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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김민지·이수연(두 사람 모두 가명)씨와 강민석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부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부산에서 180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최아무개(54)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김민지·이수연(두 사람 모두 가명)씨와 강민석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부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부산에서 180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최아무개(54)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 박수림

"2024도11043 피고인 최OO, 상고를 기각합니다."

20일 오전 10시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 2호 법정 안. 재판부가 부산에서 180억 원대 전세사기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최아무개(54)씨에게 징역 15년을 확정하자,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들이 박수를 쳤다. 긴장감이 역력했던 이들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이날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최씨는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부산 수영구 오피스텔 등 9개 건물에서 임대 사업을 하며 229명에게 전세보증금 180억 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부장판사 박주영)는 지난 1월 24일 검찰이 구형한 징역 13년보다 더 무거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법원이 경합범 가중까지 활용해 형법상 사기죄에 선고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다.

재판부는 "전세사기 범행은 주택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교란하고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그들의 생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라며 "이런 범죄에 맞서 사법 당국은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부산지법 형사4-1부, 부장판사 성익경·박영호·김도균)역시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다. 또다시 불복해 상고한 최씨에게 이날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짧은 주문에 큰 위로 받은 피해자들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를 비롯한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세사기 가해자 형사재판 1, 2심 엄중처벌 판결 확정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를 비롯한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세사기 가해자 형사재판 1, 2심 엄중처벌 판결 확정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정에 들어가기 전 <오마이뉴스>와 만난 피해자 김민지(가명, 28)씨는 "어젯밤에 선고 결과가 걱정돼 악몽을 꾸고 잠을 잘 자지 못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법원에 왔다. 두 눈으로 직접 (선고 결과를) 확인해야 그나마 마음의 짐을 털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피해자 이수연(가명, 41)씨도 "오늘 부산에서 새벽 차를 타고 왔다"라면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전날 부산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등도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고는 전국 전세사기 범죄 관련 첫 대법원 판결이기에 중요하다"라며 "향후 다른 전세사기 형사재판에도 주요 판례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선고가 끝나자 박수를 치며 법정을 빠져나왔다.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함께 자리한 강민석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부위원장도 "당연히 이게 맞지! 판결이 이렇게 돼야 맞는 거지!"라고 피해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씨는 "'상고를 기각합니다'라는 딱 여덟 글자 들으러 서울까지 왔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최씨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이들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에 "상고 기각되었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부산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피해자들은 이씨의 메시지에 환호로 답했다.

김씨는 "재판부의 주문 몇 글자만으로도 위로가 됐다. 오길 잘한 것 같다"라면서 "그동안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분들이 저에게 '너는 잘못한 게 없다'라고 말해주셨던 게 제일 든든했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세사기 가해자들과 예비 가해자들에게는 '제발 그렇게 살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라며 "결과가 잘 나왔으니 진행 중인 민사 소송과 더불어 부동산 중개인 쪽 고소를 잘 준비해 보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앞서 1심 선고를 앞두고 1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넣었는데 그게 (담당 판사인) 박주영 부장판사가 쓴 양형 이유에 담겼더라"라며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분들의 상황이 어렵겠지만 끝까지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가해자 최씨는 단 한 번도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는데, 이제 어떻게든 사과의 말을 듣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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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부산전세사기#180억#대법원#교촌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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