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14일 오후 5시51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에게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선고공판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며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은 문제가 된 금액이 총 10만 4000원이어서, 소위 '10만 4000원 기소'로 불렸다.
김씨는 남편인 이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 출마선언 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 광화문 중식당에서 민주당 전·현직 의원 배우자 3명에게 총 10만 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기부행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결제는 수행비서가 법인카드로 했는데, 검찰은 김씨가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김혜경)이 유력 정치인들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범행으로 죄질이 중하다"며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이번 법원의 유죄 판결로 이 대표와 김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기소와 별개로 검찰은 현재 당시 법인카드 사용 전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재판부, 약 30분에 걸쳐 판결 이유 설명... "암묵적 의사 결합 있었다고 판단"
이날 김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30여 분에 걸쳐 설명했다.
우선 재판부는 김씨와 공범관계인 수행비서 배아무개씨의 위치에 대해 "배씨는 경기도 공무원으로 채용됐으나 피고인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의 경기 성남 분당구 자택에 제보자인 조모씨를 통해 샌드위치, 과일 등을 전달하고 피고인의 일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 차례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선거캠프에 합류해 활동한 배씨가 경기도청에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이후에도 김씨를 사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혐의에 대해 "배씨가 현장수행과 차량수행 인원을 관여했고, 배씨가 현장에 가진 않았지만 상당히 구체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배씨가 현장에서 결제 예정이던 제보자에게 참석인원, 메뉴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구체적인 결제방법까지 지시했다. 배씨가 현장에 도착한 제보자와 10초 정도 연락했고, 제대로 결제했는지 확인했고, 이후에는 현장수행과 차량수행 인원과 연락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2021년 8월 2일 중식당 모임 전후로도) 배씨가 피고인을 위해 실질적인 수행비서 역할을 하며 식당 결제를 했다"면서 "이를 통해 광화문 중식당 식사비 결제를 충분히 인식했다고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기소된 혐의에 포함된 식사대금) 결제뿐 아니라 앞서 (다른 모임에서의) 모든 결제 행위 내용이나 기간을 보면 배씨가 자신의 독자적 이익만을 위해 행동했을 동기나 요인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배씨가 피고인의 묵인이나 용인 아래 기부행위를 한 것이고, 결국 피고인과 순차적이고 암묵적인 의사 결합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는 경선 캠프 초기여서 해당 모임의 '각자 결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상황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기부행위 상대방과 피고인의 관계, 제공된 액수, 선거와의 시간적 간격 등을 비춰보면 제공된 금품이나 이익이 경미하고, 직접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진 않는 점은 감경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배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경기도 공무원이던 배씨를 통해 기부행위가 이뤄지는 등 경위·수단·방법을 보면 선거의 공정성·투명성을 해할 위험이 있었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며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고하자 법정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 사이에선 "말도 안 되는 판결", "김건희는 징역 500년이다", "여사님 힘내세요"라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김칠준 변호사 "추론에 의한 유죄... 항소할 것"
선고 후 김씨와 변호인단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는 취재진에 "추론에 의한 유죄"라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소사실은 10만 4000원 법인카드 결제를 사전에 김혜경 여사가 알았었느냐 또 상호공모했었느냐가 핵심적인 쟁점이다. 이는 재판부도 인정했다시피 공모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동안 검찰은 이 사건의 간접 정황이라고 하면서 수많은 물량 공세를 했었는데, 오늘 재판부는 그동안의 여러 가지 행태를 들면서 '피고인이 당연히 알지 않았겠느냐'라는 결론을 내렸다. 추론에 의한 추측에 의한 유죄 판결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김 변호사는 "1심 판결에 항소해서 검찰이 (공모 등) 정황이라고 주장했던 부분에 대해 하나하나 진실을 밝혀나가겠다"라고 했다.
김 변호사 뒤쪽에 서있던 김씨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수원지검 "재판부가 확인한 사실, 관련 수사에 반영할 것"
선고 이후 수원지방검찰청은 앞으로 수사에 속도를 낼 뜻을 밝혔다.
수원지검은 이날 오후 5시경 "재판부는 오늘 판결을 통해 경선 당시 피고인이 가진 여러 차례 모임에서 경기도 법인카드가 사용된 사실, 피고인 자택에 배달된 과일과 샌드위치를 경기도에서 일괄 결제한 사실, 포장음식은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강조하며 "관련 사건 수사에도 반영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이번 기소와 별개로 당시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전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수원지검은 몇차례 이 대표 부부에게 소환을 통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