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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범여권 통합이 아직까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중도개혁세력의 결집'이란 기치하에 대통합의 물고를 튼 듯하다. 참여정부의 민심이반으로 악화된 범여권의 위기는 그 원천을 탐조하자면 김영삼의 3당 야합으로 극심화된 정당의 정체성 혼란과 사당화가 가져온 필연적 위기라 할 만큼 현재 우리 정당의 정체성은 굴절되고 왜곡된 절름발이 행보를 해온 결과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 동안 극렬한 대립을 보였던 '소통합 대 대통합'이나, '민주당 대 참여정부인사 배제론' 등이 점차 목에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3당 야합 이후 혼란에 빠진 중도개혁정당의 정체성을 회복하라는 지지자의 열망' 앞에 정파 혹은 집단이기주의가 패퇴하는 과정이라고 보아도 좋을 듯 하다.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범여권 통합이 조금씩 가닥을 잡아나가는 과정을 보자면, 민주주의가 얼핏 보기에 전제주의나 독재에 비해 대의의 결정과정에서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져 혼란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 혼란을 수습하고 대의를 결집해가는 과정에서 참가자의 자발적 욕구가 서로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며, 권위와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일사분란 한 교조적 집단보다 훨씬 더 폭발적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 할 수 있게 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의 정치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다. 따라서 정치를 예측함에 있어서 섣부른 예단이나 선입견으로 이루어진 공식에 대입하여 계산기를 두드렸을 경우 합리적이거나 과학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주술적이거나 감정적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오늘날 통합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려 하거나 어떻게든 통합에 부여되는 의미를 훼손하려는 일련의 정치세력들이 태도가 바로 그렇다.

겁먹은 개가 크게 짖는다 (수구정당)

범여권 통합이 방향을 선뜻 정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을 당시 한나라당은 애써 웃음을 감추어야 할 정도로 여유를 지니고 있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예비후보의 지지율은 나머지 모든 후보를 압도하는 과정에서도 일사분란하게 단합하지 못하는 민주개혁세력의 행태는 적어도 일사불란한 복종을 중시하는 수구정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무질서하고 분열을 위한 아 다툼 정도로 밖에 비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두 예비후보가 안고 있는 갖가지 부패 연루 시비가 예상 보다 훨씬 거세지고, 본선에 돌입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미 두 후보의 도덕적 하자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여권은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던 여러 계파의 후보군의 회합이 부쩍 잦아지고 통합 논의가 급류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여권 통합이 점차 구체성을 띠자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그 동안 여권 통합과 여권의 대승적 후보 단일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정치보복 하지 않을 테니 평상심을 가지고 조용히 국가 원로로 대접받을 자세를 가져달라"고 정중하게 권고했다. 김 대표의 발언은 말이 권고이지 사실상 "김대중 전 대통령이 조용히 지내지 않으면 집권 후 보복하겠다"는 사실상의 협박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여권 단일화를 놓고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무리수를 두는 까닭은 그들이 겁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단일화가 단순한 한자리수 지지 후보의 산술적 더하기가 아니라 '민주개혁세력의 재 결집'란 대명제 아래에서 상당히 드라마틱한 단일화를 이루어 나감으로서 80년대 중반 6월 항쟁의 주역들이 다시 뭉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겁먹은 개는 위협적인 존재가 가까이 다가가면 물테니 가까이 오지 말라며 늘 시끄럽게 짖어대기 마련이다. 전직 대통령에게 "정치 보복 운운"하는 상식 이하의 협잡을 늘어놓는 한나라당, 그들은 분명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민주개혁세력은 당신들이 전부가 아니다(친노·반노)

