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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자연을 닮은 숲속음악회
ⓒ 송정희
15일 오후 은평구 진관내동 북한산 입구에 위치한 북한산 초등학교 운동장. 토요일 학교수업이 끝난 시간이지만 하나둘씩 학교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해질녘이 될 무렵 200여명이나 들어차 있었다.

푸른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한편으로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아이들이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축구골대 앞으로는 작은 무대가 아담하게 놓여져 있었다. 그린벨트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 그림이 걸려 있는 옆으로 입구에서 나눠준 떡을 가족들이 오붓하게 모여 앉아 먹으며 주말의 여유를 즐기는 표정들이다.

이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2007 자연을 닮은 숲속 음악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하 국시모)이 주관하고 생태보전시민모임, 우이령보존회, 북한산 국립공원 사무소 등 10여개 단체가 함께 준비한 이번 음악회는 올해로 3회째를 맞고 있으며 그린벹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서울을 숨쉬게 하는 생태문화울타리 그린벨트'라는 주제가 예시하는 것처럼 녹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보호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음악회는 주최 측 표현대로 '풀내음 가득한 자연과 더불어 좀 더 평화롭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삶터를 만들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다.

▲ 대금 연주중인 북한산초등학교 학생들
ⓒ 송정희
작은 음악회를 지향하고 있는 이번 행사는 북한산초등학교 학생들의 단소 연주로 오프닝을 열었다. 서툰 솜씨지만 연습한 실력을 정성껏 선보이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에는 꽤 진지함이 배어 있었다.

가야금과 아쟁 연주가 이어졌고, 뒤이은 플루트의 아름다운 음색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산 주위를 감싸 안았다.

음악회는 대금(김평부) 판소리(최경남) 율려춤(이귀선) 택견시연 등의 순서가 어우러지며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회원, 북한산 자락을 찾은 시민들에게 흥겨움을 선사했다. 순간 순간 흥을 돋는 춤과 노래에 참석한 사람들의 어깨가 들썩이는 모습이었다.

푸른 잔디에 앉아서 듣는 음악 속에 자연스레 녹지보존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것이 이번 음악회가 전달하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음악회에 앞서 민속 생태 놀이와 페이스페인팅의 사전 행사를 준비해 아이들이 마음껏 녹지를 뛰어놀며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 것과 가족들이 함께 모여 앉아 주말 오후를 느긋하게 보내게 한 것도 이번 행사를 동해 참석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중 하나였다.

제대로 된 조명도 없이 학교 건물에서 운동장을 비추는 불빛에 의지해 모든 사람들이 한 데 어울려 맺은 행사는 말그대로 작은 음악회였지만 참여한 사람들에게 아늑함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참석자들은 "잔디가 너무 아름다운 학교"에서 "재미있게 펼쳐지는 아이들의 재롱과 문화 공연이 좋다"는 반응을 보이며 즐거워했다.

이번 행사는 환경단체들의 그린벨트 보호활동에 있어 지역주민과의 연대를 이루는데 목적이 있으며, 서울시의 그린벨트 보존 사업의 일환인 그린벨트 워크숍에 참여 중인 국시모가 문화쪽을 담당하면서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후원으로 이뤄지게 됐다.

"(국시모가 단독으로 진행해 온 이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여러 환경단체들과 연대해 함께 만드는 행사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행사 준비에 관여한 국시모의 김은성 간사는 강조했다.

▲ 솦속 음악회가 열린 북한산 초등학교와 얼굴과 손에 페이스페인팅을 한 어린이들
ⓒ 송정희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음악회 장소로 제공된 북한산 초등학교는 의상봉 아래 위치한 북한산 자락 그린벨트 지역에 있는 유일한 교육시설이란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초등학교로는 이례적으로 푸른 잔디가 깔린 운동장은 눈앞으로 우뚝 솟은 북한산 봉우리들과 조화를 이루며 수려한 풍경을 자랑했다.

이 학교 오옥녀 교감선생님은 학교의 특성에 대해 "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있어 생태공원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덕분에 아이들이 환경의 혜택을 받고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이런 학교의 특성상 생태환경교육에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개교 40주년을 맞은 이 학교는 전교생이 207명에 불과하지만 북한산관리사무소를 비롯한 환경단체와 교류를 통해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도심 속 전원학교로 알려져 있다.

ⓒ 송정희
이번 행사를 준비한 국시모 이세라 간사는 "그린벨트의 중요성을 웬만큼들은 알고 있지만 국립공원지역 내에도 사유지들이 많이 있다 보니 이를 단순히 개발제한지역으로만 이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공익적 가치를 위한 녹지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행사가 마련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세라 간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자연 녹지의 중요성은 북한산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의 아파트 공사 현장이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은평 뉴타운 개발로 인해 일부 해제된 그린벨트 지역이 아파트 숲으로 바뀌어 북한산 턱밑까지 밀고 들어오면서 자연숲과 묘한 대치점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국시모는 그린벨트 보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환경단체들과 연대해 지속적으로 벌여 나갈 계획이라며 9월쯤에는 도봉구쪽에서 가을걷이 행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북한산초등학교,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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