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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27일 메인뉴스인 '8뉴스'와 '나이트라인'에서 끔찍하고 충격적인 교통사고 장면을 여과 없이 반복해서 내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SBS 8뉴스는 <사고 순간 포착>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충돌사고로 튕겨 나온 차가 인도를 덮치는 바람에 길 가던 사람이 여럿 다쳤다. 이 날벼락 같은 사고 순간이 담긴 CCTV 화면을 입수했다"며 사고 당시의 CCTV 화면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CCTV 화면에는 길 가던 사람 4~5명이 인도로 돌진한 택시에 치여 튕겨나가는 충격적인 장면이 담겨있다. SBS 보도는 이 화면을 네 차례에 걸쳐 반복해서 내보냈는데, 첫 번째와 네 번째 화면에서는 모자이크 처리조차 하지 않고 사람들이 차에 튕겨져 나가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

SBS의 선정적인 보도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교통사고 보도를 하면서 굳이 끔찍한 장면을 내보낼 필요가 있었는가도 의문이지만, 모자이크 처리조차 하지 않고 사고 장면을 그대로 내보낸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 이를 4번이나 반복해서 보여준 점이나 "사고의 순간을 포착한 장면을 입수했다"며 들뜬 발언을 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선정적인 접근태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렇게 끔직하고 충격적인 화면이 '가족시청시간대'인 메인뉴스 시간(저녁 8시)에 나간 것도 큰 문제다. 이 보도를 본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받을 충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또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를 게임이나 영화에서 볼 법한 장면쯤으로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들이 이 보도를 보고 받을 충격이나 참담함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태도다. SBS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못했고, 이 보도를 누가 보게 될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방송의 사건사고 보도가 자극적인 CCTV 화면을 사용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방송사들이 사건사고 보도를 현실감 있게 전달한다며 자극적인 CCTV 화면을 남발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충격적이면서 자극적인 화면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방송사들은 이런 보도행태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방송보도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하고 나아가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시청자들이 이 보도가 나간 후 이를 비판하는 글을 SBS게시판에 쏟아낸 것에서 확인되듯, 시청자들은 끔찍한 사건사고 장면이나 이를 그대로 중계하는 설명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또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건사고 보도가 드문 만큼, 방송사들이 중요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건사고보도가 아니라면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방송보도가 충격적인 사건사고를 전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으려고 들였던 노력을, 질 높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송보도를 만드는 데 힘써주길 바란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SBS가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다른 방송사들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런 선정적 사건사고 보도가 나오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SBS#교대역사고#민언련#8뉴스#나이트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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