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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세종문화회관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990년대 초부터 수도권의 5대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가 만들어지면서 서울-인천, 서울-경기도간 교통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서울 주요지점으로 오가는 버스노선도 늘어났다.

현재 이같은 버스노선은 북으로는 파주와 연천, 서로는 김포 대명포구와 인천 연안부두·송도신도시, 남으로는 용인시청과 동탄신도시, 동으로는 가평 목동면과 양평 용문면까지 확대되어 있다. 흔히 '시내버스'로 통칭되는 일반형 버스노선도 있지만, '좌석버스'나 '광역버스'의 노선도 다양하다.

이 중 '광역버스'는, 수도권 각지에서 서울 시내 주요지점까지의 이동수요를 대중교통으로 유도하고자 생긴 형태. 주요 정류장만 정차하는데다가 고속도로·고속화도로·간선도로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빠른 운행으로 이용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광역버스는 노선에 따라 이용객의 수가 큰 차이가 난다. 폐선이 임박했다 싶을 정도로 이용객이 극히 적은 노선이 있는가 하면, 증차가 필요하지만 지자체간 협의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아 이용객이 불편을 겪을 정도로 이용객이 많은 노선도 있다.

이같은 차이는 운행 형태에서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광역버스'라는 노선의 본질을 잘 지키는 노선이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사례를 보자.

좌석 모자라는 버스, 무정차로 쌩쌩

@BRI@9220번 광역버스. 인천광역시 연수구의 연수구청에서 출발해 옥련동 아파트단지~인하대~학익동 아파트단지~인천지법·인천지검 등을 거친 후 문학IC를 통해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우면산 터널을 지나 예술의전당~서초역~강남역~양재역 등 서울 강남지역으로 운행한다.

이 노선은 현금 2500원, 카드 2000원으로 비싼 운임을 받고 있는데도, 출퇴근 시간에는 좌석이 없어 손님들이 발길을 되돌리는 일이 빈번하고 낮 시간대에도 대부분의 좌석이 찬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에 만석으로 인해 버스를 못 타는 승객들에게 기사가 "법 조항 때문에 고속도로를 지나는 버스에서는 입석 승차가 금지되어 있다"며 승차를 거절하면 승객들이 "벌금은 내가 낼테니 제발 입석으로 태워달라"고 할 정도.

이 노선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인천 남서부지역을 지난 후 빠른 주행이 가능한 고속도로 등의 도로를 50㎞ 이상 무정차로 달려 서울 강남지역에 닿는, 이 노선의 '충실한 급행성'에 그 해답이 있다.

성공적으로 운행되는 다른 광역버스도 마찬가지다. 2000·1000번 버스는 파주 교하읍과 일산 대화동에서 출발하여 일산 중앙로의 주요 정류장만 거친 후 행신부터 도심까지는 연세대 한 정류장에서만 정차한다. 9401번 버스는 강남지역을 안 거친 채 곧바로 서울 도심으로 진입한다.

이들 버스는 그 목적에 맞게 해당 버스노선의 운행구간 내에서 주요 정류장만 정차한 후 대부분의 정류장을 통과하며, 간선도로 이상의 주요도로를 이용하고 있기에 굴곡이 심하거나 모든 정류장에서 서는 차량보다 여러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10명도 안 타는 버스, 정류장마다 정차하는 꼬불꼬불 노선

하지만 대부분의 광역버스 노선은 광역버스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채 거의 대부분의 정류장에 정차하거나 굴곡노선을 유지한다. 단거리 수요를 노려 굴곡노선으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성남 분당~서울 도심 운행에 강남을 거치는 경우 ▲경기도 광주~서울 도심 운행에 성남 구시가지·서울 강남을 거치는 경우 ▲경기도 의정부~서울 도심 운행에 서울 동북부 전 정류장을 거치는 경우 ▲인천 연수~서울 도심 운행에 부천 주요지점을 거치는 경우 ▲도시철도와 유사한 구간으로 운행하면서 모든 정류장에 정차하는 경우 등이 비효율적 광역버스 노선의 사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노선의 버스에는 목적지가 딱 맞아 출퇴근시간에 편히 앉아가려는 승객들을 제외하고는 이용객이 거의 없다. 한 노선의 경우 잦은 정차로 인해 편도 2시간 이상의 장시간을 운행하는데, 차 한 대당 하루 이용객이 200명이 넘지 않고 낮 시간대에는 편도 10명도 안 타는 경우가 예사이다.

그런데도 이 노선은 현행 체제로 지속되는 것은 지자체에서 지급되는 보조금과 타 노선에서의 수익으로 적자를 메우면서 미래 다수요지역을 선점하려는 업체의 바람 때문이다. 결국 모두에게 손해인 셈이다.

또한 광역버스의 굴곡노선이나 잦은 정차는 지자체와 운수업체 측이 민원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도 있다. 무정차 통과 때문에 지나가는 버스를 바라봐야만 하는 이용객들의 불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민원에 노선을 맞추는 것은 결국은 광역버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버스? 느리고, 많이 정차하고, 불편해"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광역버스 노선 및 이에 영향을 받는 몇몇 간선·지선버스 노선에 한하여 지난 2004년 7월에 실시된 서울 대중교통체계 변경과 같이 큰 폭의 변경이 있어야 한다.

'A-B-C-D-E' 구간에서 전 정류장을 정차하여 운행하는데, 'A-C' 구간 내에서의 구간수요가 있어 전 정류장 정차를 포기하기 어렵다면 'A-C'경우는 대체 노선을 만들어주고 'A-E' 혹은 'A-B-E' 형태의 장거리 이용 승객들을 위한 노선에 광역버스가 집중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설령, 'A'와 'C' 그리고 'E'가 서로 다른 행정구역 내에 있다고 할지라도, 'C'는 대승적 판단으로 'A-E' 구간을 'C'를 정차하지 않고 운행하는 버스의 통과에 협조하며, 'A-C' 노선을 저렴한 형태의 노선으로 만들어 모두가 이익을 보는 형태로 만들자는 의미이다.

수도권 위성도시에서 자가용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는 지인들에게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어떠한지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은 "버스는 느리고, 많이 정차하고, 편하게 갈 수 없다"고 말한다.

노선 분할로 배차간격이 심각히 벌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장거리를 빠르게 이동토록 하는 광역버스 본래의 취지를 살려줘야 하지 않을까 본다. 무엇이 광역버스를 살리는 길인지 곰곰이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korea.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교통, #광역버스, #무정차, #노선,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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