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김포시가 장애인 복지행정을 후퇴시킨 것을 따지러 이곳에 왔습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역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자립하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포시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필요성과 효과성을 인정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임대료 전액 삭감을 결정했습니다. 이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 권리를 강탈하고, 탄압하는 결정입니다." (김동림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김포IL센터) 이용 장애인들과 활동가, 시민들이 김포시가 내년부터 2개소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임대료를 전액 삭감한 것에 항의하며 19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은 김포장애인야학,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김포민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공동 주최했다.
김포시는 2021년 9월부터 김포지역 장애인자립생활센터 2개소에 연간 5376만 원의 임대료를 나누어 지원해왔다. 김포IL센터 조은별 사무국장은 "김포시가 지난 10월 자립센터 2곳 예산 전액을 삭감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해옴에 따라 김포IL센터 등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2개소에서는 김포시의 지원 임대료가 단순한 공간 임대료가 아닌 지역 장애인의 프로그램 운영, 교류, 자조모임 등을 위한 지원임을 강조하며 김포시의 결정 철회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김포시는 임대료 전액이 삭감된 예산안을 최종 시의회에 상정했다"며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당연히 국가가 설치, 운영해야하는 시설로 이를 지원하는 것은 지자체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김포IL센터 조은별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포IL센터 김동림 소장 등은 김포시의 예산삭감과 장애인 복지 행정 후퇴 등을 강하게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기자회견 후 참석자들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임대료 지원 전액 삭감이 웬말이냐', '울릉도 휴양원 건립비용 200억 원이면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임대료 400년간 지원 가능' 등 항의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현관 등에 부착하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김포IL센터 엄소현 이용자는 "저는 김포장애인자립생활터를 만나 이전의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끝낼 수 있었다. 센터에서 체험과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귀며 자신감을 갖고 살게 되었다"며 "많은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사업이 계속 해달라"고 주장했다.
송현미 활동가는 "김포시가 2021년 9월부터 4년째 지원했던 임대료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는 소식을 듣고 장애인의 온전한 자립을 위해서 해왔던 그동안의 활동들이 송두리째 부정 당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며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체험홈, 자립생활주택, 활동 지원 사업, 근로 지원 사업과 평생교육 프로그램, 무상급식,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적극 지원하고 지역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근 김포시청 지하에서 운영해오던 장애인청년 카페가 김포시에 의해 일방적으로 운영중단된 것에 항의하는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는 사회적기업 파파스윌 엄선덕 대표가 참석해 연대발언을 했다. 엄선덕 대표는 "오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임대료 예산 삭감 소식을 듣고 연대의 마음으로 왔다"며"파파스윌이 장애인청년들과 함께 고양시청 지하에서 운영했던 달꿈카페는 김포시가 작년 12월 리모델링을 이유로 운영을 종료시켰으나 6개월 만에 프렌차이즈 카페 콤포즈를 수의계약으로 입점시켜버렸다. 우리가 계속 항의를 하지 사회적 기업 임대공간마저 쫓아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포시는 '직원들이 저렴하고 다양한 메뉴를 원해 그런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 밝혔고, 임대 관련해서는 '사업운영 성과 전반을 평가했다'는 입장이다, 편집자 주)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확대'를 요구하며 김포시청 앞에서 26일 동안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은혜씨도 발언을 이어갔다. 이씨는 "저는 중증장애인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힘든데 제 장애상태를 보고도 300시간의 활동지원만 승인해 주었다"며 "갑자기 사고가 나거나 밤에 화장실에 가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중증장애인 활동 지원 시간은 24시간이 무조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희 활동가는 "김포시가 장애인 지원을 축소하고, 예산을 삭감해서 울릉도에 200억 원 연수원을 짓는 등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고 있다. 장애인들도 김포시의 한 축을 이루는 시민들로 합당한 지원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김포시장은 장애인지원센터 임대료 예산을 정상화하고, 당사자들과의 면담에 조속히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김동림 소장은 김포시청 담당공무원을 통해 김포시장 면담을 요청하는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복지법 제4장 제54조에 의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립생활 보장 책무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김포시를 포함해 경기도에서는 15개 시군이 임대료 등을 지원해왔다.
김포시청 장애인복지과 담당 주무관은 "전국 지자체들 모두 긴축 예산 책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 지금 대상의 자립 여부를 주요하게 검토했다.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은 연간 활동지원 수익 이월금이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등 자립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장애인복지 예산은 25년에도 일정부분 증액해 예산 축소 기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9일 전달된 김병수 시장 면담 요청에 대해서는 "면담요청서를 담당부서에서 처리 중에 있다. 25일까지 답변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자립생활센터 2곳의 임대료 삭감안이 반영된 2025년 집행부의 예산안은 김포시의회 예산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나 김포시의회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당간의 갈등으로 최근까지 원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장애인언론 바마이너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