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무성하게 자라 열매를 맺고 있는 화단
ⓒ 김치민
내가 근무하고 있는 여남중화태분교장(교감 서채원) 건물 앞에는 작은 화단이 있다. 나무 몇그루가 띄엄띄엄 자라고, 현관이라고 불리는 발코니 지붕이 화단을 가르고 섰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함께 있는 학교이다보니 책 읽는 예쁘장한 여자 아이와 발치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팻말을 달고 선 오랜 옛날 반공 이데올로기 조작의 상징이 중간 중간에 서 있는 화단이다.

지난해까지 화단에는 노란 민들레가 군데군데 피어있는 휑한 모습이었다. 몇년동안 그냥 그렇게 잡초만 제거하고 방치해오던 화단을 일구기로 했다. 우선 군데 군데 국화를 심고, 꽃씨 심을 준비를 시작했다. 창고에 고이 모셔두었던 삽이며 괭이, 호미를 동원해 단단해진 화단을 팠다. 화단을 지나는 수도관이 터지고, 괭이 자루가 부러졌다. 화단이 제법 텃밭 모양을 갖출 때쯤 마을 이장님의 도움으로 퇴비를 뿌렸다.

▲ 관상용 호박과 사루비아
ⓒ 김치민
▲ 수세미꽃
ⓒ 김치민
▲ 작은 채송화가 화분에 가득합니다.
ⓒ 김치민
사루비아, 메리골드, 봉숭아, 해바라기, 채송화 씨를 뿌렸다. 나무 아래에는 수세미, 조롱박, 관상용 호박도 심었다.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 도우미 할아버지는 매일 물주고 잡초를 뽑는다. 여름방학을 시작할 무렵에는 화단 앞으로 대나무를 펼쳐 호박 등 덩쿨식물이 올라갈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이제 무성하게 꽃들이 자라는 화단이다. 예전에 보았던 작은 민들레 동산이 아니다.

▲ 메리골드 사이에 피어난 사루비아
ⓒ 김치민
▲ 조롱박을 따서 모았습니다.
ⓒ 김치민
ⓒ 김치민
지금 화단에는 가을이 가득하다. 수세미, 조롱박, 호박이 주렁주렁하고, 봉숭아가 탱탱한 씨주머니를 가득 달고 힘겨워 한다. 해바라기는 벌써 씨앗이 여물어 방학중에 가을걷이를 끝냈다. 화분에 가득한 채송화는 귀엽기 그지없고, 사루비아는 초록빛 입새 사이로 붉은 자태를 마음껏 드러낸다. 수세미는 아직도 청춘이다. 옆에 서있는 나무 위에 올라 노란 꽃들을 피우고 고개를 세워 손님을 맞는다.

'뿌린대로 거두리라.'

정직한 땅은 봄에 뿌린 씨앗으로 풍성한 가을을 만들었다. 하늘과 바람과 땅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화단이 아이들에게 꿈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었으면 한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기적이나, 요행이 아닌 정당한 노력을 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었으면 한다.

태그:#화단, #작은학교, #사루비아, #조롱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등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면서 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진 교사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