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덴(Ukn Lee) 작가가 지난 7월 17일부터 오는 11월 17일까지 무려 4개월간 한국 작가 최초로 독일 왕국미술관 밧드 필몬 미술관( Museum im Bad Pyrmont)에서 '비현실과 이상'을 주제로 하는 초대전을 가졌다.
야외 만찬이 성대하게 열린 가운데 시작된 전시 오픈 날에는 한국인 바리톤 2명의 축가와 함께 불루메(Blume) 시장, 메링(Mehring) 미술관장, 독일 최고의 평론가 미하엘 스튀버(Michael Stoerber) 등 200여 명의 귀빈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독일 유학생으로 학업을 이어가면서 현재까지 40여 년간 독일에 거주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야덴 작가는 충남 서산시 음암면 출신이다. 지난 14일 잠시 한국에 잠시 나온 그는 필자를 만나 한복 천 위의 예술(Hanbok-Art)과 다양한 발전 방향 및 독일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한국 작가 최초로 왕궁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소감은?
내게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의 혼이 깃든 전통 한복 천 위의 유화 작업을 한 지가 20년이 넘었는데 언젠가는 유럽의 고성에 반드시 매칭해 보고 싶었다. 그 열망이 이뤄졌다. 고국을 떠나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로서 그 존재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번 전시를 위해 미술관과 나는 2년 넘도록 열심히 준비했다.
-작가님은 작품 속에 인장을 기록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것은 의도적이다. 그림을 완성하지 않은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함이다. 내 작품의 기법은 중첩이다. 이것은 작품 바탕 위에 새로운 이미지나 형상을 나만의 중첩기법을 통해 계속 이어간다는 의미다. 이로써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억체계를 그림 속에 담고 지워나가는 작업을 한다. 기억은 결국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다. '기억'이라는 것은 불완전체로써 그 결합은 대단히 추상적이므로.
- 한복 천을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한국을 방문한 어느 해, 낯선 곳에서 한복 포목점을 하시는 할머니를 우연히 만나면서부터다. 그분을 본 순간 내가 찾고자 했던 어머니의 대용품 한복을 발견했다. 가슴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이후, 한복 천에 유화를 적용하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캔버스보다 여러 면에서 (한복 천이) 매력 있는 재료임을 알게 됐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한복 천을 사용한 것은 20년이 넘었다. 그 이전의 작업 테마는 주로 '어머니와 아들'이었다.
- 한복 구입 경로는 어떻게 되나.
지금은 주로 오랫동안 간직하시던 분들로부터의 기증이다. 내 작품은 출발점부터가 아주 특별하다. (한복천)재료의 섬세함과 기증자들의 사연까지 곁들여 있어 그렇다.
- 마지막으로 고국에 계신 분들께 한마디 해달라.
한복 천은 강인함과 함께 섬세한 색과 문양이 굉장한 장점이다. 빛의 투영으로 인한 무한한 가능성도 한몫 한다. 이번 독일 전시도 그렇다. 유서 깊은 고성에서의 작품 설치 한계 극복은 바로 빛이었다. 회화 작품이 단순히 벽에 걸려서 보여지는 기존의 전시 형태가 아닌, 빛과 함께 설치의 모든 영역을 아우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내년 1월 말 체코 프라하 전시를 비롯한 10월 서울과 도쿄에서의 전시를 위해서 차별적인 가능성을 준비한다. 멀리서나마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투데이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