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난에 허덕이는 부산의료원 사태를 둘러싸고 부산시민 10명 중 8명은 '부산시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역의 노동시민사회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부산의료원 적자 상태로 놔둬선 안 된다며 광장 집회를 예고했다.
응답자 8~90%는 "공공의료 중요하고 확충해야"
20일 사회복지연대가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한 공공의료에 대한 부산시민 인식조사 결과(부산지역 18세 이상 남녀 802명, 지난 4~7일 구조화 설문지 활용 온라인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에 따르면, 응답자의 83.9%는 '부산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부산시의 예산지원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반대 의견은 8.0%에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병상 운영과 연관된 질문 항목에서는 '지방정부(41.5%)', '중앙정부(35.4%)', '부산의료원(15.1%)' 순으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대다수(78.1%)는 부산의료원을 '공공병원(78.1%)'으로 바라봤고, 감염병 확산 당시 대응에서도 57.9%가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공공의료 중요성(91.3%)'과 '공공병원 확충 필요성(87.3%)'에 대해선 강한 공감대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의 2.7%에 불과한 현실에 대해선 '중앙정부(46.4%)', '지방정부(34.1%)', '지역정치권(12.9%)'이 순서대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공공의료가 책임져야 할 필수 의료서비스(복수응답)로는 '감염병(87.8%)', '외상 및 응급의료(87.4%)', '산모와 아동의 건강(83.2%)', '심장질환과 뇌졸중(83.1%)', '암(80.1%)', '치매 및 노인성 질환(76.8%)', '희귀난치성 질환(73.8%)','재활의료(68.4%)', '정신질환(65.8%)' 등이 꼽혔다.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을 찾아 이러한 내용을 공개한 이성한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부산의료원 운영 부진의 일차적인 책임이 부산시에 있다고 본 시민 의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는 내년도 본예산안에 부산의료원 출연금을 87억 원으로 책정했다.
차입금 상환액 30억 원을 제외하면 57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과 큰 차이가 없다고 꼬집은 그는 "고통을 감내한 코로나19 이후 회복의 시간이 필요한데 부산시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편성 확대를 촉구했다.
사회복지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한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민병훈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 사무국장은 '부산의료원 정상화 및 공공의료 강화․확충을 위한 민관 TF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민 사무처장은 "완전한 정상화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지속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안 심사 속에 이들 단체는 오는 26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관련 집회를 연다.
부산시의회는 부산의료원의 경영혁신을 요구하면서도 시 차원의 대응 부족을 동시에 꼬집는 모양새다. 서국보 국민의힘 시의원은 지난 6일 시민건강국 행정사무 감사에서 "누적 적자가 1302억인데 코로나 손실금은 1147억이다. 긴축재정으로 의료인력 이탈이 이어지는 데다 운영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며 부산시의 계획을 따져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