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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의 언론 보도행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백승렬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기자 =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보건복지부 기자들을 겨냥, "기자실이란 것이 기사를 획일화하는 부작용이 있다"며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몇몇 기자들이 딱 죽치고 앉아서 기사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만들어나가는 기자실의 실태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 담당 기자들은 즉각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을 냈다.

기자들 어떻게 보도했나

보건복지부가 15일 발표한 `국가비전 2030에 부응하는 건강투자 전략'은 미완의 작품 성격이 강했다. 다른 부처와의 협의나 재원 확보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유시민 장관도 이 같은 점을 시인한다. 다만 국가 차원에서 처음 하는 사업인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유 장관은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으면 재원 확보가 용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노 대통령도 복지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하기 에는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핑 자료는 18쪽 짜리였다. 그 중 9쪽까지는 일반적인 현황을 담은 것이었고 대책은 10쪽부터 시작됐다. 이 중 상당수는 원론적인 것이었고 과거 발표한 내용도 허다했다.

실제 기자들이 판단하기에는 새로운 내용은 '임신.출산 Total Care : `임신부터 출산까지 국가가 책임'이라는 항목 정도에 불과했다.

18쪽을 차지한, 제목까지 포함해 7줄짜리 재원조달 계획은 극히 추상적이다. 2007년부터 2010년간 약 1조원 내외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건강증진기금 확충이나 건강증진기금 운영계획 구조 조정 병행, 공공의료계획 일부 구조조정과 일반회계 및 건강보험에서의 재원 조달 등의 설명이 곁들여졌다.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재정관련 부처와 추후 협의 계획이 있다거나 건강증진기금 확충을 통해 교육부.노동부 등에 건강투자 필요예산을 지원한다는 게 전부였다.

유 장관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도 재원 계획에 대한 명쾌한 답을 하지 못했다. 실제 재원 확보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의 발표였기 때문이다.

기자들, 담합했나

현 기자실 운영 체계는 담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복지부 건물이 경기도 과천에 위치하기 때문에 상당수 기자들은 복지부 대신 산하기관 기자실에 머문다.

등록을 해놓고 있는 50여명의 출입기자 가운데 복지부로 나오는 기자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어떤 때는 3-4명이 나올 때도 있을 정도다.

유 장관 발표 때는 이보다는 훨씬 더 많이 참여했지만 기사에 대한 판단과 취재 방향은 각자의 몫이다. 상당 수 기자는 브리핑 현장에 나오지 않았고, 보도자료만 받아서 기사를 작성했다.

기자들 입장 발표

기자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전달되자 즉각 회의를 소집키로 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회의에서는 2가지 대응 방향이 정해졌다.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반박 입장을 내자는 것과 이번 사안의 전 과정에 개입됐을 듯한 복지부의 공식 입장 요구였다.

회의에서 일부 기자는 사별로 대응하자는 안을 제시했지만 어떤 형태로든 입장표명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기자들이 이 같은 집단 대응에 나선 것은 사실상 초유의 일이다.

유 장관은 입장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에게 건강투자전략을 보고한 과정, 건강투자전략의 향후 추진 계획 등을 소상히 설명한 뒤 "발표 전에 기자들과 세미나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모두 나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원 문제와 관련, "(그냥) 협의를 하게 되면 예산을 따내거나 정책을 본격화하기 어려운 만큼 일단 담론시장의 어젠다로 던진 것"이라며 "이 정책에 대해 2-3개월간 국민의 공감대와 이해도를 높인 뒤 본격 추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표현 방식이나 어휘 선택에 대해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겨냥한 것은 (기자 개개인이 아니라) 언론 시스템에 대한 것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hj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태그:#기자실, #기자실 담합, #복지부, #복지부 기자,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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