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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rt road : 포장되지 않은 도로 → 비포장 도로, 흙길...  <이재호-영한사전 비판>(궁리, 2005) 81쪽

 

지금 우리가 쓰는 영한사전을 보면, ‘dirt road’ 풀이로 “포장되지 않은 도로”라고만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재호님은 ‘비포장 도로’나 ‘흙길’ 같은 한 낱말로 써 줄 수 있어도 좋겠다고 자기 생각을 밝힙니다.

 

 ┌ 비포장길
 └ 흙길 : 흙으로 된 길.
           흙을 단단히 다져 놓아 다니기 좋게 마련한 길.

 

국어사전에서 ‘흙길’을 찾아봅니다. 어, 어라. 국어사전에 ‘흙길’이 보이지 않는군요. 이런. 왜 없지? 왜 ‘흙길’이라는 말이 안 실렸지? 아주 자주까지는 아니지만, 누구나 쓰는 말, 으레 쓰는 말인데, 왜 이 말은 안 실렸지?

 

조금 더 생각을 해 보니, ‘포장을 안 한 길’은 ‘흙으로 되어 있는 길’입니다. ‘포장’이란 “시멘트나 아스팔트를 깔아서 흙을 덮는 일”을 가리키곤 해요. 그러니,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덮이지 않은 맨땅 길, 맨흙으로 된 길, 이런 길이라면 ‘흙길’이라고, 국어사전에도 이렇게 싣고, 우리들도 ‘비포장도로’라 하기보다는 단출하고 느낌도 한껏 살아나는 낱말로 쓰는 편이 훨씬 좋으리라 생각해요.

 

또한, ‘비포장도로’라는 말은, 흙으로 되어 있는 길은 ‘안 좋은 길’이라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앞으로는 ‘포장이 되어야 할 길’처럼 말이지요. 그냥 흙으로 된 길은 ‘흙으로 된 길’ 그대로 좋아요. 풀숲을 이룬 길은 ‘풀숲길’ 그대로 좋고요. 어느 길이든 길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나누는 데에도 ‘흙길’을 써야 한결 좋다고 느낍니다.


태그:#우리말, #우리 말, #우리 말에 마음쓰기, #흙길, #비포장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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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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