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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석운(52) 한국진보연대(준) 상임운영위원장. 벌써 7개월째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중앙 본부가 입주해 있는 서울 영등포구 대영빌딩이 그의 집이다. 경찰은 작년 11월 한미FTA(자유무역협정)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그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주거와 이동의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그의 활동은 여전했다.

한미FTA저지 범국본을 이끌면서, 단식농성을 비롯해 각종 세미나, 회견자리에 어김없이 얼굴을 내비쳤다.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열리는 한국사회포럼 공동위원장도 맡았다. 포럼이 열리기 전날인 지난 5일 오전 진보연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 대부분도 한미FTA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달말 한미 양국이 협정문에 최종 서명한 것을 두고 어떻냐고 묻자, 그의 입가엔 쓴 웃음소리가 나왔다. 박 위원장은 "한마디로 기만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이라고 단정짓고, "철저하게 국민을 배제한 상태로 시작부터 끝까지 협상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번 한미FTA에는 다른 어떤 나라의 FTA에선 볼수 없는 세계최초로 들어간 것들이 꽤 있다"면서 농업과 저작권 보호 등의 예를 들었다. 쌀을 빼고 나머지 농업 전분야에 걸쳐 개방에 합의한 것이나, 저작권 침해가 아닌 무단사용 부분에 대해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는 규정 등이 그동안 세계에서 체결된 FTA에선 볼수 없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농업개방정도는 다른 어떤 FTA에서 볼수없을 정도로 강한것"

박 위원장은 이어 미 의회의 자동차와 쇠고기 시장 개방 압력에 대해서, "한미 양국은 자동차 등이 포함된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하지만, 의회에서 또 다시 자동차 등을 가지고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뼈 있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부 조사단이 미국 현지 실사를 나서면서 사전에 충분한 준비나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 있는 중요한 조사가 전혀 준비없이, 기만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한마디로 그냥 '투어(관광)형' 조사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국회의 한미FTA반대모임인 비상시국회의를 중심으로 서명을 받아, 내주초에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요구서가 제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대선 국면에서 농민과 노동자, 자영업자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벌이고, 대선 후보의 당락에도 영향을 미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 가진 인터뷰 전문.

- 한미양국이 지난주에 미국에서 최종적으로 한미FTA 협정문에 최종적으로 서명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에 끌려다니는 협상 아니었나. 특히 마지막 협정문 체결에 앞서 진행된 협상은 기만적이고, 굴요적인 협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재협상 내용이나 문안 자체를 국회나 국민에게 공개하지도 않았다. 정부는 그동안 재협상 없다고 해놓고, 정확한 해명도 없이 추가협의라는 말로 기만해왔다. 또 협상 내내 철저하게 국민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반민주적인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 미국 하원쪽에선 자동차 문제 등 들면서 이번 한미FTA에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에선 우리가 오히려 상대적으로 협상을 잘한 방증으로 이야기도 하는데.
"그것은 우리의 전략적 실패라고 본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다. 그 문제를 건드리는 순간 벌집을 건드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동차는 우리가 아무리 퍼줘도 (미국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한미FTA 의제를 삼는 순간부터 잘못된 것이다."

한미 FTA가 세계FTA 역사상 처음으로 합의해준 것들

- (미국과) FTA를 하면서 어떻게 자동차 문제가 빠질수 있겠나.
"그러니까, 한미FTA를 하지 않았으면 자동차 문제가 나오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미국 의회쪽에서 요구하는 것을 보면, 전체 100개 중에 80(개) 이상을 가져 놓고 나머지 20까지 다 내놓으라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 물론 미국의 이 같은 행동은 그동안 한국이 미국 요구를 계속해서 받아준 측면이 강하다."

- 물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는 자동차에서 큰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하긴 했다.
"그렇다. USTR 내부에서조차 자동차 등에서 엄청난 성과를 냈다고 할 정도인데… 이번 한미FTA에선 세계 FTA 역사상 처음으로 합의한 부분이 꽤 된다."

