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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스토랑 앞으로 보이는 정원.
ⓒ 츠가사뷰 호텔
아침에 일어나니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매미들이 우는 소리, 쓰레기차에 쓰레기를 싣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아침식사를 하러 일층 레스토랑으로 간다. 식당에 가보면 항상 나이 순이다. 나이 든 분들이 먼저 내려오고 젊은 사람들이 뒤에 온다. 우리는 조금 부지런한 편인지 중간 정도는 간다.

정갈하게 차려놓은 음식들을 접시에 담아 식탁으로 가 맛있게 먹는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할 경우 나는 밥과 국, 초밥과 달걀을 샐러드 등 채소와 함께 동양식으로 먹는다. 그리고는 빵을 두 개쯤 가져다가 버터 또는 잼을 발라 먹는다. 세 번째는 후식으로 과일을 갖다 먹는다. 이렇게 하면 배도 적당하게 부르고 입안도 개운하다.

▲ 호텔 앞에서 만난 고양이.
ⓒ 이상기
오늘의 관광포인트는 도고온천과 그 주변 지역이다. 1층 로비로 내려가니 우리 팀이 아직 다 내려오지 않았다. 시간 여유가 있어 산책 겸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 가운데서 흰색과 노란색 그리고 검은색이 뒤섞인 고양이를 한 마리 만난다. 배와 다리 부분의 흰색을 빼면 작은 호랑이 같은 느낌이다. 비교적 잘 생긴 고양이다.

모두 우산을 챙겨야 하는데 안 가지고 오신 분이 있다. 다행히 호텔에서 우산을 빌려준다. 일본이 우리보다 비가 자주 오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일본 사람들의 철저한 준비성 때문일 수도 있다. 여하튼 고마운 일이다. 호텔에서 도고온천까지는 걸어도 10분이 안 걸린다. 그렇지만 많은 인원이니 차를 타고 이동한다.

▲ 빗속에 도고온천 본관을 구경하는 우리 일행.
ⓒ 이상기
도고온천 앞에 이르니 비가 제법 온다. 가장 먼저 우리는 도고온천 본관을 구경한다. 탕에는 오늘 저녁에 단체로 들어가기로 했으니 겉만 보는 것이다. 3층으로 된 목조 건물로 명치 27년(1894)에 세워졌으니 11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건축한지 100년이 되는 1994년에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3층 위에 옥탑이 있고 그 위에 하얀 백로가 있어 이 온천의 역사를 말해 준다. 지금부터 3,000년 전 상처 입은 백로 한 마리가 이곳에 날아와 상처 난 곳을 물에 담그기 시작했다고 한다. 몇 날 몇일을 그렇게 하더니 상처가 다 아물어 날아가더라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사람들은 이 물의 효험을 알게 되었고 온천으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지만 상당히 그럴듯해 보인다.

▲ 정갈한 상점, 에히메현의 토속주를 팔고 있다.
ⓒ 이상기
도고온천 본관 앞에 석등이 있는데 이곳에도 백로가 한 마리 그려져 있다. 온천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비도 피할 겸 상점가로 들어간다. 문을 연지가 얼마 되지 않아 물건을 정리하고 청소하느라고 바쁘다. 과자점, 도자기점, 토속주점이 눈에 띤다. 센베이라고 말하는 과자들, 청화백자로 만들어진 생활자기와 꽃병들, 청주와 소주 그리고 과실주 등 이 지방 술이 전시되어 있다.

상점가의 끝에는 관광안내소가 있다. 관광자료를 제공하고 숙소를 안내하는 등 두 세 사람의 직원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곳에서도 눈에 띠는 것은 역시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백로 그림이다. 그 옆에는 에도시대 이곳 도고온천장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대상을 환상적으로 표현하는 특이한 화풍이다.

▲ 백로가 온천에 발을 담그고 있는 그림.
ⓒ 이상기
▲ 호조엔에서 족탕체험을 하며 즐거워하는 가족들.
ⓒ 이상기
관광안내소 옆으로는 돌마루 광장인 호조엔(放生園)이 있다. 그리고 이곳에 족탕체험을 할 수 있는 노천탕과 봇장 요술시계가 있다. 여자들이 양말을 벗고 노천탕에 발을 집어넣는다. 따뜻하면서도 시원하다고 한다. 복장 요술시계는 30분마다 공연을 하는데 시간 여유가 조금 있다. 벌써 빗줄기가 꽤나 굵어졌다.

▲ 출발 준비를 하고있는 봇장열차.
ⓒ 이상기
나는 길 건너편 도고온천 역으로 간다. 이 건물 역시 명치시대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 역에서는 마츠야마의 명물인 봇장열차가 출발한다. 봇장열차는 지금부터 110여년 전에 경천철로 도입되어 67년간 운행하다 자취를 감췄던 기차이다. 열차의 사라짐을 아쉬워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최근에 다시 운행을 시작하였다. 기관차 1량, 객차 2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차의 모형이나 기관차와 차장의 복장 등이 옛날 모습 그대로이다.

사람들이 차를 타고 출발한다. 칙칙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밑에서 올라온다. 기관사가 창문으로 손을 흔든다. 한마디로 추억의 기차다. 시간이 되어 나는 도고온천역을 나와 봇장 요술시계로 향한다. 이 요술시계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시계 안에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소설 『봇장(坊っちゃん)』에 나오는 인물들이 숨어 있다가 나와 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 도고온천가 호조엔 옆에 세워진 봇장 요술시계.
ⓒ 이상기

덧붙이는 글 | 시코쿠 에히메현 마츠야마(松山)시 두번째 이야기이다. 도고온천가를 구경하면서 보고 느낀 감정을 적었다. 3000년이라는 역사와 전통이 현대적인 상업성과 잘 연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그:#도고온천, #하얀 백로, #상점가, #관광안내소, #호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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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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