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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요즘 자전거 사고 소식이 잦다. 단순한 충돌 사고가 아니라 사망 사고다. 뉴스만 보면 자전거 사고가 갑자기 늘어 도저히 탈 수 없을 것 같다. 일부 언론은 '자전거 사고 급증'이라는 제목을 달아서 자전거 사고가 늘었다고 묘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한국인 최초로 아메리카 자전거 횡단을 한 홍은택씨는 신간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를 통해 자전거 사고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밝히고 있다. 14년 동안 자전거 사망자 급감했다책에 따르면 자전거 사고가 급증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14년 전과 비교하면 사망자 수는 크게 줄었다. 1990년 자전거 사망자 수는 560명. 지난해 사망자 수가 295명이었으니 14년 동안 사망자 수는 53%나 줄었다. 실제 2000년 자전거 사망자 수 324명과 비교해도 자전거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고 말하긴 힘들다.'자동차가 뒤에서 자전거를 들이받아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란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저자는 아닐 것이라고 넌지시 말한다. 그는 197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통안전국의 의뢰를 받아 케네스 크로스라는 사람이 조사한 사고 통계를 인용하며, 자동차와 자전거 사고 중 불과 4퍼센트만 '자동차가 자전거 뒤를 받았다'고 소개한다. 물론 이는 미국 자료이며, 게다가 30여년 전 자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엔 자전거 관련 통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통계자료를 부지런히 수집한 저자는 '자전거 사고가 늘기 때문에 자전거가 위험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자전거 선진국의 사례를 인용하며 점잖게 반박한다.그에 따르면 자전거 사고가 느는 것은 자전거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2004년 OECD 회원국 중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중 자전거 승차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자전거 천국으로 불리는 네덜란드로 무려 18.3%나 된다. 2위는 또 다른 자전거 천국인 일본으로 14%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3.5%에 불과하다. 자전거 사고 증가는 자전거 이용률 증가에 따른 자연스런 진통이란 뜻이다.더 나아가 자전거 승차자의 교통사고 사망비율도 조목조목 분석했다. 한국에서 자전거 승차자의 교통사고 사망비율은 인구 10만 명당 0.5명 수준. 5.4명인 보행자, 4.8명인 자동차 탑승자, 1.8명인 오토바이 탑승자보다 훨씬 낮다. 단지 사고건수나 비율만 놓고 이야기한다면 걸어다니는 게 가장 위험하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결과가 나온다. 이런 결과를 내놓았다고 해서 저자가 자전거 사고에 대해 무시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전거에 대한 정확한 생각을 바탕으로 자전거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뜻인 듯하다.서울시내 자동차 속도, 이봉주보다도 느리다@IMG2@<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는 자전거 출퇴근족(자출족)들이 무척 좋아할 만한 책이다. 그동안 국내 자전거 관련 책은 국내·외 자전거 여행 책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 회원만 13만여명에 이르는 지금, 자출족을 위한 책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도시를 출퇴근할 때 주행법이 국도변을 달릴 때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자동차와 차도를 나눠 쓰기, 신호 받기, 차선 바꾸기, 눈비 올 때 대처법 등 어려운 점이 한 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유익하다. 단, 그 정보를 저자는 '서울 여행'이라는 방식을 통해 아주 맛깔스럽게 포장해 독자에게 내놓는다.'아구탕집이 들어서면 유흥지로서 명성이 퇴색하는 이유' '원래는 강북이었던 잠실' '서울의 지도상 중심지는?' '30만명을 수용했던 한강 백사장은 어디?' '서울에서 가장 긴 터널' '서울에 아파트가 넘치는 이유' 등 글쓴이의 독특한 눈으로 끄집어낸 서울은 새롭다. 그리고 재미있다. 저자는 그 독특한 눈을 '자출인의 눈'이라고 표현했다."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쓰려고 했다. 내가 라이더라고 부르는 자전거족의 관점은 중요하다. 