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국세 수입이 396조 원이었는데 올해 국세 수입이 337조 원이다. 윤석열 정부 2년간 세수가 14%나 줄은 거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거냐면, IMF 때 세수가 3% 줄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세수가 2.8% 줄었다. 코로나19 위기 때 세수가 2.7% 줄었다. 경제 위기 때도 세수 감소는 3% 이내였던 것이다. 14% 세수 감소는 정상이 아니다."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세수 결손은 부자 감세 탓이다. 최근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급기야 주택도시기금까지 3조 원 활용하겠다고 했다. 작년에 전세사기 문제가 심각했을 때 피해자들의 선구제를 위해 주택도시기금 1조 원을 활용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때 정부가 뭐라고 했나. '서민들이 내 집 마련하려고 저축한 것을 정부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건데, 그렇게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서민들을 위해선 1조 원도 못 쓰겠고, 부자 감세를 위해선 3조 원이나 쓰겠다는 건가." -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국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율 인하 등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펑크'를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지난해 56조 원에 이어 올해도 30조 원 규모의 세수가 덜 걷히면서, 당장 지방 정부에 지급해야 할 지방교부세도 못 줄 지경이다.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가 감세 기조를 유지해 현 정부뿐 아니라 차기 정부의 세수까지 100조 원이나 감소시킨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부자 감세와 긴축 예산 진단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세수 감소가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정부는 2년간 14%나 세수가 줄어든 이유가 경제가 안 좋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세수는 '경제성장률'이 아닌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성장률'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높아 경상성장률이 높은 상황에서 세수가 이렇게 줄어든다는 건 극단적으로 이례적"이라고 표현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당초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 등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민들에게 정확한 세수 감소 효과를 숨겼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정부 초기)추경호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법인세율을 내려도 세수가 줄지 않는다'고 지속적으로 말했는데, 정작 기획재정부는 '5년간 13조 원 세수가 줄어든다'고 해 정부부처와 장관의 말이 다른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는 더하기만 해봐도 5년간 60조 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국회예산정책처는 5년간 74조 원의 세수가 감소한다고 봤다"고 했다. 그는 "감세를 하겠다면, 적어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감세 효과를 말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있어야 했다"고 했다.
"상속세 감세해 봤자 60%는 최상위 100명에만 효과"
이 수석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의 정당성도 부족하다고 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법인세율을 낮춘 근거는 우리나라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법인세율이 높다는 이유였는데, 법인이 노동자를 고용할 때마다 내야 하는 고용·산재보험 등의 부담금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라며 "총부담금과 법인세를 합치면 OECD에서 가장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부담금을 제외하고 법인세율만 내려야 한다는 건 경제적 실질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감세 역시 극소수 부자들의 이익에만 편중된다는 비판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2023년 상속세 최상위 100명(0.03%)이 전체 상속세의 60%를 납부했고, 상위 1%(3600명)가 전체 상속세의 90%를 납부했다"라며 "즉, 상속세 감세를 해 봤자 그 효과의 60%는 상위 100명의 피상속인에게만, 90%는 상위 1%에만 돌아간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이 차기 정부에 '마이너스 100조 원'의 부담을 안길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한 감세 정책으로 윤 정부 임기 내인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83조 원의 재정 여력이 감소했다"라며 "윤 정부의 세법개정안 감세 효과는 다음 정부에 그 효과가 더 큰 폭으로 증대돼, 계산해 보면 차기 정부 5년간 총 100조 원의 재정 여력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증세한 결과로 인해 박근혜 정부 내에서는 10조 원의 재정 여력을 얻었고 문재인 정부에는 21조 원의 재정 여력을 안길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증세를 통해 총 10조 원의 재정 여력을 얻었고, 윤석열 정부에 6조 원의 재정 여력을 전달할 수 있었다.
최근 정부가 올해 30조 원의 세수 펑크를 막기 위해 주택도시기금 중 최대 3조 원을 끌어다 쓰기로 한 데 대한 쓴소리도 쏟아졌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정부가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추경은 생각도 안 하고 목적이 명확한 외평 기금(외국환평형기금)이나 일반 서민들이 어떻게든 집 한 채 구해보려고 청약 통장에 넣었던 청약기금(주택도시기금)을 갖다 쓰는 등의 방식으로 세수 결손에 대응하고 있다"라며 "모든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도 "이번 예산안에서도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2조 원 이상 삭감했다"라며 "정작 주택도시기금이 원래 사용돼야 할 분야에 대해선 예산을 삭감하면서, 부자 감세를 위해 발생한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3조 원이나 활용하겠다는 건 참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