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사이에 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요즘 날씨가 그렇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하루 사이 계절 자체가 변한다.

서울은 지난주 내내 평균 낮 기온이 20도를 기록했다. 주말이 되어 비가 좀 내리더니 이번주 들어서야 기온이 10도 가까이 확 떨어졌다. 덕분에 월요일이었던 지난 18일은 올해 들어 서울 온도가 첫 영하를 기록했다.

일요일과 월요일 고작 하루 만에 가을에서 겨울이 됐다. 빌드업 없이 갑자기 확 바뀌는 날씨가 무척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낮에는 외투를 입지 않아도 될 만큼 따뜻했던 어제의 날씨가 오늘은 패딩까지 걸쳐야 하는 날이 되었기 때문이다.

되짚어 보면 올해 11월은 이상하리만큼 너무 따뜻했다. 중순을 넘었음에도 낮 기온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고온 현상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활개를 치고 있다. 이제는 이런 이상한 날씨의 변화를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2024년 11월은 고온 현상이 계속 됐다.
2024년 11월은 고온 현상이 계속 됐다. ⓒ 네이버 캡쳐 - 기상청, 웨더아이 제공

지금의 계절을 과연 뭐라고 불러야 할까? 가을인가? 아니면 겨울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단순히 한 계절이 더 오래가거나 짧아진 정도가 아니라서 정의하기가 애매하고 조심스럽다.

안 그래도 무덥고 유독 길었던 올해 여름이었다. 때문에 가을이 짧아져 아쉽다고 여겼는데 나의 완벽한 착각이었다. 가을은 지각한 만큼, 오래 우리 곁에 머물렀다. 마치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11월이 훨씬 지났음에도 선 넘게 버티며 갈 생각을 안 했다.

다행히 이번주가 되니 본격적으로 예년 기온을 회복해 가고 있다. 뒤늦은 가을 때문에 올해 단풍놀이는 일찌감치 포기했었다. 나무들은 밀린 숙제 하듯이 앞다투어 잎을 떨어내는가 싶더니 내리는 비에 왕창 낙엽을 쏟아 놓았다.

 11월 중순을 넘어서니 평년 기온을 회복하고 있다.
11월 중순을 넘어서니 평년 기온을 회복하고 있다. ⓒ 네이버 캡처 - 기상청, 웨더아이

늦은 오후가 되면 확실히 날이 춥다. 불어오는 바람은 겨울인데 뒤늦게 길거리에 쌓인 낙엽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참으로 생경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가을이 가는 게 아쉽다고 할 때는 언제고, 되려 너무 늦게까지 머물까 봐 걱정하고 있는 나.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날씨 못지않게 변덕스럽다.

벌써 11월 말을 향해 가고 있다. 올해가 한 달 조금 남았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겨울에 더 가까워져야만 한다. 더 이상은 큰 이변 없이 날짜에 맞는 날씨가 지속되길 바란다. 마음 같아선 계절이 되돌아가지 못하도록 유턴 금지 표시라도 적어 두고 싶다.

한동안 두 계절을 넘나 들었던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옷 입을 때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거실 행거에 아직도 여러 계절의 옷들이 공존하는 중이다. 반팔 티셔츠, 기모가 들어간 맨투맨, 두꺼운 바람막이까지. 늦여름부터 초겨울까지 입을 수 있는 옷들이 각기 그 종류대로 걸려있으면서 내 선택을 기다린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맘 때가 되면 여름옷은 물론이고 가을 옷까지 싹 다 정리해 넣고, 겨울 옷만 꺼내두곤 했다.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날씨가 요상했던 올해는 외출할 때마다 고민이 깊다. 매일 기온을 꼼꼼히 확인하고 무슨 옷을 입을지 심사숙고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스마트폰에 깔아 둔 날씨 어플이 제법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날씨를 알려줄 뿐 아니라 그에 맞는 옷을 추천해 주는 메뉴도 있기 때문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지 추위를 많이 타는지에 따라 나름 3가지의 착장을 추천해 준다. 각자 스타일에 맞게 선택지까지 주다니 참으로 친절한 어플이다.

원래부터 있었는지 새로 생긴 메뉴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난 요즘 외출 전에 이 어플을 꼭 확인한다. 오늘도 집을 나서기 전에 해당 메뉴를 열어 겸손하게 어플의 추천을 받아들였다. 맨투맨 셔츠에 두께가 조금 있는 카디건을 걸쳤다.

용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까운 공원을 찾아 산책하는 걸로 단풍놀이를 대신해 본다. 제법 예쁘게 떨어진 단풍잎 하나가 내 발걸음 멈추게 만들었다. 가만히 들여다본다.

 단풍잎을 사진에 담다.
단풍잎을 사진에 담다. ⓒ 직접 촬영

사진을 찍어달라는 듯 자세를 잡고 있는 단풍잎.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녀석이 원하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이 단풍잎을 지나쳐가면 왠지 올해 가을과는 진짜 헤어지게 될 것 같은 상상이 들어서다.

아쉽기도 해서다. 최대한 열심히 찍어 마음에도 사진을 담아 두었다. 이 단풍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진짜 겨울을 만나겠지. 더 이상은 변덕 부리지 말기를. 집에 도착하면 가을 옷들을 정리해야겠다. 다음번 공원에 올 때는 패딩 점퍼를 입어야 할 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얼룩소, 블로그, 페북에도 실립니다.


#날씨#가을#겨울#에세이#단풍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