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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통신=문한별 미디어전문기자] <여의도통신> 기자는 미련하다. 미련하고 미련하기로 곰을 능가한다(곰이 진짜 그렇게 미련한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얼마나 미련한가 한번 보시라.

본 기자, 국회 홈페이지에 이름이 등록돼 있는 296명(원래는 299명이나 한화갑, 이호웅, 구논회 전 의원의 유고로 빈 자리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의원들 홈피를 하룻밤 꼬박 새다시피 하면서 하릴없이 눌러댔다.

왜? 개인 홈페이지 없는 의원들이 누군지 밝혀낼 요량으로.

그래서 마침내 알아냈다. 대한민국에서 그 흔한 개인 홈페이지 하나 없이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용감한 선량들이 누구며, 그 수는 얼마에 이르는지.

홈피 없는 의원은 모두 4명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정보기에 밤샘작업을 했느냐고 묻지 말라. 그냥 알아보고 싶었다. 대충 어느 정도일 거라는 것쯤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은근슬쩍 넘어가기 싫었다.

아무리 하찮은 정보라도 내 눈으로 확실하게 & 철저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어차피 '눈짐작' 내지는 '주먹구구' 같은 어설픈 단어들은 여의도통신의 정신과는 맞지 않는 것이니까.

국회 홈페이지 캡쳐
ⓒ 여의도통신
각설하고, 국회 홈페이지에서 "등록된 홈페이지가 없습니다"고 나온 의원들은 모두 9명에 이른다. 그러면 이들 모두가 진짜 홈페이지가 없는가? 그럴 리가~!

본 기자, 국회 사무처에 문의해서 사고(?) 의원실에 일일이 전화를 때렸드랬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서 몇몇 의원실에는 직접 방문하기까지 했다.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그랬더니 조순형(민주당, 서울 성북 을), 조성래(열린우리당, 비례대표), 박세환(한나라당,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이 세 명의 홈페이지는 국회 레이다망에 잡히지 않은 채 저 멀리서 따로 건재하고 계셨다.(포털에서도 검색 가능하다.)

여의도통신과 <오마이뉴스> 열혈 독자들을 위해서 이들의 아지트 주소를 공개한다.

- 조순형 의원 www.shjo.or.kr
- 조성래 의원 www.chosr.co.kr
- 박세환 의원 www.parksh.or.kr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6인은 누구일까?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 채일병(민주당, 해남 진도)
- 조성태(열린우리당, 비례대표)
- 정의용(열린우리당, 비례대표)
- 신명(열린우리당, 비례대표)
- 김종인(민주당, 비례대표)
- 김송자(민주당, 비례대표)


그러나 홈페이지가 없다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여기에도 두 부류가 있다. '아직 없는 사람'과 그냥 '없는 사람'.

'아직 없는 사람'은 현재 홈페이지를 구축 중인 이들을 일컫는 말로, 채일병 의원과 신명 의원이 이에 속한다.

2006년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뒤늦게 여의도에 입성한 채 의원은 이달 중 개통을 목표로 열심히 작업 중이고, 정덕구 전 의원의 사퇴로 의원직을 승계한 신명 의원도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개통할 것"이라고 그렇게 말씀하시었다.

'없는 사람'은 말 그대로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존재할 가능성이 전무한 이들이다. 조성태 의원을 비롯한 나머지 4인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남들은 다 갖고 있는 홈페이지를 이들은 왜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까? 이들의 변을 들어 보자.

경제수석 출신인 김종인 의원실은 "미안하다. 관심이 없다"고 했다. 전임 정부에서 노동부 차관을 역임했던 김송자 의원실도 "별로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던 조성태 의원 측은 "활동상황을 특별히 어필할 이유를 못 느껴서…"라고 변명했다.

가장 재밌는 답변은 외교안보통 정의용 의원실에서 흘러 나왔다. "돈이 없어요. 홈페이지 하나 만드는데 200만원 이상 들지 않나요?"

비례대표는 홈피 없어도 된다?

그랬다. 이유는 가지가지였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잠깐 생각해 볼 게 있다. 그것이 뭐냐? 바로 홈페이지가 없는 4명의 의원들이 죄다 비례대표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다만 우연의 일치에 불과한 것일까? 농(Non).

아시다시피 비례대표는 각 당에서 획득한 투표수에 따라 배분되는 자리다. 지역구 인기와 무관하다 보니, 다른 의원들처럼 유권자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누구 말처럼, 비싼(?) 돈 들여 홈페이지까지 운영해 가며 의정활동을 어필해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들은 그저 자기가 속한 상임위에서 전공과 특기를 살려 빛깔나게 놀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활동상황을 특별히 어필할 이유를 못 느껴서"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았다는 모 의원 측의 말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전체 비례대표 의원들 가운데 홈페이지가 없는 의원들은 4/55 밖에 되지 않는다. 10%도 채 못 되는 적은 숫자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나머지 51명은 비례대표 출신임에도 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을까?

▲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 홈페이지
ⓒ 여의도통신
먼저 한나라당 비례대표인 배일도 의원 측의 말부터 들어 보자.

"의정보고서도 못내는 상황에서, 홈페이지가 상임위 활동을 보고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아닌가요? 이것마저 안하면 안되지요. 이것은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대국민 서비스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서관의 말에 따르면, 하루 방문객수는 평균 수십여명에 지나지 않는단다. 그런데도 배 의원은 홈페이지를 직접 관리한다고 했다. 초기화면의 그림도 손 보고,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글도 써 올린다고도 했다. 그 자체가 의정활동의 연장이란 소신에서다.

민주당 비례대표인 손봉숙 의원실의 목소리는 더 적극적이었다.

"지역구냐 전국구냐를 따지기 이전에 그건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그것 없으면 어떻게 국민과 소통하고 교감합니까? 저희는 그걸 의무사항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인 박영선 의원실에서 들려온 소리도 똑같았다.

"저희도 지역구나 전국구 그런 걸 가리지 않고요. 의원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의정활동을 홍보하고 국민 알권리를 충족시키는데 현재로선 이보다 좋은 수단이 없잖아요?"

옳거니! 이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국회의원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은 기본적인 업무에 속한다. 달리 홍보수단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소관 상임위에서 이러저러하게 일했노라고 상전인 국민 앞에 정직하게 보고하고 아뢰기에 이만한 수단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홈페이지는 의원의 목소리를 단지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민의를 겸허히 수렴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안팎이 이처럼 호응하는 만남의 광장 없이 '피드백의 정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무관심은 무관심을 부를 뿐

물론 홈페이지의 유무만으로 의원들의 의정활동 우열을 판단하는 건 분명 무리가 있다. 그것 없이도 남 못지 않게 의정활동을 성실히 수행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홈페이지를 먼지 속에 방치하거나 부실 혹은 부정직하게 운영하는 이들도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앞으로 본 기자, 이 부분에 앵글을 맞출 심산이다. 각 의원실은 참고하시길!)

그렇다 하더라도 홈페이지 없는 것이 결코 정당화되거나 더더욱 자랑일 수는 없다. '무관심'은 '무관심'을 부를 뿐이라는 걸, 이들은 알까나 모를까나?

덧붙이는 글 | 여의도통신 3호(3월 19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태그:#국회, #홈피, #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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