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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 AP, 로이터=연합뉴스
6월 10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프랑스인들은 국회의원 577명을 선출하기 위해 투표소로 향하게 된다. 현재 7550여명의 후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원하는 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자당 의원이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상당히 중요하다. 프랑스 대통령에겐 미국 대통령과 달리 국회의원들의 의사와 다른 정책을 펼 수 있는 거부권이 있는 게 아니어서 선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지난 20여년 동안 프랑스에서는 대통령과 국회가 대립했던 적이 세 번 있었다. 이른바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 좌우동거 정부)이라는 것인데 사회당 출신 대통령인 프랑수아 미테랑과 우파인 자크 시라크 국무총리의 대립이 첫 번째(1986~1988), 미테랑과 발라뒤르의 대립이 두 번째(1993~1995), 시라크 대통령과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국무총리의 대립이 세 번째(1997~2002)다.

좌우가 대립하는 이 불편한 상황은 대통령과 국무총리라는 두 권력의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1958년 프랑스 새 헌법 이후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겐 막강한 권력이 부여됐다. 실질적으로는 국회의 과반수를 등에 업고 있는 국무총리가 정부 정책 결정권을 손아귀에 쥐고 있지만 대통령의 권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불편한 코아비타시옹이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 임기가 7년인데 비해 국회의원 선거는 5년마다 치러졌기 때문이다. 대선과 총선이 같은 해에 치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정권에 실망한 프랑스인들이 그 정권과 대립하는 당을 총선에서 선출했다.

코아비타시옹을 막기 위해 2002년에 대통령 임기가 5년으로 단축됐고, 이미 7년 동안 대통령 자리를 지켜왔던 자크 시라크가 처음으로 5년 기한의 대통령으로 재선출됐다. 곧바로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파가 과반수를 차지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2007년 현재 프랑스의 상황은 5년 전과 흡사하다. 니콜라 사르코지가 절반이 넘는 표를 획득해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이제 열흘 후로 다가온 총선에서도 이변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언론이나 국민이 이번 총선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이것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은 대선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새 내각 역시 새로 집행될 정책을 총선과는 상관없는 듯 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코아비타시옹 성립되기 어려운 상황

프랑스는 577개의 선거구로 구분돼 있고 그 구역민이 의원을 선출하도록 되어있다. 사르코지가 프랑스 전체의 과반수 지역에서 승리함으로써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의원이 과반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프랑스 총선 시스템은 절반을 넘는 표를 얻었을 경우 국회에서 차지할 의석수가 절반을 훨씬 능가하도록 돼있다. 이미 대선에서 53%의 표를 얻은 UMP가 국회에서 차지할 의석수는 전체의 3분의 2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UMP에서는 현재 401~442석을 예상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프랑스에서는 독일과 달리 비율에 따른 의원 임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 구역에서 평균적으로 10%나 15%의 표를 획득한다 해도 국회에서 좌석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프랑스 총선에서는 1선에서 과반수를 얻었을 경우 당선이 확정되는데, 전체 선거등록 유권자 중 25% 이상의 표를 얻었을 때에 한해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1선에서 12.5% 이상의 표를 획득한 의원들이 모두 2선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한 선거구역에서 3~4명의 후보가 2선에 올라올 수도 있는데, 보통 3~4번째 후보는 사실상 2선에서 당선될 확률이 거의 없어 스스로 포기하는 일도 많다.

29일자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는 올 총선이 5년 전과 비교해 상당히 우파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46%가 우파에 표를 던지겠다는 의견이었고(5년 전에는 38.5%), 사회당에 표를 주겠다는 사람은 29.5%(5년 전에는 37.2%)였다. 사회당과 다른 작은 좌파 정당에 표를 주겠다는 비율은 36%, 극우파인 국민전선에는 4.5%(5년 전에는 11.3%), 극좌파 3%(5년 전 2.8%) 그리고 바이루의 새 중도파 정당인 모뎀(민주운동당의 약자)에 표를 주겠다는 비율은 8.5%였다.

▲ 프랑수아 바이루.
ⓒ ⓒ AP=연합뉴스
사회당이 이번 총선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지나치게 적은 의석수를 차지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프랑스민주연합(UDF)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3위를 차지한 프랑수아 바이루가 이번에 새로 창립한 민주운동당이 총선에서 표를 어느 정도 획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기존의 UDF 의원 중 의원 자리를 빼앗길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사르코지 쪽으로 붙은 의원이 상당수 되는 상황에서 바이루가 내세운 중도파 정당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선에서 '유용한 선거'라는 이름으로 희생양이 된 작은 당들이 이번 총선에서는 어떤 결과를 얻을지도 주목해야 한다. 국민전선과 극좌파, 녹색당이 2002년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성과를 거둔 이유가 2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유용한 선거' 원칙 때문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작은 당들이 설사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한다고 해도 미리 주저앉을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총선에서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당의 후보가 50명 이상이 되고 한 후보가 얻은 투표수가 총 투표수의 1%를 초과하면 그 당은 표당 1.63유로를 받게 돼있는데, 득표수를 모두 합하면 무시 못 할 금액이 된다.

▲ 루아얄.
ⓒ AP,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9일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르 아브르(Le Havre)에서 열린 UMP 모임에 사르코지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총선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사회당에서는 대통령으로 선출된 인물이 이전처럼 당 모임에 참석한 것은 적합한 행동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같은 날 저녁, 파리의 제니뜨에서는 사회당 모임이 열렸다. 세골렌 루아얄과 프랑수아 올랑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로랑 파비우스 등 사회당의 주요 인물들이 대선 패배 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자고 다짐했다.

5월 6일 루아얄의 대선 패배 후 이번 총선에서 누구를 중심으로 총선을 치를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모으지 않았던 사회당 인사들이 한꺼번에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그 결과가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태그:#프랑스 총선, #사르코지, #루아얄, #바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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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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