- 어떤 부분이 세계 최초라는 것인가.
"농업부문만 보더라도, 이번에 쌀을 빼고 모든 부분에서 개방에 합의를 하지 않았나. 세계 다른 FTA에선 볼수 없는 아주 강한 개방수준이다. 저작권 보호 부분에서 무단사용한 부분에 대해서 관련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는 조치다. 단지 허락을 받지 않고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할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을 침해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 다른 나라의 FTA엔 그런 조항이 없나.
"그렇다.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면서 저작권 침해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허락 안 받고 썼다고 사이트를 폐쇄하는 조항이 있는 FTA는 한미FTA가 처음이다. 또 있다. 스냅백(Snap-back, 일시적으로 수입이 증가하면 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는 제도) 조항도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미국에 따라 협상이 진행된 것이다."

"사람 죽여놓고 인간적 실수라고 말할수 있나"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그래도 정부쪽에선 과거 미국과 협상보다는 잘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외통부 관리들이 그랬다고 하더라. '이번 협상처럼 한미간에 대등하게 해본 적이 없다'고 …하하 (웃음). 그동안 미국이 불러준 대로 계속 받아쓰기만 하다가, 이번에는 토씨도 좀 바꾸자고 말해서 바꿨다고 하고 있다. 정말 기가 막힌다.

- 자동차 이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도 여전히 미 의회쪽에선 문제를 삼고 있다. 물론 일부긴 하지만 이미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데.
"이번 협상 타결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고 있는데, 아마 역사적 범죄로 기록될 것이다. 영국에서도 처음에 광우병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농림부 장관이 쇠고기 햄버거 시식하면서 문제없다고 했다. 하지만 6~7년이 지난 후 사람이 죽자, 대공황 상황이 왔다.

하지만 한국처럼 광우병 발병 사례가 없는 나라에서 (광우병이) 전혀 관리되지 않은 쇠고기들이 들어오고 있다. 심지어 검역증서를 위조하면서까지 들어오지 않나. 인간적 실수라고 하는데…(하자) 그럼, 예를 들면 사람 죽여 놓고 인간적 실수라고 할 수 있나."

"농림부의 쇠고기 현지조사는 투어형 조사"

- 미국이나 우리 정부에서도 미국민들도 자국 쇠고기를 먹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하지 않나.
"미국 사람들도 자신들 쇠고기 먹지 않느냐고 하는데, 상류층은 위생상태가 좋은, 방목해서 키운 이른바 유기농 쇠고기만 먹고 있다. 하지만 하류층은 그렇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쇠고기의 부위와 등급에 따라 가장 큰 차이를 내는 곳이 미국이다. 그래서 차라리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려면, 미국 상류층이 먹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 정부에선 뼈 있는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해서 미국 현지 업체를 상대로 한 조사 등도 진행하고 있는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해선) 내부적으로 8단계의 조사가 필요하다. 물론 미국 현지에 가서 도축시설을 포함해 자세한 실사과정도 있다. 그런데, 현재 진행중인 조사 자체가 매우 졸속적이고, 충분한 검증도 없이 이뤄지고 있다.

(농림부에서) 미국으로 조사단이 출발하기 이틀전에 국회로 연락해 와서 교섭단체별로 민간 전문가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하루 만에 비자가 쉽게 나올 수 있나.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철저하게 사전에 준비해서, 조사를 해도 어려울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이 걸려 있는 중요한 조사가 전혀 준비없이, 기만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마디로 그냥 '투어(관광)형' 조사에 불과할 뿐이다."

