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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국회 교육위 소속 김준혁(민주당), 김대식(국민의힘) 두 의원이 고등교육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두 의원실은 지금이 "디지털 대전환, 인구구조 변화, 지역 공동화, 그리고 뉴노멀 사회 도래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들의 격변에 따라 대학교육 경쟁력 제고에 대한 사회적 요구 역시 강화되는 상황"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현재의 고등교육법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와 교육 환경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고등교육 기관이 새로운 교육 요구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고등교육법 전부 개정을 통해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강화하고, 대학이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혁신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며 법안의 의미를 설명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1998년 3월 1일부터(법 제정은 1997년 12월13일) 시행됐다.
1949년 교육법 제정 이후, 50년간 우리 사회는 교육법 하나로 초중등 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관리, 규정했다.

그러나 학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변화된 교육 환경을 교육법이 더는 감당하지 못하자, 오랜 논의를 거쳐 1998년 3월 1일부터 유아, 초중등, 고등교육, 평생교육 등 연령대별 교육 관련 법이 순차적으로 제정 및 시행됐다.

교육 관련 법 체계 비교
1949.12.31 ∼ 1998.3.1.1998.3.1. ∼
교육법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2005.1)
초중등 교육법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2000.3. /1987.7 제정된 사회교육법을 개정함)

고등교육법이 제정 및 시행된 지도 어느덧 26년째로, 현행 고등교육법은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어 대폭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교육계에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 이후 대학을 규제하는 내용은 보완되고 있지만 대학의 재정 지원과 국가의 고등교육 재정 책임을 명확히 하는 부분은 빠져 있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라는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의 운영을 총장에게 맡김으로써 직원과 조교, 학생의 의견이 소외되는 등 대학의 민주적인 운영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에서 교수회는 학칙 기구로 되어 있어 대학의 주요 의결과정에 참여하지만, 직원회와 조교회, 학생회는 대체로 임의기구로 되어 있어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 참여가 봉쇄되어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도 대학 구성원 자치기구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

교수회뿐만 아니라 직원회, 조교회, 학생회까지 대학 내의 주요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도록 대학 자치기구의 권리, 지원 규정을 법에 담아서 대학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에 대학 자치기구 규정의 명문화가 필요하다.

대학의 교수회, 직원회, 학생회 등 대학 구성원 자치조직을 법정 조직으로 보장해서 활동 기반을 마련(지원)해주면, 대학 경영진에 대한 내부 통제장치도 강화되어 부정부패를 줄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대학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반을 만들어 대학 민주화와 대학 경영의 투명성까지 확보될 수 있다.

모든 대학에 의무적으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나,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대학평의원회의 권한을 심의·의결 기구로 강화하고 학생 평의원을 늘려 평의회 구성의 민주성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꾸준히 있다.

대학평의원회는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 발전계획, 학칙의 제정 및 개정 등 대학 중요 사항을 교수와 직원, 조교, 학생 등이 참여해 심의 및 자문하는 기관이다. 대학평의원회는 사립대는 2006년부터 의무적으로 설치, 운영해야 하고 국공립대는 2017년부터 의무적으로 설치, 운영해야 한다.

애초 대학평의원회는 심의 의결 기구로 설계되었으나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의 극렬한 반대로 당시 노무현 정부가 타협해 심의 및 자문 기구로 기능이 축소되었다.

10년 먼저 도입된 사립대의 경우 대학평의원회가 대학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등 제 기능을 못 하고 있고 뒤늦게 도입된 국립대도 사립대의 전철을 밟고 있어 평의회의 권한 강화와 민주성 확대는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그밖에 현행 고등교육법에서 소외되거나 규정이 미비한 대학 조교, 한국어학당 교원과 관련해서도 변화된 대학 환경에 맞게 교직원의 구분과 임무를 명확히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고, 대학 강사 관련 규정, 대학 인권센터 재정지원 내용 등 손 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고등교육법 전부 개정 발의 법률안은 지난 26년간 법 시행으로 확인된 현행 고등교육법의 미비점과 우리의 변화된 고등교육 현실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부 개정 법안에서 교육부 장관의 지도 감독 권한을 축소한 것과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 내용을 신설한 것 등 눈여겨볼 대목도 있지만, 시행 26년째를 맞는 고등교육법의 전부 개정 법률안으로는 낙제점을 면키 어렵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인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크지만 어설픈 내용의 '전부 개정'은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고등교육법 전부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김준혁, 김대식 두 의원실은 물론 국회 교육위도 교육계의 목소리에 경청해야 한다.

고등교육법 시행 26년을 제대로 평가해서 현행법의 미비점과 변화된 환경에 맞는 내용까지 담아서 개정할 의지가 없다면 이번 고등교육법 전부 개정 법안은 폐기하는 게 맞다.

#고등교육공공성강화#고등교육법#대학평의원회기능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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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대학 개혁을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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