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끝장 국감, 김건희를 특검하라!'
6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주재한 국정감사 기자간담회 현장 뒤편 벽에 쓰인 글귀다. 오는 7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라는 키워드를 총 14번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김건희 특검'이 좌초된 이후, 야권은 명실공히 올해 국정감사를 '김건희 국감'으로 치르겠다며 벼르고 있다.
[관전포인트 ①] 누구를 불렀나
민주당은 김 여사 관련 의혹과 관련해 전체 상임위가 동시에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압박 국감'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를 파헤쳐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책임을 묻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상임위 전체가 동시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특히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선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방위원회 등에서 전방위적 압박 국감을 진행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김건희 집중' 상임위는 이미 관련 증인과 참고인을 줄 소환하며 벼르는 모양새다. ▲명품가방 수수의혹 ▲총선 공천개입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저불법 증축 의혹 ▲양평고속도로 이권 개입 의혹 ▲논문표절 의혹 등 불거진 논란을 전부 꺼내겠다는 엄포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 약 100명의 일반 증인·참고인을 의결한 법사위의 경우 야당 단독으로 김건희 여사를 오는 21일, 25일 각각 대검찰청, 종합감사에 불렀다. 최근 공천 개입 의혹의 주요 인물로 떠오른 명태균씨는 물론, 김영선 전 의원과 김대남 SGI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 의혹의 정중앙에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채택됐다.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은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따질 계획이다.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장윤금 전 숙명여대 총장과 김지용 학교법인 국민학원 이사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 다른 '집중 압박' 상임위는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 이슈가 걸려있는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다.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특혜 의혹이 제기된 김태영 21그램 대표의 경우, 증인으로 채택 됐으나 종적을 감추면서 당장 오는 7일 감사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을 내걸고 김씨의 잠적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한 의원은 "대체 어디로 숨은 것이냐, 혹은 누군가에 의해 숨김을 당한 것이냐"면서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21그램과 김건희 여사 간 모종의 관계를 확신하게 한다"고 말했다.
[관전포인트 ②] 어떻게 부르나
민주당은 '국감 진행 방식'에도 변화를 주기로 했다. 증인 출석을 거부할 경우 동행명령장 발부를 비롯해 관련 법 개정도 불사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씨 등 증인들의 불참에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요 증인의 경우 동행명령권 발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행명령을 거부할 땐 고발도 제기하겠다고 했다. "(거부 시) 고발을 통해 국회의 의지를 보이겠다"는 것. '여당 협의 여부'를 묻는 말엔 "협의가 안 되면 의결 해서라도 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이 협조하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동행명령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징역 5년 이하에 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매 국감 때마다 흐지부지돼 왔다는 한계도 있다. 민주당은 강제력을 강화한 제도 보완까지 염두에 두겠다는 계획이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기자회견에서 "제도적 미비가 분명하기에 추후에 제도 보완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용민 정책수석부대표는 구체적으로 "불출석에 대한 불이익으로 과태료 부과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선서를 안 한 증인 혹은 관련자들이 허위 진술로 국회를 모욕하는 경우도 있는데, 국회 모욕죄를 확대하는 방안도 같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관전포인트 ③] '여사 논란' 밖의 이야기
김건희 여사 이슈를 중심으로 '압박 국감'을 예고함에 따라, '김건희 외' 문제의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생활 국감이 필요한데 그게 다 묻히고 김건희 국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정국 핵심으로 (김 여사 이슈가) 부상한 국면이라 현실적으로 김건희 국감이 될 가능성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의료대란 문제를 다룰 보건복지위원회나, 상대적으로 김 여사 관련 이슈 관련도가 적은 환경노동위원회, 농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정책 상임위원회에도 적잖은 민생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당장 환노위에서는 숱한 노동 사고에 휩싸인 쿠팡을 겨냥, 홍용준 쿠팡 CLS 대표이사와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세워 '쿠팡 감사'를 예고했다. 여가위에선 최근 전국적 논란으로 확산된 딥페이크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매일매일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만큼, (김건희 여사 이슈와 별개로) 우리는 할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문재인 정조준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끝장국감'을 '정쟁 국감'으로 치환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감 기자간담회에서 "민생 현안은 하나도 없고 모두 다 정쟁"이라면서 "오직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방탄을 위해 국정을 마비시키고 탄핵 정국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겨냥한 국정감사를 예고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서 딸 문다혜씨를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세도 예고했다.
추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의혹에 대해선 집요하게 지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행명령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에 대해선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식의 발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부결' 이후 대응은 국정감사에 일단 집중하되, 김건희 특검 속에 녹아 있는 의혹 중 일부를 상설특검에 붙이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등은 상설특검으로도 밝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상설특검은 기간, 인력이 일반 특검에 비해 제한되니 잘게 쪼개서 할 수 있는 내용을 (상설특검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삼부토건 문제나 세관 관련 의혹은 김건희 특검에 포함돼 있지만 상설특검으로 동시 보완해 밝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