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협 중 최다 매장을 보유한 아이쿱생협은 2018년경부터 노동자들이 아이쿱 관련 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오너파트너십'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주식을 보유한 노동자들이 퇴사한 이후에도 주식이 제때 처분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후 퇴사자들을 중심으로 주식 처분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자, 농민, 그리고 아이쿱생협 활동가들은 주식 처분을 요청해 놓고 기다리고 있다. 또한 이들은 아이쿱 관련 주식이 얼마에 팔리는지 몰라 답답해하고 있다.
주식 거래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아이쿱생협은 1998년 조합원 600여 명 규모의 21세기생협연대에서 출발하여 2021년 약 31만 명에 이르는 거대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쿱생협은 많은 기업을 설립하거나 설립을 지원했고, 2021년 기준 약 67개의 주식회사가 아이쿱과 관계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아이쿱생협은 관련 전체 조직들(세이프넷)이 발전하는 방안 중 하나로 노동자들이 이들 회사에 출자하고 경영 주체가 되는 오너파트너십 정책을 제시했다.
오너파트너십 정책의 핵심은 책임 경영이다. 오너파트너십은 노동자들이 "공동운명체의 일원으로서 책임 경영하는 파트너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했고, 그래서 노동자들은 이를 거절하는 경우 조직에 충성도가 낮은 사람으로 평가될 것이란 걱정을 하기도 했다.
아이쿱 관련 개별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주식을 매입할 돈이 없는 경우 자금을 빌려 줄 만큼 오너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18년에 시작된 오너파트너십은 2019년에 645명(중복 포함)이 61개 법인에서 약 253억 원의 주식을 매입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점에 농민과 같은 생산자 등의 주식 매입까지 포함하면 약 48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쿱생협 관련 노동자, 농민, 활동가들이 요청한 주식 처분이 언제 이루어질 건가의 문제뿐만 아니라 주식 가격이 얼마로 책정될 것인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들은 비상장 주식회사로서 주식시장에서 흔히 거래되는 주식과 다르다. 아이쿱 관련 기업의 주식은 외부에 공개되어 거래되지 않는데 이런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아래 상증법)에 따른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주식 가격을 정할 수 있다.
주식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었나
그런데 노동자 등이 거래한 주식의 가격이 급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책정 근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에서 일하다 퇴사한 한 노동자는 재직 당시 A기업의 주식을 주당 6000원에 샀으나, 올해 초 A기업 대표로부터 주당 1700원에 거래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퇴사 때 주식 매도를 요청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식이 1700원이 된 것이다. A기업 대표는 "비상장회사 주식 평가 방법에 따라" 산정한 주가라는 입장이다.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들이 사용하는 인트라넷에서 A기업 주식의 매매 안내문을 보면, 2018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A기업의 주식은 모두 6000원(액면가 5000원)으로 올라와 있다. 또한 2022년에 거래된 A기업의 주식 가격 모두 6000원이다.
그렇다면 "기존에 주식 가격을 정확히 평가하지 않다가 갑자기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아이쿱생협 관련 B기업의 주식 가격 역시 크게 변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쿱생협 관련 B기업의 주식거래 현황 자료를 보면, 2022년 3월 29일에 1만 7000원(액면가 1만 원)에 거래됐던 주식이 같은 12월 15일에는 2만 원에 매매되었다. 또한 12월 7일과 12월 15일의 주당 가격은 각각 1만 9100원과 2만 원으로 차이를 보였다. 상증법 상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책정된 가격으로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노동자, 생산자, 활동가들에게 정보를 공개해야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의 주식이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된 후 가격이 정해지는가에 대한 질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주식회사 쿱도우(현 이로운식품)는 2009년에 설립된 기업으로서 아이쿱생협의 오너파트너십 정책이 실행된 기업 중 하나이다.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들이 사용하는 인트라넷에 쿱도우의 주식매매 공고는 2018년 11월경부터 2023년 1월경까지 총 10건이 올라왔고, 주당 가격은 5000원에서 5750원 사이에서 안내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쿱생협연합회는 2019년에 보유하고 있던 쿱도우의 주식을 주당 3700원에 매도했다. 2019년 11월 아이쿱생협연합회 이사회에 제출된 안건 설명에 따르면, 쿱도우의 주식가격은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산출한 결과 1500원이지만 주식의 미래가치를 고려해 주식가격을 3700원으로 책정했다는 것이다.
그럼 아이쿱생협연합회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비상장 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은 통상적으로 거래가 없는 경우에 이루어지는데, 2018년 11월경부터 주식매매 안내에 따른 거래가 이루어졌다면, 아이쿱생협연합회는 쿱도우의 주식을 거래가액 수준에서 매도해야 하는가?"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주식을 1500원으로 평가했는데, 임의적인 평가를 추가해서 주식가격을 3700원으로 조정한 것은 적절한 것인가?"
2019년 아이쿱생협연합회가 개인에게 쿱도우 주식을 3700원에 매각했을 때, 비슷한 시기 다른 개인들의 주식 거래가격도 유사한 수준이었는지 밝혀져야 한다.
아이쿱생협연합회가 나서야 한다
2024년 2월 아이쿱생협 관계자는 세이프넷 소속 법인의 주주총회 담당자에게 주식양도에 관한 정관변경을 요청했다. 해당 문서의 내용 중 하나는 주식 가격에 관한 사항으로서, 주주가 주식 매도를 요청할 경우 상증법에서 정한 평가방법에 근거해 산출된 주식가격을 기준으로 협의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과정을 미루어 보면,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의 정관 변경으로 주식 가격에 대한 논란이 해소될 것 같지 않다. 기존 거래된 주식 가격은 어떻게 책정됐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이쿱 관련 기업의 주식문제에 대한 아이쿱생협연합회의 영향력만 확인되었다. 아이쿱생협연합회는 관련 기업의 주식 거래와 무관한 것처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주식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의 주식보유자 대부분은 주가 상승에 따른 차액을 기대하고 주식을 매입하지 않았다. 아이쿱생협 관련 기업의 주식 가격 하락을 투자에 따른 결과처럼 포장해서는 안 된다. 아이쿱생협연합회는 관련 기업의 정관 변경 요청이 아니라 주식 보유자들의 매도 요청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사회적경제노동센터의 <이슈분석> '아이쿱생협 관련 주식문제2'의 내용 일부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