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출품된 미술작품이 보완 공사를 거쳐 한옥 정자 형태의 건축물로 변경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에 설치된 사실이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해당 건축물은 용산구청에는 신고가 이루어졌지만, 등기부등본에는 기재돼 있지 않은 미등기 상태다. 향후 소유권 분쟁의 소지가 있는 '불명' 상태인 셈이다.
2024년 5월 용산구청 건축과의 '건축, 착공, 사용승인-허가(신고)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27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소지에 6.12㎡(약 1.85평) 규모의 단독주택 증축이 신고됐다.
증축 관련 설계와 시공은 각각 전남에 위치한 A사와 전북에 있는 B사가 진행했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각 용역은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설계 용역비는 500만 원, 시공 용역비는 7500만 원씩 각각 소요됐다. 해당 증축 공사에 총 8000만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는 얘기다.
다만, 한옥 형태의 건축물인 만큼 특정인의 기술이 필요한 공사로 볼 경우 현행법상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특이한 점은 해당 한옥 정자의 원형이 2023년 10월 국제 디자인 전시대회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출품·전시된 미술품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시공업체 B사의 대표자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전시된 것이었는데, (보완) 공사를 한 것"이라며 "공사는 한두 달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해당 공사에 참여한 관계자도 "비엔날레에 전시된 한옥 작품에는 원래 지붕이 없었는데, 그 지붕을 추가하는 작업을 한 것"이라며 "이 작품은 해당 전시가 끝난 뒤 광주에 있는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었기 때문에 지역에서 보완 공사를 한 이후 서울로 올려 보내는 식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가 호평한 '아원의 시공간'... 설치 사실 공개하지 않아
이 한옥은 2023년 10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아원의 시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됐던 미술품이다. 전해갑 아원고택 대표와 유명 미디어아티스트인 이이남 작가가 협업해 제작한 작품으로, 한옥 정자 안에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형태였다. 전시 당시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감상한 사실이 전해지며 유명세를 탄 작품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023년 10월 10일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방문해 해당 작품을 감상하며 직접 '시각적으로 좋은 디자인'이라는 호평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디어아트 부분은 광주에 위치한 '이이남스튜디오'에서 소유 중이며, 한옥 정자 부분만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설치돼 있다. 지난 5월 29일 대통령 관저에서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 차담 당시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실이 공사비 8000만 원 이외에 해당 미술품 구입에 총 지출한 금액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이남스튜디오 관계자는 "비엔날레 이후 저희 스튜디오에 한옥 정자와 미디어아트 부분 모두 전시돼 있었는데, 아원고택 쪽에서 이전을 요구해 미디어아트 부분을 제외한 한옥 정자만 넘기게 됐다"며 "미디어아트 부분은 현재 스튜디오에 남아 있어 이와 관련한 금전 거래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디어아트 부분에 대한 소유권과 저작권은 이이남 작가에게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아원고택 측은 <오마이뉴스>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이남 작가 작품의 가격은 현재 작품당 최소 1500만 원에서 최대 2억 8000만 원으로 형성돼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한 갤러리의 온라인 전시에 명시된 사항이다.
노무현 대통령 '통영항' 구입, 시기·가격 모두 공개
현직 대통령이 거주하는 공간에 전시할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고 전혁림 화백의 '통영항'을 1억5000만 원에 구입해 청와대에 설치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관련 사항이 외부에 모두 상세하게 공개됐다. 윤석열 정부의 '아원의 시공간' 구입·설치 경위가 '깜깜이'인 점과 대조된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실이 해당 한옥 정자 건축물에 대한 부동산 등기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부동산등기법 41조에 따르면 건물의 분할, 구분, 합병이 있는 경우 1개월 이내에 등기를 신청해야 한다"며 "등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축물 등기 없어 소유권 '불명'... 참여연대, 검찰 고발 검토
등기를 완료하지 않은 건축물에 대한 법적 소유권은 '불명'이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 해당 정자를 두고 소유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최석군 법무법인 민국 변호사는 "미등기 건축물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은 건축주에 있다고 추정할 수 있지만, 엄밀하게 말해 법적인 소유권은 누구에게도 없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후 소유권 보존등기를 통해 법적 소유권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재판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10월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과 관련한 직권남용, 특혜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를 진행한 참여연대는 검찰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용문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변호사)은 "지난 2022년 10월에 진행된 국민감사 청구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계속해서 연장하고 있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가 제때 마무리 됐다면 대통령실이 경각심을 가지고 집무실과 관저에 대한 처리를 진행했을 것"이라면서 "이 사안에 대해 검찰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은 <오마이뉴스>의 21일과 22일 관저 의혹 보도
[단독] '김건희 후원' 연결고리 영세업체, 대통령 관저 공사 2차례 수주 (
https://omn.kr/29uww), (
[단독] 한남동 대통령 관저, 허가 없이 불법 추가 증축 의혹 (
https://omn.kr/29vvk) 과 관련 "대통령 관저는 보안시설이라 모든 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불법 증축은 아니라는 점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해명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대통령실의 관저 증축 공사와 한옥 정자 미술품 입수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실과 대통령비서실에 수 차례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