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문재인 두 분 대통령을 모셨지만, 이분들이 청와대에서 개인폰을 쓰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특히 업무와 관련된 지시를 내릴 때는 반드시 보안이 확보된 유선전화를 사용했다 (중략)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폰으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했다는 것 자체가 큰 사고를 치신 거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서울 구로 을) 의원은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윤 의원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을,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개인 휴대폰으로 세 차례나 전화한 사실을 놓고 자신의 청와대 근무경험을 토대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대통령의 업무 지시는 고도의 기밀이 요구되기에 국정원과 경호처가 관리하는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한다. 또 상황에 따라 도·감청 방지 기능이 있는 비화기를 쓰는 경우는 있지만, 보안성이 담보되지 않는 개인 핸드폰을 사용한다는 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2일은 이종섭 장관이 우크라이나 출장 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윤 대통령은 보안이 취약한 개인폰으로 국제 전화를 한 셈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윤 의원과 한 전화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이 관련 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 넘겼다가 국방부 검찰단이 도로 찾아온 지난해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폰으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세 차례 전화를 한 사실이 통신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엿새 뒤 한 차례 통화를 포함하면 이 시기 윤 대통령은 4번이나 개인폰으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더욱이 앞선 통화 당시 이 장관은 우크라이나 출장 중이었다.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대통령이 장관하고 전화 통화를 하는데, 이른바 사제폰(개인 핸드폰)으로 세 차례나 연거푸 걸었다? 내가 청와대에서 8년쯤 있었지만, 내 경험으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 그러면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은 반드시 비화기를 사용했나.
"대통령이 국무위원과 전화 연결을 한다고 하면 부속실을 통해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면, 먼저 부속실에서 유선 전화로 국방부 장관과 연결한다. 또 그 과정과 내용들이 기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무현·문재인 두 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개인폰을 쓰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특히 업무와 관련된 지시를 내릴 때는 반드시 보안이 확보된 유선전화를 사용했다."
- 통상적으로는 유선전화를 사용한다는 말인데, 그 이유가 뭔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보안 때문이다. 대통령실 유선전화는 국가정보원과 경호처에서 특별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 통화 내용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도·감청 방지 기능이 있는 비화기를 사용할 때도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이 개인폰으로 장관과 통화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다"
-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왜 개인폰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는가.
"무언가 감추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 외에는 무슨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싶다. 앞서 설명했지만 업무 관련일수록 사제폰을 쓰면 안 된다. 언론 보도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사용했다는 핸드폰 번호는 이미 많은 기자들도 알고 있는 번호였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 검사 시절부터 사용했던 번호여서 법조 출입기자들에게는 잘 알려진 번호였다.
"기자들도 알고 있는 번호라면 다른 나라 정보기관들은 몰랐을까? 북한이라든가 우리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그 번호를 확보하지 못한다고 장담할 수 있나? 도청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도대체 누가 할 수 있나. 그런데도 그런 전화로 업무지시를 내렸다? 그 자체만으로 윤 대통령은 엄청나게 큰 사고를 치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