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옷을 벗겠다."
김용현 국방부장관이 본인을 향한 '골프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직'도 걸었다.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제보'가 있었다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또한 욱일기 형태의 일본 해상자위함대기를 놓고도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용현 장관, 부천 화재 사건 도중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골프?
장관 출석 문제로 10일 늦은 오후에 시작한 국회 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장관은 골프 안 치시느냐?"라고 물었다. 김 장관은 "저는 최근에 들어와서 친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장 의원이 "공직자가 골프 칠 때는 어떤 때 쳐야 된다고 생각하시느냐? 매우 유의하면서 쳐야겠지?"라며 "특히 국방부 장관 혹은 경호처장 혹은 군 관련된 인사일수록 국지도발이 있거나 태풍, 수해 등의 어떤 피해가 있거나 재난 상황 시에는 자제하셔야겠지?"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김 장관이 "그렇다"라고 동의하자, 장 의원은 지난 8월 24일 무엇을 했는지 장관에게 물었다. 김용현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9월 2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이다. 김 장관이 "일했을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답하자, 장 의원은 "한성대 골프장 혹시 알고 계시느냐?"라고 이어 물었다.
장 의원은 "아주 중요한 제보가 왔다"라며 "8월 24일 한성대 골프장 (오후) 5시에, 전임 골프팀이 다 빠져나가고 난 이후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리고 경호처 1인이 이 한성대 골프장을 이용했다는 제보가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경호처 1명이 장관 아니신가?"라는 질문이었다.
장 의원은 "8월 24일 이전, 8월 22일에 부천 화재 사건으로 인해 안타까운 희생자들이 많이 나왔었다. 그리고 23일, 24일에 장례식이 있었다"라며 "25일과 26일에는 발인이 있었다"라며 당시가 상당히 엄중한 시기였음을 강조했다. 또한 "22일 날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게 김건희 여사 무혐의를 보고했던 날이다. (일본의) 사도광산에 대한 유네스코 등재로 여러 반발이 있었고, 독립기념관장이 임명되면서 여러 반발이 있었던 시기"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월 24일 토요일 오후 5시에 한성대 골프장에서 많은 분들이 빠져나가고 나서 골프장을 이용했다는 제보가 있다"라고 날을 세웠지만, 김 장관은 "저는 알지 못한다"라고 거리를 뒀다. "저는 거기 간 적도 없고, 그날 저는 청문회 준비하느라고 정신없어서 그 상황은 전 알지는 못한다"라고 선을 그은 것.
장 의원은 "만약 장관께서 후보자 신분에 인사청문회 준비 안 하고 대통령 내외와 골프치셨다면 당연히 이건 낙마 사유겠지?"라고 추궁했다. 김 장관은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으며 "제가 옷을 벗겠다. 그러지 마시라, 제발"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장관의 답변 태도를 두고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그를 비난하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 장 의원 역시 "아니 실세 장관이니까"라며 "워낙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국방부 상관이라는 제보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아니 그 제보만 가지고 그렇게 자꾸 이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 사실 확인하셔야지"라고 맞섰다.
장 의원은 "나중에 확인하고 책임지시면 되겠다"라고 말했고, 김 장관은 "네"라고 답했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도 양측의 설전은 계속됐다. 예컨대 김용현 장관이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당시 '특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방첩사령관 등을 불러 만난 것을 두고 '사적 만남'이었는지 여부를 두고 공방이 진행됐다.
광복 80주년 국제관함식 앞두고 욱일기 재차 논란
가장 화제를 모은 건 이른바 일본의 자위함대기, 소위 '욱일기' 관련 설전이었다.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 국가 시절 군기로 '욱일기'를 사용했고, 이후 이와 거의 유사한 형태의 깃발을 현 해상자위대 깃발로도 쓰고 있다. 2025년에 있을 광복 80주년 국제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가 이 깃발을 달고 오는 것을 두고 김용현 장관은 '국제 관례'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장 의원은 "(20)22년에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관함식에 관함을 상대로 경례를 해서 상당한 큰 논란이 됐었다"라며 "내년에 만약 욱일기가 오면 또다시 우리는, 대한민국 해군은 욱일기를 향해서 경례를 하실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장관은 "함대기를 달고 일본 해군 함선이 항구에 들어오는 것은 국제적인 관례"라며 "그리고 중국을 비롯해서 모든 나라들이 다 인정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때도 6번에 걸쳐서 자위함대기를 달고 들어오는 것에 승인을 하셨다. 문재인 대통령 때도 승인을 하셨다"라고 비교했다.
그는 "전 정부에서 하면 선이고 지금 하면 악인가? 왜 그렇게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말씀하시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왜 그때는 되고, 이때는 안 되느냐?"라는 것. 계속된 공방 중에도 "우리가 승인한 게 아니고, 김대중 대통령도 승인하셨고, 노무현 대통령도 승인하신 것이다"라며 "그럼 문재인 대통령이 왜 승인하셨느냐?"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장 의원은 "아니 제발 좀,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시냐. 무슨 관례인가?"라며 "국민들이 오해하실 수 있잖느냐?"라고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시에는 단순히 입항을 허락한 것"이라며 "정식으로 초청한 것과는 다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상자위대기도 구분 못 하는 장관이 어디 있느냐, 도대체? 대한민국 국군 국방부 장관 맞느냐?"라고도 질타했다. "결국 자위대기가 일본 제국주의의 해군 깃발이다. 그건 맞잖느냐"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김 장관은 "욱일기가 아니라 자위함대기를 달고 오는 것"이라며 "유사한 것은 맞지만" 현 해상자위대기와 욱일기는 다르다고 옹호했다. "자기네들 일본에서 욱일기를 가지고 이렇게 문제가 되니까 자위함대기를 별도로 만든 걸로 알고 있다"라고도 부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관함식 욱일기 승인? "사실 아니다"
그러나 김용현 장관의 주장에는 사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다. 일본이 해상자위함대기를 달고 타국에 입항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인 것도 맞고, 전임 대통령 시절 대한민국에 입항한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제관함식에서 일본의 해상자위함대기를 향해 경례를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당시에도 일본 자위대가 욱일기 모양의 함대기를 걸고 관함식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한일 간 갈등이 크게 불거졌다. 논란과 공방 끝에 결국 일본은 아예 자위대를 보내지 않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그런데 이거(관함식)는 열병식하고 같은 것이다. 국가원수가 받는 자리"라며 "그 자리에 일본이, 우리가 이순신 장군의 깃발을 내거니까 못 온 것이다. 욱일기를 걸고 오려고 부득부득 우기다가, 이순신 장군 깃발을 내거니까 안 온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관함식에 욱일기를 허용한 적이 없다. 왜 거짓말하시느냐?"라고 따졌다. 김 장관은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라며, "잘못 알고 계시다"라는 김 의원의 지적에도 "확인해 보겠다"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똑바로 아시기 바란다. 확인하시고 잘못 아셨으면 사과하시라"라고 요구했다. 김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