등 교육인프라가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교육격차 해소에 큰 역할을 하길 바라본다.
※ 큰샘어린이도서관 층별안내
1층 안내데스크, 주차장
2층 어린이샘(어린이 자료실)
3층 유아샘(놀이터 같은 유아자료실)
4층 창작샘(미디어 창작실), 가족샘(가족열람실), 배움샘1·2(문화교실)
5층 북카페(달콩), 놀샘별샘(시청각실)
6층 하늘샘(옥상정원)
(매주 금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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