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과 강원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와 749명의 시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휘(閔泳徽. 1852~1935)와 최연국(崔演國, 1886~1951) 이 소유한 친일재산환수에 나섰다.
이들은 법무부에 민영휘와 최연국 후손이 소유한 토지와 매각대금 42억여원 상당의 재산에 대해 국가귀속 신청서를 접수하며 환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강일(더불어민주당·청주상당) 국회의원은 "친일재산 환수가 곧 친일청산"이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국가귀속에 관한특별법'을 개정해 친일재산조사위원회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오전 10시 40분 광복회충북도지부와 민주노총, 충북시민사회단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휘와 최연국이 후손에게 물려준 충북‧강원‧경남 소재 재산에 대해 국가귀속신청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밝힌 국가귀속신청 대상 재산은 토지와 건축물, 토지매각 대금등 공시지가 기준 총 42억5546만 원에 달한다.
민영휘 일가의 경우 국가사적지인 충북 청주시 상당산성 내 토지와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동면 장학리에 소재한 민영휘의 무덤이 소재한 토지 등 총 21만601㎡가 귀속신청 토지에 포함됐다.
이 외에도 민영휘 후손들이 친일재산귀속법 제정 이후 매각한 11개 필지 토지 매각대금 2억 8700만원과 미환수된 건축물 1개 동에 대해서도 귀속신청과 부당이득금 반환을 요청했다.
최연국 일가가 소유한 경남 사천시 곤명면 은서리 438번지 토지 3954㎡에 대해서도 귀속신청을 했다.
해당 토지는 경남도 기념물 '단종 태실지'가 있던 자리다.
1929년 조선총독부는 조선왕가의 기를 없애는 차원에서 단종태실지를 포함해 전국에 소재한 조선왕실의 태실을 모두 파헤쳤다. 그 뒤 태실이 있던 토지를 친일파 등에게 불하했고, 최연국은 1929년 해당토지를 취득했다. 1950년 최연국이 죽자 후손들은 태실이 있던 자리에 최연국의 무덤을 썼다.
2006년부터 활동한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해당 토지에 대해 귀속여부를 논의했지만, 최연국이 중추원 참의에 오른 1933년보다 4년 전인 1929년에 취득해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최종 환수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이 결정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잘못된 결정으로 드러났다. 2013년 대법원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1904년 러일전쟁 개전일부터 1945년 8월15일 사이에 취득한 재산은 환수대상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친일재산환수 업무를 맡은 법무부는 현재까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민영휘 일가의 친일재산 환수되지 않은 토지가 이렇게 많다니...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이번에 귀속신청한 민영휘 일가의 토지도 흥미롭다.
민영휘는 한일병합에 기여한 공로로 귀족 작위인 '자작'을 수여받고, 중추원 참의를 지낸 거물 친일파다.
민영휘가 후손에게 물려준 청주상당산성 토지의 경우 2007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상당수가 국가에 귀속됐다.
하지만 이들이 이번에 신청한 상당산성 토지 32필지의 경우 당시 환수를 피했다. 이들 토지는 2007년과 2010년 환수된 토지와 동일하게 민영휘가 본인의 이름이나, 조선신탁주식회사, 계성주식회사의 이름과 첩 안유풍과 아들 민대식의 명의로 취득한 토지다.
하지만 당시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특별한 사유없이 이들 토지를 환수대상에서 배제했다.
강원도 춘천시 동면 장학리 산14번지의 경우 면적만 19만여㎡로, 이곳엔 민영휘와 정실부인, 첩들과 후손들의 무덤이 있다.
이 토지는 현재 민영휘 후손 20여 명의 공동소유로 돼 있는데, 토지조사위원회는 법원으로부터 '매매금지 가처분' 결정까지 받았지만 최종 환수하지 않았다.
해당 토지의 연혁을 확인할 결과 민영휘의 '자작' 지위를 승계한 아들 민형식과 민대식, 민천식, 민규식이 1910년대 초반 취득했다. 특히 민형식의 경우 '자작' 작위에 오른 만큼 친일반민족행위자 국가귀속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친일재산 국가귀속업무 맡은 법무부, 2011년 이후 환수실적 전무
친일재산국가귀속법에 따라 구성된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했다.
이 기간 친일파 168명이 후손에게 증여한 2359필지, 1113만9645㎡, 공시지가 2기준 959억 원, 시가 2106억 원의 재산을 환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위원회는 1차례 연장을 통해 2014년까지 운영할 수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활동을 종결시켰다.
그 뒤 친일재산 귀속업무는 법무부로 이관됐다. 하지만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이강일 국회의원이 국가보훈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법무부가 친일재산을 찾아내 환수한 친일재산은 1건도 없었다.
이에 대해 충북과 강원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는 "법무부가 친일재산을 환수 할 의지와 능력이 없는 것"이라며 "친일재산 국가귀속을 위해선 전담기구인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부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 부활 필요성이 제기된 데 대해 이강일 국회의원은 "친일재산귀속법을 개정해 친일재산 조사위원회를 부활시키겠다"며 "친일재산 환수가 곧 친일청산"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현재 준비한 법률개정안과 관련 오는 27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친일재산 환수가 제대로 될 때까지 2차, 3차 계속해 귀속신청 할 것"
국가귀속 신청을 한 이들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이번 귀속 신청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귀속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법무부는 지난 14년 동안 친일재산을 단 한 건도 스스로 찾아내지 못했다. 아니 찾으려 하지 않았다"며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할 때까지 대한민국 시민의 이름으로 2차, 3차, 4차 귀속 신청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귀속신청 대상 토지는 <충북인뉴스>가 2018년 충북지역 친일잔재에 대한 탐사를 시작한 이래 6년 가까이 관련 취재를 계속하며 찾아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