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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은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였다. 미국의 공휴일 중에서 종교적인 휴일인 부활절, 성탄절, 추수감사절 등을 제외하고 모두 다 쉬는 공휴일은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인 메모리얼데이와 9월 첫째 주 월요일인 노동절이 있다. 종교적인 휴일들에는 보통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하고, 메모리얼데이나 노동절에는 여행을 위한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국의 공휴일은 날짜로 되어 있어서 무슨 요일에 공휴일이 되느냐가 달라진다. 그래서 새해에 달력을 받으면 공휴일이 며칠이 되는지, 소위 빨간 날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곤 하는데, 미국에서는 어느 달의 몇 번째 무슨 요일로 정해져 있어서 항상 공휴일 날짜는 같다. 이것은 공휴일 뿐 아니라 어머니날(5월 2째 주 일요일)이나 아버지날(6월 3째 주 월요일)들도 요일로 정해져 있어서 기억하기 좋다.

▲ 줄지어 선 요세미티 가는 자동차 행렬
ⓒ 구은희
꽉꽉 막힌 도로

필자도 같은 교회 같은 그룹에 속한 사람들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금요일부터 시작된 연휴로 도로는 꽉꽉 막혀 넉넉 잡아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목적지에 무려 5시간이나 걸려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모든 차들이 꼼짝을 하지 않아 55마일 속도 도로에서 5마일로 가기도 힘들었다.

순간, 이렇게 막힌 길에서 오징어나 뻥튀기 과자를 파는 한국 고속도로의 진풍경이 생각났다. 같은 일행 중의 한 사람이 준비해 온 뻥튀기 과자를 먹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한국 명절 때의 고속도로 풍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그렇게 어렵게 그날 목적지인 오크데일에 도착하였는데, 그곳에서 사시면서 우리 교회에 나오시는 집주인께서 미리 저녁을 맛있게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그분의 집을 둘러보면서 다들 그 웅장함에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더욱 놀란 것은 건평이 3600스퀘어피트(약 100평이 조금 넘음)의 집이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렌트 값 보다 훨씬 싸다는 사실이었었다. 집에는 방이 5개, 목욕탕이 4개가 있어서 같이 간 일행들이 가족별로 방을 쓸 수 있었다.

그 집주인은 조금 멀더라도 넓은 뜰이 있어서 신선한 야채들을 직접 길러 먹을 수 있고, 사시사철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조금 멀더라도 좋은 집에서 살 것인지, 편하게 좀 안 좋은 집에 살 것인지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같이 간 여자분들은 모두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향하여!

▲ 요세미티의 절경 바위산
ⓒ 구은희

▲ 요세미티의 부녀
ⓒ 구은희

▲ 요세미티 숲
ⓒ 구은희
그렇게 하룻밤을 그곳에서 보내고, 아침에 부지런한 한 남자분이 끓이신 참치 김치찌개로 아침을 먹고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는 요세미티로 출발하였다. 그런데 날이 날인지라 길은 다시 밀리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길을 지나쳐 더 갔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점심 때를 지나서야 겨우 요세미티에 도착하고 말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한국의 한계령을 연상케하는 심하게 구불구불한 길이었다. 망대도 없이 바로 굴러 떨어지면 천 길 낭떠러지인 그 길을 올라가는 동안 창문 쪽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요세미티에 도착해서 매표소에 도착하였는데, 작년 11월에 일본에 사는 동생이 방문했을 때 구입한 미국의 어느 국립공원이든지 주차할 수 있는 주차권 덕택에 따로 주차비를 지불하지 않고 손쉽게 게이트를 지나갈 수 있었다.

요세미티의 절경 폭포들

▲ 요세미티 폭포2
ⓒ 구은희

▲ 요세미티 폭포1
ⓒ 구은희

▲ 요세미티 폭포3-가까이 당겨서 찍은 사진
ⓒ 구은희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웅장한 폭포로 유명한데, 이번 여행이 3번째 방문인 필자는 전의 경험으로 인해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필자가 요세미티에 왔을 때가 물이 말라 있는 계절이라서 폭포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울 정도였었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난 후라서 그랬는지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만난 요세미티의 폭포들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높은 산에서 내리꽂는 듯 쏟아지는 폭포는 그동안 꽉꽉 막혀 답답했던 길과 마음 속을 시원하게 뚫어놓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멋진 폭포 앞에서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저마다 멋진 포즈로 독사진 또는 커플 사진도 찍고 점심을 먹기 위해서 싸 가지고 온 점심을 먹을 장소를 찾아나섰다.

그런데, 공휴일인데다가 길을 헤매느라 조금 늦게 도착한 탓에 주차할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나 교회 밴차로 함께 가서 큰 밴을 주차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해서 겨우 한 곳을 찾아서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평화로움이 넘치는 개울가

우리가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를 잡은 곳은 바로 개울가였는데, 그곳에서는 비키니 차림으로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가족끼리 단란하게 보트를 타는 모습도 보였다. 개울물의 색깔이 꼭 산을 물 속에 담가 놓은 듯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 요세미티 개울가에서 래프팅하는 모습
ⓒ 구은희

▲ 초록 물가의 다정한 부자
ⓒ 구은희
산호세까지 다시 가려면 4시간은 족히 잡아야 하므로 우리는 점심만 먹고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에는 아침에 가면서 보지 못 했던 바위산 절경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차 안에서 운 좋게 산 앞을 지나가는 부녀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모두들 아쉬운 마음으로 후일을 기약하면서 1박 2일간의 짧은 요세미티 일정을 마감하였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요세미티#메모리얼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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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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