그 동안 민주개혁 세력의 재결집에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집단은 탄핵주도 세력과 친노계열의 인사들이었다. 대통합이 여권지지자의 지지를 얻고 있는 오늘날 현실에서도 민주당의 분당과 탄핵 사태로 결별한 극소수의 친노, 반노 인사들은 여전히 '자기중심의 통합' 또는 '상대 정파의 배제론'을 들며 통합에 딴지를 걸고 있다.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의 조순형 의원의 친노세력에 대한 반감은 감정의 대립을 넘어서서 증오에 가깝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런 그가 대선후보 출마를 시사하면서 민주당 비노 세력들은 그가 후보로 나올 경우 "단숨에 10%대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어 놓고 있지만, 이러한 전망은 지금의 민주당이 여전히 호남 지역당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할 뿐이다. 민주 개혁세력의 대선 득표 목표가 10%대가 아니라면 말이다. 민주당의 탄핵주도 세력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반면 친노계열의 참평포럼은 "열린우리당은 통합을 구걸하지 말라"면서 대통합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참평포의 인적 구성원 대부분이 친노인사와 노사모를 중심으로 뭉쳐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그들의 결속력이 대단하다는 것 또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것으로 끝이다. 노사모나 참평포의 결집이 강화되면 될수록, 그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면 할수록 친노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거부감 또한 비례해서 커진다는 사실을 그들 또한 깨달아야 한다.

또한 통합을 반대하는 친노나 반노가 공히 알아야 할 사실이 또 있다. 민주개혁세력 지지자의 인적 구성은 친노나 반노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극소수의 친노 세력이나 극소수의 반노 세력이 아니더라도 민주개혁세력은 수구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고, "지지자가 원하는 범여권 통합은 '친노'나 '반노' 같은 국지적이며 감정적인 소아적 이슈가 아니라 '민주개혁세력의 정통성을 이을 민주정당의 재건'"을 바라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기치에 함께 할 수 있으면 동참하면 되는 것이고 함께 할 수 없다면 각자의 길을 가면 그 뿐인 것이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드시지(교조적 진보폐인들)

민주개혁세력의 결집을 '원칙을 배제한 산술적 야합'이라며 의미를 폄훼해온 일련의 진보 세력들이 여권통합을 비난하는 것을 보자면 그들의 자가당착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그 동안 참여정부를 '수구세력의 앞잡이'나 '매판자본의 앞잡이'등으로 공공연히 비난해 왔고, 최근에 들어서는 "차라리 한나라당과 합당하라"며 참여정부와 지지자들을 모독해왔다.

그런 시각을 가진 그들이라도 범여권 통합에 대해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엄밀하게 말해 그들에게 '통합을 "해라, 마라" 할 권리도, 어떤 식으로 통합을 진행하라고 충고할 자격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해야 하겠다. 왜냐하면 교조적 혹은 독선적인 진보폐인들은 세상이 두 쪽 나도 민주개혁세력을 지지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참여정부나 민주개혁세력을 기득권 세력의 앞잡이거나 한나라당과 같은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는 한, 그들의 여권 통합에 대한 어떤 간섭도 남의 잔치상에 상차림을 간섭하는 주제 넘는 짓이거나 통합이 잘 될 것을 질시하는 시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말만 많은 교조적 진보 폐인들은 민주개혁 세력은 이제까지 "한나라당이 집권 하더라도 우리의 민주주의는 크게 후퇴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을 펼쳐왔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던, 민주개혁 정당이 집권하던 별 의미나 감흥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사고가 고착된 진보폐인들을 설득할 방법은 없고 설득하고픈 마음도 없다.

민주개혁세력의 대 통합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수구세력의 반동에 대항하자는 것이며, 어렵사리 이룬 민주화의 역사적 흐름을 계속 이어가자는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이지, 극소수의 교조적 진보주의자들에게 감동 따위나 주기 위한 퍼포먼스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남의 잔치상에 '밤 놓아라 배 놓아라'시시콜콜 잔소리만 해 댈 것이 아니라, 여권 통합이 잘 되던 무산되던 '굿이나 보고 떡이나 드시라'는 말씀이다. 범여권 통합은 남의 집 잔치이고 당신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지난 민주개혁 세력 집권10년은 당신들에게 있어서 더 없는 은총의 세월이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한겨레,다음,더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범여권통합, #민주당, #참평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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