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14일 오후 5시 6분]
"이제 그만 좀 하자!"
"몇 번째야, 몇 번째!"
3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1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마자, 국민의힘 의원석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당 측 반대 토론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자리를 떠났다. 결국 야권으로만 채워진 191명 전원 투표, 전원 찬성으로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감안하면 특검은 오는 28일 국회로 되돌아와 3번째 재표결을 거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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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상정된 3번째 버전의 김건희 특검은 기존안 대비 내용이 훨씬 단순해졌다. 14개에 달했던 규명 의혹들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및 명태균 게이트로 촉발된 공천개입 의혹 2가지로 압축했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권 도전 당시 채상병특검을 고리로 제안했던 '제3자 추천' 방식(대법원장)의 특검도 내용에 담았다. 거부권 행사 시 재표결을 염두에 둔 '이탈 설득'안이다.
겉으로 드러난 국민의힘의 반응은 '수용 불가'다. 오히려 공세 수위를 더 높였다. 김건희 특검과 곧 닥친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를 연결했다. 이날 반대 토론에 나선 검사출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롱패딩을 준비해 장외 집회를 한다지만 트렌치코트로 끝날 것 같다"고 조롱했다. 민주당 의원석에선 일제히 "헛소리!", "양심이 있나!"라는 고성이 새어나왔다.
같은 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를 언급하기도 했다. 주 의원은 "오늘은 김혜경씨가, 내일은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판결을 받는다"면서 "이재명 방탄용 특검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맹비난했다.
다만 명태균 게이트에 대해선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뉘앙스를 보였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선 여지없이 야권을 향한 공격이 쏟아졌다. 주 의원은 "민주당은 당 대표 선거에 돈 봉투가 오고갔는데 연루된 의원들은 검찰 출석조차 거부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국민께 진정으로 사과하는 거 한 번도 못봤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석에선 "돈 봉투 500만 원 어떡할 거에요!", "김건희 돈봉투는!"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주 의원이 멈추지 않고 특검 예산 비용을 언급하며 "민주당 추산으로도 1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라면서 "민주당이 고발하고 특검까지 골라 임명하면 그게 무슨 공정한 절차냐"고 강조했다. 야권석에선 또다시 "남편이 거부권 행사하는 건 맞느냐"는 질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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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야권 측 찬성 토론은 국민의힘의 퇴장 속에 이뤄졌다. 민주당 측 찬성 토론 마이크를 잡은 추미애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석한다고 그 책임이 면해지는 것 아니다"라면서 "귀로 듣기를 거부하지만, 양심이 있다면 진실을 밝히는 데 함께 했어야 한다.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검찰을 직격하며 "대통령 부부 변호인 법무법인검찰이 된 부조리극"이라면서 "이제 이 부조리극을 상식으로 바꿀 단 한 명의 특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승래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본회의 표결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의원이 왜 전원 표결에 불참했겠나. 개중에 기권표라든지 찬성표가 있을까봐 두려워한 게 아니겠느냐"면서 "국민의힘이 단단하게 결속돼 있는 게 아니라 매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또다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특검이 돌아왔을 경우, 재적의원 과반 출석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획득해야 법안을 최종 통과시킬 수 있다. 전원(300명)이 참석한다면, 야당 의원 192명을 제외한 국민의힘 진영에서 8명 이상이 나와야 가능한 일이다.
조승래 대변인도 "(국민의힘이) 말은 저렇게 하지만 내부적으로 동요와 혼란이 상당하다"면서 "(추가) 혐의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이라 국민의힘 의원들도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