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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기서 늙었소."
"할 것도 없고 나이 들어갔고 뭐 할 것이오. 아무것도 없소."
"리어카를 끌어도 시내에서 궁그렀으면 훨씬 나슬것인디, 옛날에는 미련한께."

땅 떼기가 없어 땅 붙여먹고 살아

옛날, 소라면사무소 직원이 찾아와서 땅 있는 사람이야 땅 붙여먹고 살면 되지만 땅 떼기도 없는데 왜 구태여 여기서 사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이런 데서 뭘 해먹고 사느냐며 시내로 가서 살라고 했다. 김운규(75) 할아버지는 그러니까 그때 시내로 나갔어야 하는데 하며 긴 한숨이다.

"밭떼기 서너 마지기 긁어먹고 살지. 이것도 놈의 밭이라…. 메주콩도 하고, 꼬추도 좀 갈고 해서 먹고 살지."

▲ 할아버지가 붙여 먹고 사는 밭뙈기
ⓒ 조찬현
▲ 고추밭을 일구는 할아버지
ⓒ 조찬현
할머니는 골다공증으로 몸져 누운 지 10여년이나 됐다. 허리와 다리가 많이 아픈데도 수술을 할 수가 없다. 나이 들어 돈도 없고 수술 시기를 놓쳐서 수술도 하지 못한다.

"너무나 거시기 돼갔고, 거기에다 칼질을 하면 못쓴데."

할아버지는 손수 밥 짓고 빨래도 거들고 집안일을 도맡다시피 한다. 자식 하나를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고, 또 한 명의 자식은 어디로 돌아다니는지도 모른단다.

"하필 쓸 만한 자식이 죽어 부렀어, 시방 15년이나 됐어."

자식 하나는 가슴에 묻고, 하나는 사고로 사람 구실 못해

아는 사람의 소개로 공사장에서 일했던 아들은 아주 성실했다. 세상 물정을 잘 몰랐던 아들은 동료들에게 사기를 당해 경제적으로 고통을 당하고 마음 고생도 많이 했다고 한다.

"노가다하다 그 염뱅하고… 사람을 몰라볼 정도로 얻어맞아서, 광주의 대학병원까지 실려 가서 사람 노릇 못하고 그냥 갔어."

띄엄띄엄 말을 잇던 김 할아버지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든다. 지금껏 당신이 살아온 세월이 너무 억울하고 한이 맺혀 차마 말을 할 수가 없단다.

"종자가 있어. 없는 놈은 항상 뒤떨어져 따라가지도 못해, 맨발 벗고 따라가도 힘들어. 이 나이 되도록 즐거운 일이 한 번도 없었어. 평생 고민이고, 하루하루 마음 편하게 살아본 일이 없지."

그런 할아버지를 보고 외지사람들이 오가며 할아버지는 경치 좋은 곳에서 마음 편하게 살아서 좋겠다며 내심 부러워한단다. 사는 것은 돈만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며.

"아들 하나도 교통사고를 당해 귀 할라 먹고 형편없어, 어디서 밥이나 먹고 사는지… 한쪽 눈도 안 뵈게, 그래도 국가에서 장애자 안 해줘."

▲ 갯가에서 낙지를 잡아 마을로 가는 아주머니
ⓒ 조찬현
아주머니 둘이 갯가에서 낙지를 잡아가지고 마을로 돌아온다.

"찍지 마씨오. 아들들이 다리 아픈디 이런 일 하지 말라고 그러는디."

남는 게 별로 없는 게 농사

할아버지는 영세민이다. 그래서 국가에서 나온 생활보조금으로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 일을 마치고 바닷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할아버지
ⓒ 조찬현
"영세민이라 그래서 그거 갖고 묵고 살제. 안 그러면 묵고 살도 못해. 걸어 다니면 다리가 구글텅 구글텅 그래. 이제 다리 할라 아파갖고 농사도 못 지어, 7~8년 전부터 그래. 옛날에는 소 몰고 쟁기질하고 그랬제. 이제는 기계로 털어 불제, 만고 편해. 한마지기 논 턴디가 5만원, 심근디가 5만원, 빈 디가 5만원, 그래 갖고 15만원 안 하것소. 그러니 뭐시 남것소, 기계 부린 사람만 배불러. 농약 값 지제, 그것도 7~8만원 들제, 그래 갖고 뭐가 남것소. 그나마 직불제라고 해 갖고 국가에서 내준 돈이 2마지기에 10만원 정도 돼, 그래서 살제. 저 무키논거 봐, 문전옥답인디 안 지어 부러, 이거이 7마지기 1400평 아니어."

논 갈고, 모 심고, 벼 베고 하면, 남는 게 별로 없는 게 농사란다. 문전옥답까지도 묵혀 놓는 농촌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김 할아버지는 긴 한숨을 토해낸다.

"쌀쌀~ 이제 집이나 가볼거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태그:#달천마을, #땅뙈기, #서너 마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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