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언제부턴가 예능프로그램이 몇몇 MC들이 장악하고, 거의 반복되는 고정 패널들이 등장해 놀이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점점 리얼리티 쇼를 표방하고, 추억의 마케팅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겪고 있다.

헌데 제 아무리 변해도 달라지지 않은 것은 영향력 있는 MC들은 여전히 방송을 두세 개 겹치기로 하며 맹활약을 떨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규라인, 유라인 등 말들이 나오며 몇몇 MC와 패널들이 묶음으로 나오고 있다.

고정 MC들과 패널들의 놀이판으로 전락

▲ 국민MC 유재석은 프로그램만 5개를 넘게 진행하며 몇몇 인물이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다.
ⓒ IMBC
국민 MC로 우뚝 선 유재석의 경우 <무한도전>부터 <진실게임>까지 5개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20여 년간 후배들의 도전에도 꿋꿋한 이경규는 3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몇몇 MC들이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다.

그 사이 친분이 있는 듯한 패널들도 고정화되면서 자신들끼리 놀고 웃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버렸다. 시청자들을 웃겨야 하는 그들이 본인들 스스로 놀이판 주인공, 관객이 되어 즐기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쇼에 즐겁게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몇 개를 제외하곤 없다.

게다가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은 공개프로그램 몇 개를 제외하곤, 사라진 지 오래다. 모두가 개그맨 출신이지만 MC를 보고 있다. 본인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지도 오래이다. 이러한 상황이 점점 심화되면서 당연히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몇 개 남지 않게 되었다.

방송 예능프로그램도 어느새 전문인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아마추어인 시청자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왜 재현프로그램이 해마다 한 두 프로그램씩 인기를 끌고 있는지 말이다.

전문 배우들이 출연해 극화하지 않고 아마추어라 할 수 있는 소위 ‘재연배우’가 등장해 연기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웃는다. 그것은 어설픈 그들의 연기에서 웃음이 자연스럽게 유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해 아마추어지만 그들의 끼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모습을 보며 웃는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아마추어들이 벌이는 다양한 쇼쇼쇼!

하지만 이러한 방송가의 바람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전국노래자랑>과 <진실게임>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랜 시간동안 <전국노래자랑>이 사랑받는 이유를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혹자는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주책을 떠는 프로그램이라 치부해 버린다면 국민 할아버지 송해에게 혼쭐이 나지 않을까?

<전국노래자랑>은 칠순을 훌쩍 넘은 노장 원로 송해와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1980년에 시작했으니 20년이 넘는다. 그리고 배출한 스타 또한 셀 수 없는 정도다. 20년간을 한결같이 방송을 할 수 있었던 이유라면 푸근하고 인심 좋은 송해의 진행, 초대가수들의 화려하면서도 정감 있는 무대 매너, 가수를 뺨치는 아무추어들의 노래실력 등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전국노래자랑>의 인기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목숨을 걸고 하는 듯한 아마추어들이 보여주는 그들의 쇼 덕분이다. 그 쇼는 출연하는 이들이 다양한 만큼 쇼도 각양각색이다.

▲ 무려 27년 간 사랑받는 <전국노래자랑>은 다양한 아마추어들이 매번 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 KBS
모든 가족들이 ‘○○○ 파이팅! ○○ 마을 진정한 그대는 명가수!’란 현수막을 들고 열렬한 응원을 보내지만 음치에 박치를 보여주며 3초 만에 ‘땡’ 소리가 울려 퍼지고, 노래보다는 무대 매너로 통과하고 싶었던 누구는 화려한 춤사위를 보여주고, 노래보다는 MC 송해에게 야릇한 눈빛을 보내는 사람 등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는 모두 아마추어들은 재기발랄한 쇼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 쇼가 일정하게 정형화되지 않고, 철저한 기획 안에 계산된 포맷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정하게 전문 방송인들이 등장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어디 부분에서 웃음을 유발하고, 어디 부분에서 진지함을 보여주는 등 일정한 형식을 만들어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등장해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방송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처럼 한 프로그램이 오랜 기간 장수하지 못한다. 물론 프로그램 제목은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 보여주는 소재는 개편을 통해 새로운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변화시켜 시청자에게 찾아온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또한 그에 맞춰 빠른 변화에 발맞춰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TV 앞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젊은층과 중장년층이 함께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 하나가 제대로 없다. 생각해 보면 과거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이경규가 간다>와 같은 시청자들을 참여시키는 포맷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전국노래자랑>은 20년 간 방송하면서도 매번 다양한 웃음을 선사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다양한 아마추어들이 보여주는 돌발 쇼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실게임>도 그러한 점에서 아마추어가 보여주는 끼는 상상초월하며, 매번 새로운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진짜 가짜를 찾으면서 아마추어들이 전부 진짜인 것처럼 혹은 가짜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대는 모습에서 우리는 웃는다. 특히 오히려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행하는 출연진들을 보면 박장대소를 하기도 한다.

물론 오랜 시간동안 프로그램을 비슷한 포맷으로 유지하다 보니, 조금은 정형화되어 웃음 포인트가 어디인지 시청자가 알고 나서부터 예전만큼의 막강한 웃음을 없지만 그래도 전문방송인들이 자신들끼리 농담하고, 웃는 프로그램보다는 아직까지 더 웃기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아마추어가 보여주는 끼는 전문 방송인 못지 않는 <진실게임>
ⓒ SBS
사실 여기에 출연하는 아마추어들은 어설프다. 전문방송인들 만큼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어설프지만 온몸을 다 바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웃고 즐기며, 또는 격려하기도 한다. 뻔히 탈락하고, 중도에 가짜라는 것이 들켰음에도 끝까지 자신들에게 할당된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진정한 프로의식을 갖춘 전문인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어느 특정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봇물 터지듯 시청자들을 직접 방송해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이 많았고, 일순간 사라져버린 것이다. 몇몇 고정 MC들과 패널들이 보여주는 개인기도 재미있지만 그것에는 한계성이 있다. 오랜 시간보다 보면 식상하다. 또한 철저하게 시청자들을 배제한 채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수명은 길지 못하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신선한 웃음과 전 연령층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방송계의 현실은 시청자들을 외면하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 아마추어들이 벌이는 다양한 쇼를 볼 수 있는 날이 있길 기대하며, 기다려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유재석, #이경규, #전국노래자랑, #아마추어, #진실게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