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논란이 된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과방위 회의에서 이 의원은 지난 21일 <한겨레>가 보도한 "'딥페이크 제작' 22만 명 텔레방 "여자사진 보내라" 5초만에 합성"이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해외 개발자가 만든 봇(자동 프로그램)이고 전 세계에서 총 22만 명 정도가 참여해 있는 것"이라며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한국에서는 약 700명, 실제로는 그보다 많을지 적을지는 모르지만, 위협이 지금 과대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위협 과대 평가" 이준석의 발언, 따져보니
그렇다면 이 의원의 발언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까.
논란이 된 텔레그램 방에 접속하면, 한글로 "지금 바로 좋아하는 여자의 사진을 보내 시작해 봅시다"라는 문구가 뜬다. 이는 딥페이크 제작 봇이 인공지능을 통해 언어를 자동 번역해 주는 것으로 해당 봇은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아랍어, 히브리어, 튀르크어, 일본어, 한국어, 태국어 등 10개 언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또한 해당 텔레그램 방을 다른 언어로 공유하는 X 게시글이나 해외 웹사이트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즉, 해당 딥페이크 제작 봇에 참여한 이들 중 한국인 뿐만 아니라 타국 사람들이 있을 거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준석 의원은 해당 텔레그램 방에 참여한 한국인이 산술적으로 추정하면 약 700명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전체 텔레그램 가입자 수 대비 한국인 비율이 0.33%인 만큼, 이를 해당 텔레그램 방에 적용하면 700여 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해당 텔레그램 방에 국적별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와 동일한 비율로 참여할 경우에만 옳은 얘기다.
해당 텔레그램 방 링크를 구글에 검색한 결과 국내 접속자 수가 많은 웹사이트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텔레그램 방 링크를 대놓고 공유하는 게시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년 10월에 작성된 '옷 벗기기 AI 있으니 그걸 써보라'는 제목의 한 게시글은 3만 3000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무료로 해봐라, 퀄리티가 좋다', '여기가 제일 최고다'의 문구와 함께 22만 명이 참여한 딥페이크 봇 링크를 포함해 다른 딥페이크 불법합성물을 제작할 수 있는 텔레그램 방 링크를 공유하는 댓글이 28개 달렸다. 가장 최근에 달린 댓글은 불과 열흘 전이었다.
X에서도 해당 텔레그램 방 링크를 공유하는 게시물들이 찾을 수 있었다. "무료 딥페 합성봇 모음"이라는 한 X 게시물은 해당 텔레그램 방 링크를 포함해 여섯 개의 딥페이크 불법합성물을 제작할 수 있는 텔레그램 방 링크를 공유했다. '딥페', '연예인합사(합성사진의 줄임말)', '스트리머합사' 등의 태그를 단 해당 게시물의 조회 수는 6만 9000회에 달했다.
이처럼 해당 텔레그램 방에 참여한 22만 명이 모두 한국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손쉽게 딥페이크 제작 봇을 이용해 불법합성물을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이 공공연하게 전파되고 있던 엄연한 사실이다.
이 의원은 22만 명의 한국인 참가자는 사실이 아니라며 "불안이 실제보다 과장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한다"라며 방통위에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불안이 실제보다 과장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불안을 만들어낸 행위를 처벌하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 아닐까.
"22만 명이 전부 한국인은 아니다"보다 중요한 사실
여성들의 입장에서 딥페이크 제작 봇에 참여한 한국인의 수가 22만 명이든 2000명이든 중요하지 않다. 많은 수의 남성들이 윤리 의식을 저버리고 성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성이 SNS에 사진을 올리는 지극히 일상적 행위조차 걱정하고 스스로 검열에 나서게 만드는 데서 촉발된 분노 또한 사그라들지 않을 테다. 딥페이크 범죄 참여자 수가 22만 명이 아니라고 해서 더 과장될 불안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의 걱정과 불안, 분노를 이해하지 않은 채, '불안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직시해야 할 사실은 과연 무엇인지 이 의원이 재차 숙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