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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귀히 여길수록 엄히 길러야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는 동물의 사회에서도 통하는 법칙이다.

우리 사회에 그릇된 자식 사랑으로 부모가 곤경에 처하거나 자식의 입지를 어렵게 한 경우가 적잖다. 자식 교육을 위해 위장 전입한 정치인이 있고 자식을 때린 상대방을 조직적으로 보복한 재벌 총수도 있다.

또 삼촌의 사업체와 유관한 병역특례 업체에서 복무기간 동안 불법으로 연예활동을 지속하다 적발된 연예인도 있다. 반면에 병역소집대상이 아님에도 고국에 와서 병영 생활을 하는 해외동포 청년들도 있다.

이런 상반된 선택을 보며 지도층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0여년 전 자녀를 명문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 전입한 사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좋은 교육이 출세의 지름길로 여겨지는 우리 사회에서 자식을 위해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는 사람도 있다.

맹자의 어머니도 자식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고 그걸 두고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고 한다면서 말이다. 자식 교육을 위해 위장 전입한 것이 비단 이 전시장 뿐은 아닐 것이다. 웬만한 인사의 주민등록 상황을 보면 유사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맹모가 환경을 따라 거주지를 실제로 옮긴 것과 서류상의 위장전입은 다르다. 장삼이사(張三李四)의 경우를 두고 이 전 시장만 문제 삼는다고 억울해 할 일도 아니다. 그가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민적 추앙을 받고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자리다. 그런 걸 알기에 이 전 시장 스스로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시장은 본인 스스로 불우한 과거를 극복하고 오늘에 이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식을 특수층 자녀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에 보내려 편법을 쓰다니 씁쓸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어떤가? 아들이 술집에서 당한 폭행을 앙갚음하려 가해자들을 은밀한 곳에 가두고 폭행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항간에는 아비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그도 사람이기에 분노하고 역정을 낼 만하다는 말이다.

일반인도 아닌 법무장관조차 강연 도중 그런 심정을 토로해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나 앙갚음의 정도가 도를 넘었다. 보복을 위해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이를 수사하는 공권력까지 좌지우지하려 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사회적 귀감이 돼야 할 재벌 총수로서의 태도가 아니다.

싸이는 특이한 외모로 열정적인 활동을 해온 유명 가수다. 얼마 전까지 대학과 기업 등에서 강사로 초청받는 성공한 연예인이기도 했다. 외모 등 연예인으로서의 약점을 딛고 일어선 그의 배포와 관리기법이 귀감이 된다는 연유에서다.

그러던 그가 병역 비리에 연루됐다. 작은 아버지 사업과 관련된 병역특례업체 근무를 택한 그가 복무 기간 중에 불법으로 연예활동을 지속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에 띄지 않을 텐데 인기 연예인이라는 공인의 입장 때문에 두드러진 일이다. 이를 계기로 병역특례 업체에 복무 중인 연예인 중 상당수가 부실 복무 의혹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현역으로 갔다 올 걸’하며 기자회견에서 후회했다.

이렇게 보통 사람의 기를 꺾는 일이 있는가 하면 대견스런 일도 있다. 고국에 돌아가 떳떳한 사회활동을 하겠다며 병역소집대상이 아닌데도 자원입대해 병영 생활을 하는 해외동포 청년들이 있다. 병역법은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은 병역의무에서 면제되도록 했다.

그런데 국외영주권자의 입대 신청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5월까지 36건이던 것이 올 들어 5월까지는 61건으로 같은 기간 대비로 60% 이상 늘어났다. 제대를 얼마 앞두고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은 윤장호 병장도 10년이 넘는 미국 유학생활에도 병역 의무를 위해 자원입대했던 경우다. 이런 젊은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어둡지만은 않다.

자식은 부모 행위를 비추는 거울이라 했다. 자식에게 바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결국 자식을 망칠 수 있다.

지도층 인사는 일반인의 거울이 돼야 한다. 기득권층이 솔선수범해 신분에 맞는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뿌리내려야 한다. 1,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귀족학교 이튼칼리지 출신 2000여명이 전사하고, 포클랜드전쟁 때 영국의 왕자 앤드루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한 뜻을 새겨볼 일이다. ‘나를 따르라’고 앞장서는 지도자는 없고, ‘앞장서 나가라’고만 외치는 지도자만 있다면 불행한 사회다.

태그:#노블레스 오블리주, #이명박 전 시장, #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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