라이더들은 창문 밖에서 세상을 360도로 보기 때문에 세상의 켜와 결을 미세하게 느낄 수 있다. 심장을 엔진으로, 두 다리를 피스톤으로 쓰기 때문에 그들이 맘껏 여행할 수 있다면 서울은 역동적이고 조화로운 도시가 될 것이다."그가 '자출인의 눈'으로 서울을 소개하면서 정보만 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한 발 떨어져서 서울을 바라보며, 대상을 즐기는 여유를 준다. 그 속엔 상대방을 부드럽게 한 방 날리는 '유머'가 들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부자들이 타워팰리스처럼 63빌딩보다 더 높은 아파트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게 고맙다. 그것도 위화감이 들지 않도록 끼리끼리 모여 사니 더욱 감사하다.…강남의 초고층 아파트에 부자들이 집결했다. 난 이걸 공간 아껴쓰기 사례로 본다.""꾸준히 사망 사고율이 떨어진 덕분에 OECD의 30개 회원국 중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려오던 한국은 2005년에 처음으로 5위로 내려앉았다. 역시 차량 증가의 효과다. 어차피 자동차를 없애는 방향으로 갈 수 없다면 차라리 자동차가 한 3천만대쯤 됐으면 좋겠다." 자전거를 타는 일은 '개인 건강' '무공해 교통수단'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전거는 도시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저자는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인기를 끈 '콤팩트 시티'(압축도시)와 자전거를 이야기한다. 도시 중심부를 고층화해 건물 간 이동거리를 짧게 만들면 자전거가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이 된다는 것. 즉 건물 고층화 도시에선 인구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교통혼잡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03년 서울 시내 주행시 자동차 평균 시속은 15.5킬로미터. 저자는 "자동차 속도가 시속 20킬로미터로 달리는 이봉주보다도 느리다"고 비꼬면서 '대기오염이 있는 20킬로미터(자동차)와 대기오염이 없는 20킬로미터(자전거)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며 집중화된 도시에서 자전거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자전거를 소재로 했지만 자전거인만 대상으로 하진 않았다. 저자는 끊임없이 '도로 공유'와 '도시 공유'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산업연구원이 2006년 10월에 내놓은 1500cc 이하 경·소형차 소비 비중을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1.5퍼센트다. 일본(61.2퍼센트), 이탈리아(55.3퍼센트), 영국(52.1퍼센트)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IMG3@도로 나눠 쓰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인색한지 알 수 있다. 자동차끼리도 도로를 나눠 쓰기 빠듯한 판에 자전거에게 내줄 도로가 있을 리 없다. 중형차 운전자는 소형차로, 자동차 운전자는 대중교통으로, 대중교통 운전자는 자전거로 자리바꿈을 하면서 공간을 나눠 쓰는 지혜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글쓴이는 차도와 자동차 그리고 아파트에 밀려 사라지는 골목길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낸다."집 앞에서부터 자동차를 타고 싶은 욕망에 골목길이 밀리고 있다. 더 쾌적한 공간을 싶은 욕구,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도시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보다는 같은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는 것에 찬성하는 편이다."서울을 온몸으로 유람하며 쓴 홍은택의 자전거 여행기. 그의 두 바퀴가 그린 서울은 무척 매혹적이다. 단 자전거로 여행했을 때 그 매혹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자전거 타라고 강권하지 않으면서도 자전거를 타고 싶게 만드는 마약과 같은 책이다. 이제 9월 1일부터는 자전거 영웅 랜스 암스트롱이 참가하는 '투르 드 코리아'가 시작한다. 그리고 9월 10일은 서울에서 대규모 자전거 부대를 볼 수 있는 '서울 차 없는 날'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폭염도 한 풀 꺾었다. 바야흐로 자전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참 책이 제때 나왔다.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

홍은택 지음, 한겨레출판(2007)


태그:#자전거, #홍은택, #자출족, #라이더,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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