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여성장애인들의 성폭력 피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광희 충북도의원(더민주·청주5)이 충북도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성폭력 상담 건수가 8155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장애인들이 받은 상담건수는 1186건에 달한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지 않았다. 지난 2000년, 강원도 강릉에서 한 지적장애여성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무려 7년간 같은 마을 남성 7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사건을 공소기각으로 마무리했고 이에 반발해 28개 시민단체가 '지적장애여성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이후 장애여성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2001년, 여성장애인성폭력 상담소가 개소되는 성과를 이뤘다. 충북도 지난 2001년 여성장애인성폭력 상담소를 개설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실질적인 운영과 지원이 부족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청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제공한 청주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내역을 보면 강간 및 성추행 등 60건, 2014년 69건, 2015년 60건으로 나타났다.
2015년 상담건수... 1186건 육박
지난해 2월 청주지방법원은 지적장애인들을 상습 성폭행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 구속된 A(37)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들을 위력으로 성폭행한 범죄는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4년 8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지적장애 2급의 여성을 수차례 성폭행했다. 또 2012년, 2013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지적장애 2·3급인 친자매를 수차례 성폭행 했다. 알려지지 않은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는 도내에서 운영되는 성폭력 상담 현황을 확인해 봤다.
충북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성폭력피해자는 총 97명으로 전체 성폭력피해자 841명 중 10%를 넘게 차지했다. 상담건수도 전체 8155건 중 1186건으로 집계됐다. 97명의 장애인 피해자들의 사례를 보면 '강간 및 유사강간' 피해자가 40명, '성추행'이 53명이다. 여성장애인 피해자가 95명이고 남성장애인 피해자는 2명이었다. 더욱 충격인 것은 95명의 여성장애인 피해자중 43명이 19세 미만 미성년자인 것. 7~13세 미만 피해아동도 13명으로 집계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청주여성장애인성폭력 상담소 박성례 상담소장은 "여성장애인을 상대로 성폭력 상담을 진행 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며 "피해 여성장애인 연령이 낮은 것은 큰 문제다. 최근에는 SNS를 활용한 성범죄에도 노출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적장애 2~3급의 경우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데 채팅어플이나 SNS를 통해 미성년자들이 성폭력 범죄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커져가는 SNS 범죄유형에 걱정이 크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성폭력문제에 대해서 교육을 이어가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적장애 3급 정도로 장애정도가 낮은 친구들의 경우 성매매의 유혹에 빠지곤 한다"며 "이를 이용하는 어른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도 여성정책관실 관계자는 "충주에 도비를 투입해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아동들의 치료와 보호를 위한 해바라기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장애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장애여성만을 위한 치료·보호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여성문제... 담당자들은 '모르쇠'문제가 이러함에도 장애인복지를 담당하는 도 노인장애인과는 관련 팀도 없을뿐더러 예산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가 제공한 여성장애인 복지관련 지원사업 내역을 보면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지원·여성장애인 어울림센터·장애아 가족양욱지원 등 7개가 있다. 하지만 이중 장애여성의 성폭력 범죄 예방 및 대책에 관한 예산은 없어 계속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이에 담당부서 관계자는 "장애여성의 성폭력과 관련한 문제는 여성정책관실에서 담당 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도내 유일의 청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도 운영상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는 것. 박 소장을 포함한 4명의 직원이 현재 근무하고 있지만 인건비 등 운영환경이 열악해 이직률이 높다. 박 소장은 "7000만원 가량을 상담소 인건비 및 운영비로 제공받는다. 하지만 최저임금 밖에 되지 않는 임금으로 인해 이직률이 높다"며 "이직률이 높으니 전문성이 결여될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 상담사가 들어오면 최소 6개월 이상 전문성 확보를 위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4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명이라도 빠진다면 상담소 운영자체가 위태롭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장애여성 성폭력 범죄에 대한 상담은 직접방문이 필요하다. 또 피해자와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리며 사후관리 및 재판증인 출석, 성 인권교육 등 상담업무 외에도 4~5가지의 업무가 과중돼 상담인력들이 기피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이광희 위원장은 "장애인성폭력 상담은 성폭력 관련 전문성뿐만 아니라 장애에 대한 감수성 및 전문성도 필요하다"며 "연 2000여 만원 연봉으로 다른 사회복지기관들과 비교해 봐도 낮은 인건비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해결을 위해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교육비 및 인건비 향상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상담소 확대도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성폭력 피해자 3년간 30% '증가'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국정감사기간 중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발생 건수가 3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656건에서 2015년 857으로 200건 이상 증가한 것.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2015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성폭력의 경우 친인척, 이웃주민 등 평소 알고 있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57%에 달했다.
상담내용을 장애 유형별로 분류했을 때 신체적 장애는 11.4%, 정신적 장애는 85%를 차지했다. 이중 지적장애 비율이 1264명으로 정체 성폭력 피해 장애인중 78%를 차지해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장애인상담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 자체가 지적장애인을 '아이'라고 생각한다. 보호와 통제된 삶을 강요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니 사회적 관계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해당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적장애 특성상 본인이 신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더욱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협의회는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네트워크와 상호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문제에 대한 정책제안활동도 적극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