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오히려 광복과 독립마저도 갈등과 분열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내년) 광복 80주년에는 '광복'의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하나 된 광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사업 시민위원회 위촉식'에서 "조국 해방을 보지 못한 채,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오직 후손의 내일을 위해 스러져 간 이름 없는 수많은 독립유공자 분들이 계신다. 그 분들이 흘린 피와 땀을 오늘날 얼마나 마음 속에 품고 사는지 자문자답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100미터 높이 초대형 국기게양대 설치 논란을 빚었던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사업, 송현광장 부지에 '이승만기념관' 건립 검토 입장을 밝혔다가 따가운 반발을 사고 물러났던 일 등이 연상되는 발언이었다.
서울시의 입장 변화와 무관하게 일부는 현재도 논란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일부 인사들을 독립기념관 등 주요 역사기관장에 임명하면서 이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더 커진 상황이다. 야당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가보훈부에서 추진 중인 가칭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제2독립기념관)'이 사실상 '이승만기념관'의 일환이 아니냐고 질타한 바 있다.
"세대와 지역 넘어서 함께 할 수 있는 기념사업 기획해 갈 것"
오세훈 시장이 이날 '하나 된 광복'을 강조한 연유도 이러한 상황 등을 감안한 셈이다. 특히 서울시가 내년 광복8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시민위원회를 꾸린 것도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닌, 세대·지역·이념을 초월해 광복을 제대로 기리기 위함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참고로, 광화문광장 국기게양대 설치 추진 등을 비롯한 오 시장의 보훈 관련 정책 강화는 차기 대권을 겨냥한 보수 결집 행보로 해석된 바 있다.
그는 이날 "이 자리에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이는데, 젊은 세대에게 광복은 어쩌면 책 속의 문장 하나, 책갈피 한 귀퉁이에서 만난 생경한 단어 하나일 수 있겠단 생각도 든다"면서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하나 된 광복'을 기리기 위해 시민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광복이란 두 글자에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수많은 사람들의 피, 땀, 눈물, 고통, 그리고 언제 올지 모르는 해방·광복을 꿈꾸면서 치뤘던 희생과 불굴의 용기들이 오롯이 녹아 있다"면서 "(그런데) 오히려 광복과 독립마저도 갈등과 분열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내년에는) 우리 모두의 '하나 된 광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바로 그것을 위해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서울시는 광복80주년을 맞이해서 모든 시민이 세대와 지역을 넘어서 함께 할 수 있는 기념사업을 여러분과 함께 기획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 이 모든 것이 어떤 희생과 헌신 위에 놓여 있는지 잊지 않고, 그 마음을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겠다"며 "시민위원회가 만들어 갈 광복 80주년의 의미가 서울을 넘어 이 땅 전체에 깊이깊이 남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라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후손 등 포함해 114명 시민위원회 활동 예정
한편, 이날 위촉된 '광복80주년 기념사업 시민위원회'는 시민위원 100명과 전문위원 14명 등 총 114명으로 구성됐다. 시민위원의 경우, 42개 대학의 대학생 69명을 포함해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홍보 서포터즈 31명으로 채워졌다.
전문위원은 ▲ 독립운동가 ▲ 보훈단체장 ▲ 학계·연구 ▲ 문화·예술 ▲ 청년 등 5개 분야로 나눠져 선정됐다. 독립운동가 윤억병 선생의 후손 윤태곤씨와 조소앙 선생의 후손 조인래씨, 김대하 광복회 서울시 지부장, 이명화 독립기념관 연구소 소장, 이태룡 국립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 손혜리 서울시 축제위원회 부위원장, 심지언 월간미술 편집장, 서울청년참여기구 운영위원 김영민씨 등이다.
기념사업을 총괄할 총감독은 조정국 한국축제감독회의 회장이 위촉됐다. 서울시는 조 총감독에 대해 "관악강감찬축제, 한양도성문화제 등 역사·문화 행사와 축제 총감독 경력을 다수 보유했으며 2003년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한 장이머우 감독 연출의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를 제작감독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시민·전문위원들은 정기적으로 위원회를 개최해 다양한 기념사업 계획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 사업계획은 역사·학술적 가치와 시민선호 등 교차검증과 총감독·실무TF 검토 후 최종 확정된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내년 광복 80주년 기념사업을 호국정신과 독립운동의 가치를 높이고 광복의 정체성을 시민들에게 심어주는 의미 있는 행사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론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도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거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500명 이상 체계적으로 발굴해 정부에 서훈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 카자흐스탄, 미국, 쿠바, 멕시코 등 해외 각지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을 서울로 초청해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한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