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가 교단 내 성폭력 사건을 묵인하고 가해자에게 지원금까지 줬다"는 폭로가 나왔다. 피해자는 직접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선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성폭력 가해 목사를 반드시 면직하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피해자 이유나(가명)씨와 한국여성의전화·한국여신학자협의회 등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 가해 목사 면직 ▲ 가해 목사의 징계 처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징계 ▲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사과 ▲ 성폭력 문제 근절을 위한 책임 있는 행보 등을 요구했다.
이씨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자신이 당한 성폭력 피해와 이를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고발한 후 겪었던 일들을 힘겹게 털어놨다. 이씨는 "순복음영산신학원생이던 큰삼촌 박○○은 1999년 11월, 15살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저를 저희 집 소파에 강제로 눕힌 뒤 성폭행하려고 했다"라며 "강하게 반항했지만 멈추지 않아 (다른 방으로) 도망쳤는데 (박○○은) 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며 '빨리 문 안 열면 죽여 버린다, 신고하면 죽인다'라고 수차례 협박했고 그날부터 저는 심각한 불안증에 시달려야 했다"라고 운을 뗐다.
"성범죄 후에도 뻔뻔했던 박○○은 1998년 3월부터 2001년 12월까지 순복음영산신학원, 2002년 3월~2004년 2월 총회신학원을 졸업하고 2006년 5월 26일 목사안수 후 지금도 목사입니다.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할 수 없어서 어렵게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알렸습니다. 2015년 7월 교무국장이 엄마와 박○○을 면담해 조카 성폭행 사실을 확인했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16년 2월 개인사유 사직서로 (박○○을) 사직처리하고 2016년 9월 12일 박○○에게 개척지원금으로 2억 원을 줬습니다. 2017년 3월 전북 ○○○○교회 개척 후에도 1년간 200만 원의 월급까지 준 사실을 모두 확인했습니다. 왜 피해자를 더 분노하게 하십니까?"
이씨는 "2017년 6월 탄원서를 접수해 2017년 9월과 10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총회(아래 총회)'의 재판에 홀로 섰다"라며 "가해자가 두려워 대면하기 싫다고 했는데 (총회는 가해자와 저를) 억지로 동석시켰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재판위원들은 반성 없는 성범죄자 박○○에게 삿대질과 고함을 지르며 큰 자동우산을 가져왔고 제게 '저 새끼 사과 안 하니까 빨리 매 가져와서 패'라고 말했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이씨는 "겁에 질려 있는 제게 재판위원장은 '교단법상 3년 이내 성범죄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목사 면직이 안 된다고 하더라"라며 "계속 울면서 목사 면직을 요구하는 제게 강제로 합의를 종용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십계명의 '간음하지 말라'는 말보다 교단법이 우선인가"라며 "대체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들은 뭘 믿는 건가"라고 덧붙였다.
680개 단체 한목소리... "주먹구구식 재판위원회" 비판이날 기자회견문에는 한국여성의전화·한국여신학자협의회 등 총 680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총회는 피해자에게 '가해 목사를 미성년자 친족성폭력으로 면직시켰다', '순복음 이름으로 절대 개척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뒤 가해 목사를 단순 사직시켰다"라며 "개척금까지 주며 지역에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해 가해 목사는 현재까지도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17년 피해자의 문제 제기로 열린 재판위원회는 교회가 성폭력 사건에 얼마나 무지하며 그 해결 방식이 주먹구구식인지 여실히 보여 준다"라며 "재판위원회는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는 이미 누군가 작성한 문서를 합의서라고 내놓고 피해자에게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7월 17일 총회는 언론보도를 통해 성폭력 목회자를 강력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이어 지난 6일 가해 목사를 제명하고 교회를 폐쇄했다고 밝혔다"라며 "그러나 이는 가해자가 본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스스로 탈퇴 서류를 접수한 것일 뿐 징계에 의한 것이 아니다, 총회는 제명, 폐쇄 조치 등의 표현을 통해 가해 목사를 처벌한 것처럼 언론에 밝히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미투 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가 드러나고 있고 어느 때보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감수성과 진정성 있는 해결 의지가 요구되고 있다"라며 "지난 28일 총회는 공문을 가해 목사 징계를 위한 재판위원회를 31일 소집한다고 밝혔다, 680개 단체는 본 사건에 대해 총회의 책임 있는 행보를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