- 그럼에도 앞으로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해서 뼈있는 쇠고기까지 포함해서 전면적인 쇠고기 시장이 불가피할 지도 모르는데, 대응 방안이 있나.
"이 부분에 대해 좀더 적극적이고, 대중적인 반대운동을 펼칠 것이다. 미국의 광우병 쇠고기 안팔고, 안사고, 안먹기 운동(3불)을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다. 특히 대형마트나 주요 패스트푸드 업체, 대형 외식업체와 구내식당 등을 상대로 미국산 쇠고기 사용 안하기 운동을 할 예정이다. 해당 업체에 제안서를 보내고, 미 쇠고기를 쓰지 않으면 스티커를 붙이는 등도 할 것이다. 만약 그 업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업체 앞에서 피케팅 등 집회도 생각하고 있다. 학교이나 병원 등 대형 급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 미국쪽의 반응에 대해선 어떻게 듣고 있나. 일부에선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 하원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꽤나 많다.
"그런 이야기가 있긴 하다. 우리도 미국쪽의 전문가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자동차 문제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 쇠고기 문제는 하원보다는 상원쪽에서 더 관심이 높은 것 같고. 아마도 (미 의회에서) 또 다시 자동차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내주초에 국정조사권 요구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

- 한국이나 미국 모두 자동차 등을 포함한 재협상은 없다고 공헌하고 있는데.
"지난번 협상도 당초 정부는 부인했지만, 결국 (협상을) 하지 않았나. 미 하원 쪽에서 자동차 문제를 계속 걸고 넘어질 경우 재협상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남미 국가와의 FTA 협상 때, 협정문에 사인한 다음에도 재협상을 한 사례가 있지 않나."

- 국내 비준은 어떻게 보나. 정부에선 올 정기국회 때 가능하면 처리되길 바란다고 하는데. 물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현재 (한미FTA를) 반대하는 국회의원 수가 65명 정도다.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인데, 여기 추가로 의원들을 모아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정조사를 요구하기 위해선 10여명 이상의 의원들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아마 다음주에 국정조사권 요구서를 제출할수 있을 것이다. 또 헌법 위반 부분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 헌법 부분은 아직 크게 공론화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있다. 현재 헌법을 보면, 체결과 비준에 대한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 그리고 체결과 비준 동의 권한은 국회에 있다. 헌법상 외국과 중요한 조약 체결 과정에서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체결 과정에서 국회 동의를 받았나. 재협상 문안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헌법 위반 아닌가. 물론 국회도 스스로 권한을 포기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 23명이 작년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그런데 헌재는 7개월 동안 심리자체도 하지 않고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할 책임있는 헌재까지도 사실상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만약 정부와 일부 여당의원 중심으로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한다면.
"그때는 반대 의원들을 중심으로 육탄으로 막아야 하지 않겠나."

- 9월 넘어가면 말 그대로 대선 정국이고, 내년 4월이면 국회의원 선거도 있는데.
"한미FTA 찬반을 가지고 대통령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농민과 도시 빈민층, 노동자, 자영업자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운동을 펼쳐 나갈 생각이다."

"한미FTA 찬반으로 대선 당락에 영향을 줄수 있도록 할것"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일부에선 반대진영의 반FTA 운동에도 불구하고, 결국 타결과 협정문 체결, 그리고 비준까지 갈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한마디로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럴 수 있다. 정부쪽에서도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결국 비준돼서 갈 것이라는 '굳히기' 작전을 하고 있다. 국민들도 한미FTA가 어떻게 우리에 나쁜 영향을 미칠지,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부분도 있다. 힘든 부분이다. 대신 광우병 문제처럼 현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생각이다."

-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국사회포럼도 여러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87년 민주화 운동 20주년이 되기도 하고, 외환위기 10년이 된 해이기도 하다. 거기에 한미FTA라는 미래의 괴물이 준비되고 있는 해이기도 하다. 민주화 운동과 외환위기이후 변화된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구조를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 사회포럼이 과거에 보면, 주로 활동가 중심으로 대중성이 약하지 않았나라는 지적도 있었는데.
"맞다. 작년까지만 해도 참석자들이 시민사회나 노동운동 등 활동가 중심으로 교육차원에서 진행된 듯한 모습이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좀더 많은 시민들도 참여하고, 들을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 물론 작년에 한미FTA 투쟁 등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포럼 준비가 대단히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각종 토론회를 비롯해 좀더 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주제와 공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또 짧은 시간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소통되는 의제와 담론에 대해서도 들을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해서 앞으로 2~3년내 세계사회포럼도 한국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하겠다."

태그:#한미FTA, #박석운 위원장, #굴욕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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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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