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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열린우리당이 민주신당과 합당을 의결함으로서 이제 민주신당은 명실 공히 반한나라연대의 첨병으로 나서게 되었다. 민주신당의 외형으로 볼 때, 기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고스란히 행렬에 동참함으로서 ‘도로열린우리당’이란 비아냥이 있을 수 있고, “고작 간판 하나 바꿔 달자고 이토록 먼 길을 돌고 돌았나?“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겠지만 중도개혁세력의 주류들이 계파나 개인의 이해를 극복하고 ‘반한나라연대’라는 대의에 승복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통합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민주신당은 기존의 ‘열린우리당’ 의원에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씨와 민주당 출신의 몇몇 정치인이 합류한 것에 불과한 ‘도로열린우리당’처럼 보여 지지만 이것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 범여권에서 정계개편이 처음 거론된 것은 정부 여당에 대한 극심한 민심이반과, 개혁정책의 표류로 인한 지지 세력의 이탈 등으로 인해 당시 ‘열린우리당의 마인드로는 도저히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출발하였다.

이 과정에서 여권의 위기의 근원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 ‘참여정부의 개혁정책 표류’에 무게중심을 둔 정치인들은 이른바 비노의 주류가 되었고, 여권의 위기가 막강한 저력을 가진 수구기득권 세력의 잠재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친노 세력으로 구분 되었지만, 양측 모두가 공히 참여정부가 잘 해온 정책은 계승 발전시키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무언의 공감대를 가져온 것이다.

범여권이 헤쳐 모이는 과정에서 계파간의 극렬한 대립으로 인하여 자칫하면 서너 개의 군소정당으로 분열될 고비도 없지 않았지만, ‘민주세력이 일정한 세력을 유지하는 것만이 수구기득권 세력의 독주를 견제할 유일한 방안’이라는 결론이 억지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통합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나는 큰 강을 흠모한다. 큰 강은 아름답고 장엄하고 위대하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는 강은 하나 같이 잔잔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강이 늘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고 해서, 강물에 흘러드는 모든 물이 깨끗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늘 조용히 흐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강은 때로 오염된 물이 흘러들어도 스스로를 정화시키기도 하고, 때론 물보라를 일으키는 격렬한 흐름으로 스스로 강바닥의 생물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기도 한다. 그 뿐 아니다. 강은 장애물이 막아서면 때로 멈추고 때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기어이 바다를 향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독재정권에 맞서 싸워온 민주정당의 역정은 마치 큰 강을 보는 듯한 감회를 느끼게 된다. 정당이란 정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고 정당을 구성하는 정치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민주정당이라고 해서 항상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반듯한 정치인만 모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땅의 민주정당은 숱한 사이비들의 교란에도 ‘민주발전’이란 큰 명제를 지켜왔고, 때로는 방황하고 때로는 잠시 멈칫했을지라도 흐름의 끝은 늘 ‘민주주의의 바다’를 향해 있었다.

많은 시비와 곡절을 겪은 끝에 시민사회가 힘을 보태고 탄핵으로 갈라섰던 민주당의 일부 인사들까지 반수구연대의 대오에 합류한 것은 바로 ‘민주주의의 바다’를 향해 내달리고 싶어 하는 강물의 본능 때문이라고 믿는다. 이 흐름이 굳이 서둘러 흐르는 급류가 아니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반드시 수정처럼 맑은 물이 아니어도 좋다. 큰 강은 탁류를 청수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며, 끝내 바다에 다다르지 못하고 산을 거슬러 올라가는 강은 일찍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머나먼 자성과 갈등의 길을 굽이굽이 돌아온 민주신당이 민주주의의 바다로 향해 굳건히 흘러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그 길에 신의 가호와 은총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한겨레,다음,더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민주신당, #범여권통합, #여권통합, #민주개혁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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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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